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백야행-하얀 어둠 속을 걷다’에서 고수(31)는 데뷔 후 처음 살인자 요한 역을 맡았고 베드신에 도전했다. 20일 오전 만난 그는 드라마(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촬영으로 피로한 데다 감기 기운까지 겹쳐 눈 뜨기조차 힘겨워 보였다. 송아지처럼 순한 눈망울을 되찾은 건 아이스커피를 한 모금 들이켜고 나서였다. ―‘지킬 것은 지킨다’는 광고 카피 때문이었는지 반듯하고 순수한 청년 이미지가 강했다.
“드라마 ‘피아노’(2001년) 영향이 더 컸던 것 같다. 주인공 재수는 헌신적인 사랑도 모자라 ‘태어나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죽이는 연기가 쉬운 일은 아닐 텐데….
“요한은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마는 아니다. 그럴듯하게 죽이느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원치 않는 살인을 해야 했고 그 상황에 지쳐 있었다. 무엇보다 내겐 요한의 기분, 상태가 되는 게 중요했다.”
―그래서 ‘요한이의 일기’를 쓰고 집 밖에 나오지 않은 건가.
“요한이가 얼마나 죄책감에 빠지고 미호를 사랑했는지, 감정의 세세한 진폭까지는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는다. 시나리오 외의 것은 배우가 느껴야 한다. 나 스스로 ‘난 요한이야’라고 최면을 걸었다. 그러면 동작과 감정은 저절로 나온다고 믿었다.”
―사이코패스나 잔인한 살인마 역할이 들어와도 연기할 수 있을까.
“힘들 것 같다. 인간이 아닌 괴물이니까. 배역에 대한 공감 없이 연기하는 건 못하겠다.”
―어릴 적 누구와 눈만 마주쳐도 얼굴이 빨개졌다면서 베드신은 어떻게 찍었나.
“절실한 장면이었다. 대사가 별로 없는 요한의 캐릭터를 잘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명분 없이 남 앞에서 옷을 벗는 것? 상상할 수 없다. 감정 있는 베드신은 찍어도 속옷 광고라면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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