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채널과 프로그램 수가 급증하면서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의 예능프로그램 출연도 잦아졌다. 일반인이 고정 출연하는 프로그램도 있으며, 대다수 프로그램은 일회성으로 일반인 참여 특집을 마련한다.
일반인의 출연은 제작진과 출연진에게 ‘윈윈’ 효과를 주는 경우가 많다. 일반인은 자기 홍보 또는 추억 만들기의 일환으로 출연을 신청하고 제작진은 시청자에게 “신선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이들을 선호한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 가운데 방송이 나간 이후 출연자의 부적절한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출연자가 제작 과정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아 잡음이 생기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 과정에서 제작진의 부주의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기도 한다.
지난달 케이블채널 tvN의 토크쇼 ‘화성인 바이러스’에는 하루에 사진을 6000장 찍는다며 자신을 ‘16년차 공주병’이라고 소개한 20대 여성이 출연했다. 그러나 방송 이후 그가 한 성인방송의 인터넷 자키라는 사실이 퍼지면서 “적절하지 못한 섭외였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제작진은 “녹화 3, 4주 전에 출연자를 섭외하고 만나는데 출연자가 tvN과 인터뷰를 한 이후 성인방송에 가서 면접을 보고 출연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당사자가 말하지 않으면 우리도 알기 힘들다”고 말했다.
최근 KBS2 ‘미녀들의 수다’는 출연자의 “키 작은 남자는 루저” 발언을 제작진이 거르지 않고 방송해 문제가 됐다. 출연자가 “대본에 적힌 글을 그대로 읽었을 뿐”이라고 해명하고, 제작진은 “대본은 참고자료일 뿐 강요는 없다”고 대응하면서 ‘책임 공방’까지 벌어졌다.
출연한 일반인이 나중에 방송에 대한 불만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 제작진이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5월 SBS ‘골드미스가 간다’에 출연해 장윤정과 맞선을 봤던 한 의사는 6월 장윤정과 노홍철이 열애 사실을 발표한 후 “내가 바보가 된 느낌”이라는 요지의 글을 방송 게시판에 올렸다. 7월 SBS ‘스타킹’에 나온 한 어린이 출연자의 어머니는 방송 이후 시청자 게시판에 “제작진이 우리 아이들의 공연이 TV에 방영하기에 처진다고 하여 곡을 바꾸고 안무를 수정하기를 요구했다”는 글을 올렸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방송 프로그램이 ‘자연스러운 리얼리티’를 선호하는 방향으로 바뀌면서 일반인의 출연이 잦아졌다. 하지만 출연자는 어떻게 편집될지를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제작진이 시청률을 의식해 출연진의 의사나 향후 영향력을 생각하지 않고 무리하게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시청률을 확보하기 위해 일반인을 수단화하는 행태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