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들의 수다] 어느덧 ‘능글맞은’ 30대 박광현 “아줌마들 눈물샘 꼬∼옥 짜드릴게요”

군 제대 후 지독한 사랑 경험…멜로에 자신감
첫 아침 드라마서 박은혜와 슬픈 러브스토리
13년 연기 경력…지금은 촬영장에서 여유 생겨
가수 김범수에 특훈받은 노래실력도 기대하세요

로맨티시스트로 안방극장에 돌아온 박광현. 그는 MBC 아침드라마 ‘분홍립스틱’에서 박은혜와 애절한 사랑을 그릴 예정이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늘 소년 같을 것 같던 박광현이 어느새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서른이 넘어 경력 13년째의 연기자가 됐다. 외모는 2000년에 출연한 KBS 성장드라마 ‘학교3’에 출연했을 때의 모습 그대로인데 그의 말처럼 박광현은 이제 “능글맞은” 30대가 됐다.

그동안 10∼20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왔던 박광현(32)은 내년 1월부터 아줌마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러 나선다. MBC 새 아침드라마 ‘분홍립스틱’에서 그는 여주인공 박은혜와 영원한 사랑이 무엇인지 직접 보여줄 예정이다. 이 시대 최고의 로맨티시스트로 변신할 박광현을 ‘여기자들의 수다’ 주인공으로 초대했다.

-이해리 기자(이하 이 기자) : 아침 드라마 출연은 처음인데 특히 주부 시청자들을 공략할 히든카드는 준비했나.

박광현(이하 광현) “아침 드라마는 시청자 층이 확실한 게 매력적이다. 예전에는 아침 드라마가 신인 등용문이었는데 지금은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미니 시리즈도 좋지만 시청층이 있는 아침 드라마도 매력적이다. 이번에 아줌마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야한 텐데(웃음). 헤어스타일과 의상도 댄디하게 바꿨다.”

-김민정 기자(이하 김 기자) : 드라마에서 박은혜의 키다리 아저씨 같은 존재로 아주 지고지순한 멜로를 보여줄 것 같은 느낌이다.

광현 “멜로에 자신이 생겼다. 그 동안 연애 경험도 많았고 이제야 제대로 된 멜로를 보여줄 수 있다. 내년이면 서른셋인데 생활 속 경험들이 드라마에 많이 녹여 넣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기자 : 드라마에서 결혼식을 많이 했고 연예인 결혼식이 열리면 어김없이 하객으로 참석하는 사진이 인터넷에 도배되기도 한다. 결혼과 인연이 많은 것 같다.

광현 “드라마에서 4번의 결혼식을 올렸다. 서유정, 소유진, 최강희 씨랑 결혼했고 올해 출연했던 ‘사랑은 아무나 하나’에서 한고은 씨와의 결혼이 4번째였다. 복이 많은 편이다. 실제로는 외아들이라 부모님이 결혼을 급하게 생각하신다. 마음을 먹으면 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아직 잘 모르겠다. 얼마 전까지는 결혼이 절실했는데 지독한 사랑을 한번 하고 나서는 그 의지가 한 풀 꺾였다.”

-김 기자 : 지독한 사랑이라면, 제대 이후를 말하는 건가.

광현 “맞다. 제대 후의 경험이다. 서로 좋은 마음으로 헤어졌다. 사랑의 경험이 이번 드라마에서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박은혜 씨와도 아픈 사랑을 할 것 같다.”

-이 기자 : ‘분홍립스틱’에서 MBA를 딴 수재로 나온다. 실제로도 엘리트로 알고 있는데.

광현 “드라마 캐릭터처럼 수재는 아니고 나름 가방끈은 길다. 가방끈이 명품이면 좋을 텐데 그렇지는 않다(웃음). 현재 박사과정을 준비 중에 있다. 쉬는 동안 어떤 것들을 해볼까 고민하다가 학교(한남대학교)를 다니게 됐고 여기까지 오게 됐다. 박사 논문 준비는 골프를 주제로 할 생각이다. 내년쯤에 LPGA 투어 중인 선수들을 직접 찾아가 설문조사를 할 생각인데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해서 벌써 걱정이다.”

김민정 기자(왼쪽)와 이해리 기자와 수다를 떨고 있는 박광현.

-김 기자 : 30대가 된 이후에 연기자로서 달라진 게 있나.

광현 “촬영장에서 여유가 생겼다. 카메라 앞에 설 때나 사람들을 대할 때 예전보다는 유연해진 것 같다. 예전에는 나 보다 나이가 적은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요즘에는 현장에서 나보다 어린 사람들이 많아졌다. 자연스럽게 현장이 편해지고 낯가림도 많이 없어졌다.”

-이 기자 : 30대로 믿어지지 않는 어린 외모가 신기할 정도다. 너무 어려 보이는 외모는 오히려 연기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을 텐데.

광현 “콤플렉스가 있었다. 군을 제대했는데도 실제로 캐스팅 과정에서 어려 보인다는 이유로 번번이 거절당하기도 했다. 그 때 1년쯤 슬럼프를 겪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MBC드라마넷 ‘별순검’을 찍었고 차츰 자신감을 찾았다. 지금은 어려보이는 대로 나만의 연기를 보여주려고 한다. 어려 보이지만 정신은 어리지 않으니까. 점점 능글맞아져서 스스로 황당할 때도 있다.”

-김 기자 : 입대 전 드라마 ‘단팥빵’에서 최강희와 최고의 커플 연기를 보여줬는데 작품을 함께 한 여자 연기자들과 계속 연락을 하면서 지내는지 궁금하다.

광현 “강희랑은 가끔 연락한다. 정말로 친한 친구가 됐다. 다들 알다시피 지금 강희가 휴대전화가 없다. 그래서 매니저한테 먼저 전화해서 “강희 시간 될 때 전화 한 통 달라”고 말해 놓으면 전화가 오는 식이다. 아직도 강희는 나를 ‘단팥빵’이라고 부른다.“

-이 기자 : 과거 앨범도 냈는데 이번 드라마에서도 박광현의 노래를 들어볼 수 있을까.

광현 “시켜주면 언제든지 하고 싶다. 예전에 앨범을 냈을 때는 음반에 대한 매력이 많지 않았다. 오히려 음반 활동이 끝나고 나서 관심이 많아졌다.

드라마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등장할 예정인데 곡을 정하지 못했다. 군에 있을 때 연예병사로 함께 복무했던 가수 김범수 씨에게 3개월 동안 노래 특훈을 받았다. 국군 방송국 측에서 공연을 준비하라고 마련해 준 연습실에서 발성 연습도 배우고 범수 노래로 트레이닝도 받았다. 범수는 나에게 노래를 가르쳐주고, 나는 범수에게 골프 자세를 알려줬다.(웃음)”

-김 기자 : ‘분홍립스틱’은 박광현의 또 다른 시작이란 느낌이다.

광현 “이번 드라마를 계기로 수면 위로 올라왔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제대하고 나서 늘 하는 질문이 ‘요즘 뭐하니?’였다. 다행히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그런 질문들이 많이 줄기는 했지만 다시 한번 수면 위로 올라와서 뭔가를 보여주고 싶다.(웃음)”

○이해리 기자가 본 박광현

‘동안’ 콤플렉스 벗자 연기 자신감 쑥쑥

‘동안’이란 수식어는 누군가에게는 그토록 갖고 싶은 말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콤플렉스가 될 수도 있다. 박광현은 군에서 제대한 뒤 어려보이는 외모 탓에 원하는 역할을 따내지 못하는 휫수가 반복되자 슬럼프를 겪었다고 했다. “이제는 편안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하는 박광현은 어느 때보다 자신감에 차 있었다. “아픈 사랑을 했었다”는 고백에서 그는 소탈한 한 남자의 모습을 보였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어린 여자보다는 말이 잘 통하는 연인을 만나고 싶다”는 말에서는 진솔함이 느껴졌다. 자신에겐 연기의 걸림돌일 수 있지만 그를 지켜보는 입장에서 박광현의 어리고 풋풋한 외모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재능 가운데 하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의 신작 ‘분홍립스틱’은 어느 때보다 자신감에 찬 박광현의 새로운 시작이 될 것 같다.

○김민정 기자가 본 박광현

영화촬영에 강의까지…그는 ‘욕심쟁이’

박광현은 토목 공학으로 석사 과정을 마쳤고 현재 골프로 박사 과정을 준비 중이다. 본격적인 박사 논문 준비를 위해 미국에도 다녀 올 생각이다. 실제 골프 경기가 열리는 미국으로 가서 선수들에게 설문을 받고 통계 논문을 쓸 예정이다. 그는 방학이 되면 계절 학기 강의를 위해 스키장에서 훈남 교수로 변신한다. 처음에는 그의 모습에 신기해하던 학생들도 이내 스키 자세를 지적하고 점수를 깎는 ‘교수’ 박광현의 모습에 잔뜩 긴장한다고. 드라마 대본 암기와 캐릭터 분석만 해도 벅차 보이는데 영화 촬영에 강의까지 욕심내는 걸 보니 박광현, 그는 진정한 ‘욕심쟁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사진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