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루머… 질투… 결벽증… “여배우도 사람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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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개봉 영화 ‘여배우들’


윤여정 이미숙 고현정 최지우 김민희 김옥빈. 이름만으로도 쟁쟁한 여배우 6명이 한 영화에 나란히 주인공으로 나섰다. 실명을 걸고, 여배우 이전에 자연인으로서 각자의 얘기를 털어놓았다. 10일 개봉하는 영화 ‘여배우들’에서다.

‘정사’ ‘스캔들’의 이재용 감독은 이 영화에서 대중의 시선 속에 갇힌 여배우의 민얼굴을 여배우 스스로 털어놓게 하는 페이크 다큐 형식을 택했다. 2008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서울 강남구 청담동 스튜디오에서 여배우 6명이 패션잡지 표지 모델로 모인다는 시놉시스만 있었을 뿐 세세한 설정과 대사의 상당 부분은 즉석에서 만들었다. 감독은 “정해진 악보에 의해 연주되는 오케스트라가 아니라, 기본 악보에 즉흥연주와 애드리브를 얹은 재즈 같은 영화”라고 설명했다.

○ 고현정-최지우 긴장된 상황 연출

“내겐 이혼이 주홍글씨야. 나는 차였는데 저쪽에서 매스컴으로 다른 말을 떠들어대니 억울한 거야. 그랬더니 친구가 ‘너는 그 못생긴 놈에게 차였다는 게 좋으냐’ 그러더라.”(윤여정)

“아무리 세상이 좋아졌다 해도 우리가 이렇게 이혼 얘기하는 걸 보면 지×하는 사람 많을 걸?”(고현정)

“(영양제를 먹으며) 나 약으로 살잖아.”(이미숙)

영화에 출연한 여배우 6명은 작정한 듯 폭탄 발언을 쏟아냈다. 세간에 도는 루머에 대해서도 거리낌 없었다. 김옥빈은 “머리를 안 감았을 때 부스스해지는 느낌이 좋아 촬영장에 몇 번 안 감고 갔더니 안 씻는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말했다. 김민희는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 시사회에 갈 때마다 함께 출연한 ‘원더걸스’의 소희 팬들만 보여 서운했다”고 털어놓았다. 일본에서 지우히메(姬·공주)로 불리는 한류 스타 최지우도 “중국시장에서 인기 있는 송혜교가 부럽다”고 했다.

남의 인생을 연기해온 여배우들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의외로 솔직한 모습도 드러났다. 최지우는 마스크를 쓴 채 분장실을 휴지로 닦을 정도로 결벽증이 있었다. “이혼 후 술을 많이 마시기 시작했다”는 고현정은 술에 취해 이상한 신음소리를 내거나 혀가 꼬이는 소리를 냈다. 고현정이 “사치 심하고 비현실적인 쌍둥이자리네”라고 놀리자 화가 난 최지우가 “어디서 봤다고 반말이야. 그러니까 쫓겨나지”라고 말해 긴장된 상황을 연출했다. 윤여정은 함께 담배를 피우던 김옥빈이 쭈그리고 있는 것을 보고 “너 화장실에서 배웠구나. 피우려면 제대로 피워”라고 말했다. 사소한 것도 숨기며 살아온 여배우의 힘든 일상을 실감하게 하는 장면들이다.

○ 취중진담에 진심 묻어나

30일 오후 시사회에 참석한 여배우들은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폭소를 그치지 않았다. 시사회 후 열린 기자 간담회도 여느 자리와 달리 거침없는 말이 오갔고 주인공들은 때로 두서없이 횡설수설했다. 윤여정은 “담배 피우는 걸 너무 많이 잡았다. 감독님은 뭘 믿고 이렇게 찍었는지 모르겠다”고 웃었다. 이미숙은 “(자신을) 보여주고자 하는 사람들이 한데 모였다는 데 따를 부작용도 고민했지만 ‘보여주고 싶은 건 보여주자’는 생각에 출연을 결정했다. 한국에서 여배우의 진솔한 이야기를 대변해줄 뭔가가 필요했다”고 털어놓았다.

때로 ‘설정’의 흔적이 역력한 부분도 엿보였다. 쟁쟁한 여배우들의 초반 기 싸움이나 폭설로 촬영소품인 보석이 도착하지 않아 벌어지는 난감한 상황들이 그랬다. ‘그들만의 이야기’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공감할지도 미지수다. 그러나 눈이 내린 후부터 잔뜩 들뜬 여배우들이 샴페인을 마시며 벌이는 취중진담과 눈물에는 진심이 묻어났다. “배우도 사람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이미숙의 말처럼 여배우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낸, 배우로서의 인권을 대변한 첫 영화라는 점만으로도 이 영화의 의미는 충분해 보였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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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스폰지


▲동아닷컴 박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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