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012’는 고대 마야문명이 예언했다는 ‘2012년 지구멸망’ 이야기를 담은 할리우드 재난블록버스터다. 압도적인 시각효과 때문일까. 지난 주말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찾은 서울 시내 극장은 부모와 함께 온 초중고교생들로 북적였다. 아이들은 “태양이 폭발하는데 왜 지구 표면이 아니고 내부가 뜨거워져?”라고 물었고, 엄마들은 진땀을 흘리며 대답을 해주고 있었다. 이 영화를 자녀와 함께 볼 엄마 독자들을 위해, 아이가 물을 법한 질문들과 모범 해답을 싣는다.
Q: 엄마, 영화에서처럼 지구가 정말 멸망해요? 태양이 대폭발을 일으키면 중성미자가 지구로 쏟아져서 지구 내부의 핵과 맨틀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고 하던데, 그게 영화대사처럼 ‘전자레인지가 음식물을 익히는 원리’랑 왜 똑같은 거예요?
A: 우선 전자레인지의 원리를 알아볼까? 전자레인지는 전자기파인 마이크로파를 음식에 쏴. 그러면 음식 속 수분과 지방이 이 마이크로파를 흡수해서 뜨거워지고, 이 열이 전달되면서 음식물이 익는 거야. 음식을 안에서부터 익도록 만들지. 중성미자는 우주를 이루는 기본 입자야. 전자레인지처럼 지구 내부가 달아오르려면 지구 내부 물질이 이 중성미자를 흡수해서 뜨거워져야 되잖아? 근데 중성미자는 ‘반응성’이 매우 낮아. 다시 말해 우리 몸과 지구 내부가 중성미자를 만나도 거의 반응하지 않는단 뜻이지. 그러니 지구 내부가 끓어오를 일은 절대 없겠지? 수능이 연기될 일은 없어! 공부해.
Q: 엄마, 지구대홍수에서 인류를 보존하기 위해 세계 각국 정부는 초대형 잠수함을 만드는 비밀계획을 세워요. 근데 왜 이 배를 중국인들이 만들고 배의 기지도 중국에 있는 거죠?
A: 아빠를 닮아서 그런지 지엽적인 데 관심이 많구나. 영화에는 중국 티베트고원 근처가 배의 기지로 나오지? 평균 해발고도가 4500m나 되는 티베트고원은 대홍수에 가장 마지막까지 버틸 만한 장소니까 그렇게 설정됐겠지. 다른 생각도 해봤는데…. 중국의 노동력이 값싸니까 원가절감을 위해 그러는 거지. 10만 명이 타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배를 2년 사이에 네 척이나 만들려면? 뭐든 뚝딱뚝딱 빨리 만들어내는 중국의 신비로운 제조속도와 함께 원가절감이 필요하지 않겠니? 그러니까 미국이 중국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을 요청했을 수 있지.
Q: 엄마, 영화에 보면 주인공인 소설가 잭슨(존 큐잭)이 이혼한 뒤 아들딸과 떨어져 살잖아요? 근데 지구재앙이 찾아오니까 잭슨이 전 아내와 자녀를 찾아와 데리고 떠나면서 가까스로 살아남아요. 궁금해요. 이혼한 아내가 새로 만나서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는 새 애인(성형외과 의사)은 참 가정적이잖아요? 게다가 그 남자가 비행기를 조종할 수 있어서 주인공 일행이 탈출에 성공하는 것이고요. 근데 왜, 새 애인은 희생되고 아내는 주인공과 재결합하는 거죠?
A: 할리우드 오락영화는 ‘현실’이 아니라 ‘판타지(fantasy)’, 즉 ‘환상’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아. 생각해봐. 미국이야말로 이혼이 빈번한 나라잖아? 이혼이 늘수록 미국 관객들은 오히려 ‘영원한 사랑’을 더 이상적으로 생각하면서 꿈꾸게 돼. 현실에선 그런 사랑이 점점 사라져가니까…. 그래서 이혼한 남편이 과오를 뉘우치고 아내, 자식들과 재결합하는 결말이 미국 관객이 볼 땐 훨씬 감동적이지. 근데 아내의 애인이 끝까지 살아남으면 삼각관계가 돼 복잡해질 거 아니야? 그러니까 애인은 장렬히 죽는 걸로 ‘교통정리’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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