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가장 영향력 있는 장르… 특유의 미학 등 학문적 접근 마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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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8일 03시 00분


‘다모’ 등 분석 박노현 연구원

TV드라마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치며 팬을 형성하고 때로는 사회현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상업성, 선정성 등으로 인해 학문적 연구의 대상으로 여겨지지 않았던 장르이기도 하다.

TV드라마에 대한 미학적 분석을 시도한 ‘드라마, 시학을 만나다’(휴머니스트)가 출간됐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통해 ‘굿바이 솔로’ ‘내 이름은 김삼순’ ‘다모’ 등 실제 방영됐던 드라마를 분석한 책이다. 저자인 박노현 동국대 한국문학연구소 연구원(38·사진)을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그동안 ‘TV는 바보상자’ 식의 선입견, 문자매체의 우월감 때문에 TV드라마는 문학의 한 영역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죠. 하지만 현실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이야기 장르는 TV드라마입니다.”

박 연구원의 본래 연구 분야는 1910년대 한국 근대 희곡이었다. 하지만 국문학과, 문예창작과 학생 상당수가 영화 시나리오 작가나 TV드라마 작가를 지망하는 것을 보면서 2005년경 드라마 미학을 연구하기로 마음먹었다.

김미옥 기자
김미옥 기자
“드라마의 대표적 특징은 ‘지속과 연속’입니다. 사람들이 긴 시간 동안 분절된 각 회를 지속적·연속적으로 보도록 만들기 위해 드라마 고유의 작법이 만들어지죠.”

TV드라마에서 유독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 연구원은 “최근에는 지난 회를 설명할 때 시간을 건너뛰며 줄거리를 더 촘촘하게 설명한다든가, 예고편에서 패러디를 하는 등 이런 반복성 자체를 드라마 특유의 미학으로 발전시키는 모습도 보인다”고 말했다.

일상적 언어를 비일상적으로 사용해 시청자에게 울림을 준다는 것도 드라마의 미학적 특징이다. 박 연구원은 “드라마 ‘다모’의 ‘아프냐, 나도 아프다’, ‘파리의 연인’의 ‘이 안에 너 있다’ 등의 대사들은 모두 지극히 일상적 단어임에도 특별한 순간에 사용됨으로써 시청자에게 감동을 준다”며 “이는 ‘가장 좋은 드라마의 언어는 낯섦과 동시에 명확한 것’이라고 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말과도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최근의 ‘막장드라마’에 대한 생각을 묻자 “그런 드라마들은 불륜이나 외도 같은 자극적 소재를 다루기 때문이 아니라 극 자체의 완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시청자에게조차 ‘욕하면서 본다’는 말을 듣는다”며 “막장드라마가 등장하는 것은 과연 좋은 드라마는 무엇인지 미학적으로 연구가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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