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꾸똥꾸’ 대란? 어디까지 막말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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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2일 16시 16분


극중 어린이 버릇없는 말투 방통심의 제재 논란
"이유 있는 캐릭터의 대사이다" vs "실제 어린이들이 따라하고 있으니 문제"
어디까지가 막말 방송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 필요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의 유행어 ‘빵꾸똥꾸’. MBC 화면캡처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의 유행어 ‘빵꾸똥꾸’. MBC 화면캡처
올해 최고의 유행어 가운데 하나인 '빵꾸똥꾸'는 얼마나 폭력적인 말투일까?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연출 김병욱)'이 낳은 유행어 '빵꾸똥꾸'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제재 조치를 내렸다. 위원회가 문제 삼은 대목은 지난 11월 18일과 20일, 23일 방송된 대사. "왜 때려, 이 빵꾸똥꾸야" "먹지 마! 어디 거지같은 게 내가 사온 케이크를 먹으려고" "내 방에서 당장 나가" 등 극중 초등학생인 해리(진지희 분)는 어린이의 대사 치고는 상당히 격한 표현을 썼다.

위원회는 해리가 어른들에게 폭력적인 언행(빵꾸똥꾸)을 자주, 그것도 필요 이상으로 장기간 반복적으로 묘사해 방송법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권고는 법적인 강제성이 없는 경징계에 불과하나 막말 방송을 없애겠다는 위원회의 의지를 읽기에는 충분했으며, 과연 최신 유행어를 제재할 수 있느냐를 놓고 찬반 논쟁까지 이어져 파문은 의외로 컸다.

시청자들은 막말방송이 국민정서를 해친다는 대원칙에는 동의하면서도 이 같은 구체적인 제재 조치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올해 최고 유행어가 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아역 캐릭터의 대사를 놓고 '막말방송'을 논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에 대해 논쟁이 벌어진 것이다.

위원회, "어린이에게 나쁜 영향 끼칠 수 있다"

이 시트콤은 부모의 과보호 속에 성장한 어린이의 건방진 태도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극중 사용되는 '빵꾸똥꾸'라는 대사는 그러한 건방짐의 상징이면서 못난 어른들을 조롱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비속어이나 발음하기 좋게 순화시킨 표현이어서 이 대사는 순식간에 세간의 화제가 되며 유행어로 떠올랐다.

문제는 이 시트콤의 등급이 '15세 이상 시청가'이면서도 오후 7시 50분에 방송돼 15세 미만의 어린이들까지 시청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상당수의 가정에서는 어린이들이 부모를 향해 '빵꾸똥꾸'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바람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피해' 사례가 해당 방송국과 위원회로 접수돼 제재 조치로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 시청자는 이 시트콤의 게시판에 "극중에서 이 아이가 빵꾸똥꾸를 쓰는 데는 그만한 이유와 근거가 있는데 하루아침에 쓰지 말라고 해서 없애버린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그리고 분명히 15세 관람가를 받아서 방송하고 있다면 문제가 될 게 없다"고 반박했다. 미국에서 20년간 방송된 가족용 만화 '심슨'에는 이 보다 더한 표현도 나온다는 것.

또 다른 시청자는 "아무리 거친 표현이라고 해도 그것을 시청자들이 판단하게 그냥 놔뒀으면 좋겠다"며 "한창 유쾌하게 보고 있는 와중에 위원회가 일방적으로 막말 딱지를 붙이는 것이 정당한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 같은 논쟁은 과연 어디까지가 '막말방송'인지, 그리고 15세 이상에 합당한 방송 시간은 언제인가에 대한 논쟁으로까지 발전했다.

김병욱 PD "그런 기준이라면 거의 모든 드라마를 제재해야"

논란이 심화되자 김병욱 PD는 2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방송위 심의 기준을 이해할 수 없다"며 "빵꾸똥꾸"라는 표현에 대해서 변함없이 그대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혀 눈길을 모았다.

김 PD는 현재 TV 드라마 속에는 온갖 불륜과 출생의 비밀, 복수 등이 판을 치는데 이를 제재하지 않은 것은 권장할만한 미풍양속이란 얘기이냐고 반문하면서, 그런 기준이라면 광화문 총격 신도 어린이 시청자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반문했다.

이어 김 PD는 "해리는 분명 문제가 있는 캐릭터다. 우리 시트콤은 하자가 있는 사람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모범적인 캐릭터라면 작품에 나올 이유가 없지 않은가. 해리의 버릇없는 모습도 가족에게 관심을 받지 못했던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 전개될 내용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그려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호재 기자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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