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만 할수 있으면 행복… 극중 이미지 신경 안써요”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7일 03시 00분


SBS 드라마 ‘천사의 유혹’의 주연 배수빈은 “극중 캐릭터와 달리 실제 생활에서는 복수를 하지 않는다”며 “연예계 입문 뒤 상처받은 적도 있지만 문제의 원인을 나한테서 찾는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SBS
SBS 드라마 ‘천사의 유혹’의 주연 배수빈은 “극중 캐릭터와 달리 실제 생활에서는 복수를 하지 않는다”며 “연예계 입문 뒤 상처받은 적도 있지만 문제의 원인을 나한테서 찾는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SBS
SBS ‘천사의 유혹’ 배수빈

“어떤 일이든 몰입하는 형
맑은 눈빛 보이려 신경써”
사랑했던 아내가 집안을 파멸시키려는 계획을 꾸미고 있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남편(배수빈)은 아내(이소연)를 밑바닥까지 떨어뜨리는 복수를 꿈꾼다. 치밀한 복수를 위해 죽은 것처럼 꾸미고 전신성형으로 얼굴까지 바꾼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아내에게 이렇게 외친다. “그래, 지금 이 순간을 마음껏 즐겨. 그래야 그 모든 걸 잃었을 때 더 비참해질 테니까.”

10월 12일 처음 방영한 SBS ‘천사의 유혹’(월화 오후 8시 50분)은 2001년 데뷔한 배우 배수빈(33)이 주조연급이라는 딱지를 떼고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드라마다. 전작 SBS ‘찬란한 유산’에서 보여준 지고지순한 매력남의 이미지를 벗고 복수의 칼을 가는 안재성으로 돌아왔다. 올해 영화 3편, 드라마 2편, 텔레시네마 1편을 찍으며 데뷔 이래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를 1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촬영 현장에서 만났다.

“‘찬란한 유산’ 때 제 이미지가 좋아서 이 작품을 택할 때 우려도 있었어요. 하지만 전 연기만 할 수 있으면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이에요. 이미지가 좋아서 CF도 많이 찍으면 좋겠지만 중요한 문제는 아닙니다. ‘내가 이 역할을 잘할 수 있을까’만 고민했죠.”

‘천사의 유혹’은 올해 초 ‘아내의 유혹’을 쓴 김순옥 작가가 집필한 두 번째 복수 시리즈다. 17∼18% 안팎의 시청률을 올리고 있으나 소재가 자극적이고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다. 그는 “솔직히 그런 부분도 있다”면서도 “드라마는 어차피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현실을 그리는 ‘판타지’다. 극의 개연성은 배우가 진정성을 갖고 연기하면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를 캐스팅한 드라마 제작진은 공통적으로 그의 ‘눈빛’을 장점으로 꼽는다. 선하면서도 깊이가 있다는 것. ‘눈빛 관리 비법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눈을 자주 씻어요, 하하”라고 농담을 던지더니 이내 진지하게 답변을 시작했다.

“배우의 삶 자체가 녹아있는 게 눈빛이라고 생각해요. 배우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 깊고 맑은 눈빛을 갖기 위해 신경을 쓰죠. 어떤 일이든 파고들어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이름이 알려지기까지 그는 꽤 오랜 기간 흙 속에 묻혀 있어야 했다. 첫 드라마 출연작은 중국 드라마 ‘기억의 증명’. 지인인 디자이너 하용수 씨의 소개로 중국 현지 소속사와 계약을 하고 활동했지만 2002년 촬영을 마치고 2년간 하릴없이 방송 심의를 기다려야 했다.

“마냥 놀고만 있을 수 없어서” 2004년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중국의 29부작 드라마에 출연한 그를 알아주는 이는 적었다. 다시 단막극부터 시작했다. 귀국 후 처음 출연한 베스트극장 ‘소림사에는 형님이 산다’에서는 한 회의 방송을 위해 삭발도 했다. 그는 이때를 “가장 절박했던 시기”라고 표현했다.

이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했지만 오름세를 타지 못했다. 대중에게 확실히 각인된 작품은 지난해 방송한 SBS ‘바람의 화원’으로, 그에게 ‘뉴스타상’을 안겼다. 데뷔 8년 만에 받은 첫 상이었다. 그는 “‘바람의 화원’은 내게 물꼬를 터준 작품이고, ‘찬란한 유산’은 추진 엔진을 달아준 작품”이라고 말했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그는 잠시 생각했다.

“‘왕년에…’라는 말을 참 싫어해요. 오랫동안 작품을 할 수 있는 배우, 항상 현재진행형인 배우로 남고 싶습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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