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의 활약 속에서 10대 여자 솔로 가수로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유. 그녀는 걸그룹을 보면서 “더 잘해야지”하는 욕심이 생긴다고 한다. 사진제공|로엔엔터테인먼트
“포미닛, 에프엑스에는 저보다 어린 멤버가 있더라고요. 그들이 저보고 ‘선배님’ 하며 인사를 해요. ‘어머, 나보고 선배래’ 하며 참 신기하다 생각했죠. 엊그제 데뷔한 것 같은데 1년이 지났더라고요. 이젠 막내가 아니라는 생각에 서운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나보고 선배라고 하는 친구들은 막상 저보다 키도 크고 얼굴도 예쁘고…, 후배 같지 않아요.”
평소 수줍음 많고 내성적인 여고 1년생 아이유(본명 이지은·16)는 ‘걸 그룹’ 이야기를 하자 말문이 활짝 열렸다. 그녀는 실력 있는 걸 그룹들의 활약을 보면서 ‘멋있다’ 생각이 들면서도 ‘나도 잘 해야 될텐데’ 하는 부담도 커진다고 한다.
“연습을 해야겠다는 의지가 막 생겨요. 이번 노래가 귀여운 노래여서 무대에서 귀여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아이유가 최근 발표한 미니앨범의 타이틀곡 ‘마쉬멜로우’는 깜찍하고 발랄한 소녀의 매력을 드러내는 프렌치 팝 스타일이다. 2008년 가을 데뷔하면서 ‘하이브리드 팝’이라는 새로운 장르에서 가창력을 들려준 아이유는 전작 ‘부’에 이어 이번에도 경쾌한 음악으로 활동에 나섰다.
알록달록한 의상과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의 후크송을 앞세운 걸그룹의 홍수 속에 10대 후반의 솔로 여가수의 존재는 묻혀 버리기 십상이지만, 아이유는 밀리는 기색이 전혀 없다.
“저도 이런 음악을 할 줄 몰랐어요. 주위에서도 놀라요. 음악은 두루두루 하면 좋죠. 그런데 요즘 걸그룹들이 너무 예쁘고 잘 빠져서, 저도 살을 빼서 예뻐 보이려고 노력했어요.”
실제로 데뷔할 때에 비해 요즘은 젖살이 많이 빠져 제법 숙녀티가 났다.
“그룹은 여러 명이 색깔을 나눠서 낼 수 있지만, 저는 혼자 하니까 노래마다 목소리를 다르게 내면서 앨범에 여러 색깔을 내려고 했어요. 외모관리도 중요하다 생각해서 살도 뺐어요. 그래도 제일 중요한건, 내가 ‘제일 잘하는’ 게 무엇인가, 그리고 ‘진짜 원하는’ 음악이 무엇인지 잊지 않도록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기타를 배우며 나름의 차별화를 가지려고 하고 있어요.”
“세번째 음반이다 보니 고집도 생겼지만 ‘쉽게 가자’는 프로듀서 요구에 따랐다”는 아이유의 말에서 나이를 잊게 하는 진지함이 배어나왔다.
“그래도 제 의견이 많이 들어갔어요. 코러스도 직접 다했어요. 내 생각이 반영되면서 ‘점점 내 앨범이 되는구나’ 느끼게 됐고요. 사람들이 편안하게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전 음악은 편안한 게 좋아요. 음악을 ‘노래’로만 듣지 말고, 목소리와 악기가 어우러진 ‘음악’으로 들었으면 좋겠어요.”
한창 외모에 관심을 갖게 될 나이지만 아이유는 “복장도 편안한 게 좋아” 평소 트레이닝 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다닌다.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남자’의 시선도 느낄 만 하지만 그녀는 “다들 아이돌이니까 조심해야 된다”며 웃는다.
“아이돌 가수들에게 어느 정도의 소속사의 통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회사가 저 잘 되라고 (통제)하는 것이니까요. 저 자신도 절제하게 돼요.”
아이유에게 ‘어떤 가수로 성장하고 싶은지’ 물었다. 그녀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이 어떤 것인지 아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즉답했다.
“이제는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과 제가 ‘좋아하는 것’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할 것 같아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 지금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많이 듣지만, 나중에는 스스로 음악을 해나갈 줄 알아야겠죠. 그래서 작사, 작곡도 하고 프로듀서도 하고 싶어요. 이번 음반활동 후 본격적으로 트랙을 받아서 작사, 작곡을 해보려 합니다. 다음 음반에 싣겠다는 것보다 아직은 연습의 의미로요.”
아이유는 지금은 ‘발랄함’에 가치를 두고 활동하고 있지만, 다음 음반에서는 “좀 변할 것 같다”고 했다.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