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환호 모습 마음으로 다 봅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일 03시 00분


첫 앨범 ‘스토리 오브 마인’ 낸 시각장애인 가수 김국환

그는 중학교 때 가수를 꿈꿨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이 가수를 꿈꾸는 게 무모해 보여 접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올해 케이블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에 출연했으나 10명을 뽑는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기획사 디라인 아트미디어의 제의로 17일 ‘안 보여’ 등 다섯 곡을 담은 싱글 ‘스토리 오브 마인’을 내며 꿈을 이뤘다. 시각장애인 가수 김국환 씨(25·사진) 얘기다.

지난달 25일 서울 신림역 인근 커피숍에서 만난 그는 “수줍게 첫발을 내디뎠다. 아직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그는 “‘슈퍼스타 K’ 제작진이 제가 다니는 교회로 찾아와 참가를 권유해서 저를 비롯한 5명의 시각장애인이 나섰다”며 “비록 우승은 못했지만 최선을 다해 아쉬움은 없다”고 말했다.

타이틀 곡 ‘안 보여’는 포털사이트 네이버 인기차트 50위(30일 기준)에 올라 있다. 이 노래는 사랑하는 여인에게 ‘너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고백하는 애절한 발라드다. 김 씨는 “노래는 좋은데 제가 소화를 잘 못하는 것 같다”며 쑥스러워했다.

그는 지난달 13일 Mnet ‘M 슈퍼콘서트’ 녹화(3일 오후 6시 방송) 때 4000여 명의 관중 앞에서 ‘안 보여’를 선보였다. “비록 관중을 볼 수 없었지만 뜨거운 환호에 뭉클한 감동을 받았어요. 제 가슴속이 환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는 케이블 MTV에서 13일 오후 1시에 방영하는 콘서트 형식의 가요 프로 ‘더 엠’에도 출연한다.

그는 선천성 백내장으로 마주한 사람의 얼굴 윤곽 정도만 볼 수 있다. 인터넷 미니홈피(www.cyworld.com/goodkook)에 올라오는 격려 글들은 음성 전환 프로그램을 통해 확인한다. 그의 아버지는 지체장애인이고, 어머니와 형은 시각장애인이다.

그는 “부모님께서는 제가 가수로 활동하면서 상처를 입거나 힘들어할까 봐 많이 걱정하신다”며 “하지만 열심히 가수 활동을 해 장애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가수 인순이처럼 오래도록 감동을 주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그는 “성공하면 이웃을 돕고 싶다. 장애인이 무조건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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