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서 독설공세…팬들은 되레 호감
‘하이킥’무뚝뚝 최다니엘·윤시윤도 인기
“능력남 또 다른 말” 드라마 까칠 대세
‘까칠함’이 대세인 세상이다.
‘까칠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야위거나 메말라 살갗이나 털에 윤기가 없고 조금 거칠다’이다. 일반적으로 상대에 대한 배려심이 부족하고 냉소, 쌀쌀한 말투, 무관심으로 상대의 마음을 박박 긁는다는 의미로 많이 쓰인다. 요즘 드라마에서는 ‘까칠함’을 앞세운 주인공들을 빼면 만들 수 없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김명민 이후 ‘미남이시네요’의 장근석, ‘천하무적 이평강’의 지현우, ‘찬란한 유산’ 이승기, ‘꽃보다 남자’의 이민호, ‘에덴의 동쪽’의 송승헌, ‘그들이 사는 세상’의 엄기준 등 인기 드라마의 주인공은 하나같이 까칠하다.
상대를 무시하는 것은 기본이고 남들 다 하는 배려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 그러나 여성시청자들은 이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이런 흐름은 2010년 돼서도 여전하다. 요즘 까칠한 남자의 선두는 이선균. 그는 ‘훈남’이미지로 사랑받아오다가 MBC 드라마 ‘파스타’에서 ‘까칠남’으로 180도 변신했다.
극중에서 “이 떡진머리 같은 파스타는 뭐야!”, “내장을 확 뽑아서 소시지로 줄줄이 매달고 싶은 것들”이라고 상대 가리지 않고 독설을 퍼붓는다. 여자는 대놓고 싫어하고, 남자라고 해도 자기의 눈에 들지 않으면 무시하기 일쑤다. 이선균과 정반대로 따뜻하고 자상한 역할의 알렉스도 인기지만, ‘까칠남’ 이선균에게 호감 가득한 시선이 쏠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시트콤이라고 해도 ‘까칠’열풍은 빗겨가지 않는다. 시청률 20%%를 넘으며 고공행진 중인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는 까칠한 삼촌과 조카가 함께 등장한다.
외과의사 이지훈 역의 최다니엘은 여자친구에게 무관심하고 냉소적인 말투를 툭툭 내뱉는다. 최다니엘의 조카로 등장하는 윤시윤도 상대를 배려하는 부드러움이라고는 전혀 없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까칠함’이 인기다. 개그맨 이경규는 ‘까칠한’ 매력으로 동료 개그맨을 물론이고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그러면 이처럼 까칠한 주인공들에게 시청자들은 왜 매력을 느낄까. 드라마 속의 까칠남들, 겉보기에 정나미 떨어지는 모습이지만 가만히 지켜보면 그 속에 자기가 여자 밖에 모르는 우직함과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깔끔한 일처리, 남몰래 타인을 챙기는 깊은 속정이 숨어 있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매너와 친절, 세련된 매너의 자상함에서는 느낄 수 없는 진솔함이 담겨 있다. 그래서 시청자 게시판에는 “직설적인 멘트로 가끔은 굴욕감을 느끼게도 하지만 당당함과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에 끌린다” “상대의 눈치를 보고 무조건 배려하려는 남자는 매력 없고 우유부단해 보인다” “마초 같은 남자는 싫지만 어딘가 모르게 모성애를 자극하고 그 까칠함을 감싸주고 싶다”고 평가했다.
MBC 드라마 한 관계자는 “‘남자답지 않은 요즘 남자들’에게 여자들이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면서 “여자보다 남자 캐릭터가 까칠함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라고 밝혔다. 그는 “까칠한 겉모습 만보고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숨겨진 따뜻한 마음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면서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다”며 “당분간 까칠한 캐릭터가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씨는 이런 흐름에 대해 “요즘 주목 받는 ‘까칠한 남자’는 카리스마 있고 능력있는 남자의 다른 말”이라며 “이들은 직업이나 전문적으로 성공했지만 애정(멜로)에 서툰 부분이 있어서 여성 시청자들의 호감을 자극한다. 판타지를 주는 드라마의 기본 요소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 재미로 보는 까칠 지수
요즘 여자, 까칠한 남자에 눈길 줘요. 요즘 남자, 까칠한 여자에 매력 느껴요.나는 도대체 얼마나 까칠한 사람일까요? 은근슬쩍
까칠 지수를 체크해 보아요. 아래 문항을 읽고 ‘그렇다’, ‘아니다’를 체크해 보세요. 당신의 ‘그렇다’는 몇 개일까요.
1 식당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남의 집 아이들을 야단친 적이 있다.
2 횡단보도를 건너다 정지선을 넘어 온 자동차의 보닛을 ‘탕탕’ 쳐봤다.
3 음식을 먹다가 이물질이 나오면 종업원을 불러 항의를 하는 일이 잦다.
4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발을 밟히면 즉각 화를 낸다.
5 줄을 설 때 새치기를 당하면 곧바로 항의한다.
6 광고성 전화를 받으면 상대방 얘기를 듣지도 않고 전화를 그냥 끊어버린다.
7 말을 ‘얄밉게 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8 상급자, 선배일지라도 ‘할 말은 해야 한다’라고 생각한다.
9 회의, 미팅을 하거나 영화, 스포츠 관람 도중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나온다.
10 거리에서 나누어주는 광고지를 받지 않는다.
11 지하철이나 공공장소에서 주위의 시선을 받을 때 ‘잘생긴(예쁜) 사람 처음 봐?’라는 태도로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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