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집행자’에서 살인마 장용두 역을 맡아 사실감 넘친 연기로 강한 인상을 준 배우 조성하.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기분은 좋지만…외롭습니다.”
스릴러물의 단골로 등장하는 캐릭터가 있다면 연쇄 살인범이 아닐까. 영화의 뼈대가 되는 사건의 핵심 인물이자 때론 반전의 열쇠를 쥐는 연쇄 살인범은 때문에 혐오감이나 공포심 보다는 고도의 ‘지능범죄인’이란 쪽에 초점이 주로 맞춰져 있었다.
교도소를 배경으로 한 영화 ‘집행자’에도 살인마는 등장한다.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절대 악 장용두.’ 극의 박진감보단 ‘리얼리티’에 무게를 둔 인물이기에 보는 이들은 영화 속 살인마에게서 어찌 보면 당연한 것 인데도 마치 처음 접하는 듯한 ‘낯선 위협감’을 느끼게 된다. 제작진의 이러한 의도는 한 배우의 연기를 통해 온전히 스크린에 구현됐다. 조성하가 그 주인공. ‘집행자’가 개봉되고 난 후 영화를 감상한 이들의 반응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누구도 제 옆에 오려고 하질 않더군요. 기분은 좋지만 외롭습니다, 하하.”
그가 ‘집행자’에서 보여준 연기 내공은 이렇다할 잔혹한 장면 없이 가슴에 단 빨간색 수검표만으로 공포감을 낳았다. 그리 많지도 않은 대사에 녹여낸 수많은 표정 연기가 그 비결이었다.
악역 캐릭터도 사랑받는 요즘 같아선 “왜 나쁜 놈이 됐는지 나름의 정당성을 극 속에 풀어내 ‘본전’을 찾는 게 대세”인데 ‘집행자’의 조성하는 정반대였다. 본의 아니게 ‘기피 인물’(?)이 될 정도로 그토록 악해야했는지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