토이보이, 누님 유혹하는 매력덩어리 연하남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5일 20시 26분


샘 테일러 우드-애런 존슨
샘 테일러 우드-애런 존슨
하이틴 영화 '앵거스 쏭스 그리고 완벽한 포옹'(2008)에 출연한 영국 '완소남' 애런 존슨(19)이 곧 '품절남'이 된다는 소식이다.

BBC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존슨 군의 결혼 상대는 세계적인 사진작가 겸 영화감독인 샘 테일러 우드 씨(42). 스물도 되지 않은 청소년이 엄마뻘 되는 여성을 신부로 맞는 것이다. 블로그를 온통 존슨 군의 사진으로 도배해놓고 그를 염모해 마지않던 국내 여성 팬들은 마치 국민 남동생 유승호 군(16)이 탤런트 고현정씨(38)와의 결혼 선언이라도 한 듯 소스라치게 놀라고 있다.

현 재 존슨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테일러 우드의 토이 보이(toy boy)'다. 토이 보이는 나이든 여성의 귀엽고 어린 연인이라는 뜻. 토이 보이는 연하남과 결혼할 능력이 있는 여성을 일컫는 '쿠거'라는 말과 함께 재력이나 권력을 쥔 힘 있는 여성들이 늘면서 생겨난 신조어다. 외국의 '골드미스'들에게 능력과 쿨함을 상징하는 토이 보이는 새로운 연애 문화 트렌드로 떠올랐다.

● "토이 보이가 뭐 어때서? 우린 당당해"


테 일러 우드와 존슨의 결혼 발표가 나온 것은 지난달 31일이다. 이 커플은 영화 '노웨얼 보이'의 감독과 주연 배우로 만났다. 테일러 우드의 대변인이 결혼을 발표하던 그 시간 런던 필름 페스티벌에 참석한 두 사람은 서로 팔짱을 끼고 당당하게 레드 카펫 위를 걸었다. 존 레넌의 젊은 시절을 다룬 이 영화는 이날 처음 상영돼 관객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일부 비평가들은 '42세 테일러 우드가 19세 소년을 남편 역을 맡을 배우로 캐스팅했다'고 비아냥거렸다. 성공한 남자 영화감독이 자기 영화에 출연한 어린 여배우를 새 배우자로 맞이하는 일은 흔한 일이다. 그런데 성 역할이 바뀐 이들 부부를 보고 이 비평가들은 영 속이 불편했던 것이다.

테일러 우드 커플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디펜던트지의 한 여성 칼럼니스트는 "토이 보이가 뭐가 나쁘냐"고 반문하고 "나는 19세 연상과도, 동갑하고도 결혼을 해봤지만 최근 11년은 9세 어린 남자와 살았다. 어린 남성과 커플로 지내면서 20년은 젊어지는 기분을 느꼈다"고 말했다.

심지어 그는 "토이 보이를 환영해야 할 이유는 많다"고 강조해 많은 여성의 공감을 얻었다.
" 그들은 자기 옷을 자기가 다리고, 뭘 입어야 할지도 안다. 그들은 색다른 음악을 즐기고 그것은 당신의 취향의 폭을 한층 더 넓혀줄 것이다. 그들에게 이상한 친구들이 있어서 당신의 오래된 친구들이 싫어할 거라고? 단언컨대 절대 그럴 일은 없다."

● 마돈나, 데미 무어, 핼리 베리, 김보연…
해 외 연예 매체에서 '누구의 토이 보이'라는 말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부와 권력과 명성을 지닌 상대에게 기대려는 심리는 남녀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성공과 성적 매력을 맞교환 하려는 욕구는 인간의 본성이라고도 한다.

‘팝의 여왕’ 마돈나가 29세 연하의 남자 친구인 모델 헤수스 루즈(사진 왼쪽)를 세 번째 남편감으로 고심 중이라고 OK매거진 등 외신이 28일 보도했다. 스포츠동아 자료사진
‘팝의 여왕’ 마돈나가 29세 연하의 남자 친구인 모델 헤수스 루즈(사진 왼쪽)를 세 번째 남편감으로 고심 중이라고 OK매거진 등 외신이 28일 보도했다. 스포츠동아 자료사진
30년간 팝계에 군림해 이제는 '팝의 여왕'을 넘어 '여신'의 경지에 오른 '58년 개띠' 스타 마돈나(51)는 자신보다 무려 29세나 어린 브라질 출신 모델 헤수스 루즈(22)를 애인으로 삼았다.

마 돈나가 루즈를 처음 만난 것은 2008년 11월 W매거진 화보 촬영차 브라질에 갔을 때다. 남미 인 특유의 검게 그을린 피부와 강렬한 눈빛을 한 루즈는 단숨에 마돈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천명을 넘긴 마돈나는 젊고 탱탱한 루즈를 안고 농도 짙은 침대 애정신을 찍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신 아프로디테와 아도니스를 연상케 한다는 것이 화보를 본 이들의 중평.

루즈의 어머니 크리스티앙 레지나 다 실바는 마돈나보다 14세나 어린 37세이고, 할머니는 마돈나와 비슷한 또래이다. 하지만 루즈는 자상했고 마돈나의 아이들도 좋아했다.

사 실 마돈나의 남자 취향은 원래부터 '연하'였다. 다만 해를 거듭할수록 상대남이 더욱 어려지고 있다. 1989년 이혼한 첫 남편 숀 펜은 2세 연하. 지난해 12월 이혼한 두 번째 남편 가이 리치는 10세 연하다. 두 번째 이혼의 결정적 사유로 지목되는 불륜 상대는 뉴욕 양키스의 알렉스 로드리게즈인데 마돈나보다 무려 17세나 어리다.

여배우 데미 무어(46)는 2005년 후배 배우 애슈턴 커쳐(31)와 결혼했다. 두 사람은 트위터를 함께 운영하며 무어의 전 남편 브루스 윌리스(54)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애슈턴은 언론에 '포스트모던 가족'이라며 자신의 가족 형태에서 착안한 영화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흑인 여배우 최초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탄 핼리 베리(43)는 모델 가브리엘 오브리(33)와 4년째 동거 중이다. 베리는
오브리와의 사이에서 돌배기 딸을 낳고 현재는 둘째를 임신 중이다. 두 번 결혼에 실패한 경험 때문에 정식 결혼은 하지 않고 있다.
수잔 서랜든(63)과 팀 로빈스(51)는 할리우드에서 금슬 좋기로 유명한 부부다. 1988년 만난 그들은 2003년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정치적인 비전도 공유하고 있다.
지능지수가 높은 사람들의 모임인 '멘사' 출신 배우 겸 영화 제작자 지나 데이비스(53)는 2001년 이란계 미국인 성형외과 의사 레자 자레히(38)와 결혼했다.
국 내로 눈을 돌리면 김보연(52)과 전노민(43) 부부가 이 계열에 든다. 전노민은 최근 MBC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순정파
설원랑을 연기하고 있다. 극 중 설원이 미실(고현정 분)의 발을 정성스럽게 씻겨주는 장면이 나가자 주부 팬들이 전노민의 부인
김보연을 그렇게 부러워했다고 한다. 또한 9세 연상인 부인 김보연에게 '우리 아기'라고 부른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노민은 '김보연의 남편'으로 이름을 알린 이후 드라마 '사랑과 야망' '나쁜 여자 착한 여자'에 연이어 출연하며 인기를 얻었다.

● 최근 광고계 추세도 토이 보이

국내 광고계에선 토이 보이가 단골 소재다. '국민 남동생' 유승호(16)와 데뷔 앨범에서 '누난 내 여자라니까'를 부른 가수 이승기(22)가 대표적인 토이 보이들.

스포츠동아 자료사진
스포츠동아 자료사진
유승호는 한국야쿠르트 CF에서 연인으로 보이는 누나를 업고 산책하다가 숟가락을 앞으로 내밀며 "누나. 아~" 하고 야쿠르트를 떠먹여 주는 시늉을 해 누나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20, 30대 여성들의 열렬한 환호 속에 최근에는 후속편까지 제작됐다. 이 CF를 통해 '연하남' 이미지를 확보한 유승호는 미스터 피자, LGT 등 다양한 광고에 진출했다.

한국야쿠르트 CF를 제작한 코마코 관계자는 "문근영, 김연아 등 기존의 유제품 광고 모델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고민하던 중 감성적인 꽃미남 이미지의 유승호를 섭외했다"며 "누나들이 좋아할 만한 외모, 토이 보이 트렌드에 착안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지펠 광고와 맥스맥주 CF를 찍은 이승기는 지난 8월 피겨퀸 김연아를 제치고 광고 모델 호감도 1위를 차지했다(한국 CM연구소 조사). 특히 20대와 40대 여성들의 지지도가 높았다. 덕분에 이승기가 선전하는 삼성전자 지펠 광고는 광고 효과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소속사 제공
소속사 제공
토이 보이는 광고 속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통계를 보면 국내 연상녀 연하남 혼인 비중은 2003년 11.7%에서 지난해에는 13.7%로 늘었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개선되면서 재혼여성의 숫자도 최근 5년 사이 13%가 늘었다.

올해 5월 결혼정보회사 선우에서 200억 원 대의 자산을 보유한 49세 골드미스의 남편감 후보를 공개 모집한 적이 있다. 26세부터 49세까지의 남성 394명이 지원했는데 이중 이 골드미스가 뽑은 맞선남들은 37~49세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목에 힘주는'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 남성들은 '간택'되지 않았다.

인 간행동을 연구하는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는 저서 '여성시대에는 남성도 화장을 한다'에서 "여성들의 경제력이나 사회적 지위가 향상하면 남성의 재력이나 권력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해질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며 "인간 세계에서 권력과 재력이 중요한 결혼 조건이 되기 때문에 남성들은 거의 본능적으로 이른바 '출세'하기 위해 온몸을 던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80~90년대 태아감별로 균형이 깨진 남녀 출생 성비가 5년 뒤에는 남성 20%가 신붓감을 찾지 못하는 '결혼 대란'으로 이어진다는 통계까지 나왔다. 그래서 토이 보이 신드롬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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