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반짝반짝 빛나는 눈길 한 번 받아보는 게 소원인 이 땅의 남자들은 고민이 많다. 언제는 ‘훈남’이 대세라더니 이젠 ‘까칠남’이란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어떻게 하면 까칠해질 수 있나요”, “제대로 까칠해지고 싶어요”, “여자애들이 저보고 까칠하다는데 저를 좋아하는 걸까요?” 등 예전 같으면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할 만한 질문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왜 여인네들은 까칠한 남자에게 매료되는 것일까? 과연 그들에겐 우리들이 알지 못하는 ‘뭔가’가 있는 것일까? 인터넷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20대 여성들의 심리가 잘 드러나 있다.
우선 ‘까칠함=카리스마’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카리스마가 넘치는 남성상은 여성이 남자에 대해 품고 있는, 꽤 낡았음에도 여전히 유효한 몇 안 되는 판타지 중 하나이다.
한 여성 SNFLrNS은 “여자는 ‘내 남자친구는 까칠해도 잘 챙겨준다’라는 사실을 자랑하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다”라고 했다. 확실히 여성들은 누구에게나 잘 해주는 헤픈 남자보다는 무뚝뚝하고 까칠해도 자신에게만 잘 대해주는 남자 쪽에 훨씬 더 끌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요즘 남자들은 ‘까칠’해지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정신과 전문의인 손석한(연세신경정신과) 원장은 “아이들이 부모나 교사에게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모범생이 되든지 말썽꾼이 되는 수밖에 없다”며 이는 성인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결국 남자가 여성에게 관심을 받기 위해서는 ‘엄친아’나 ‘까칠남’이 되어야 하는데, 후자가 한결 쉽지 않느냐는 얘기였다. 케이블TV 채널 tvN의 인기 프로그램 ‘재밌는 tv 롤러코스터-남녀탐구생활’의 김기호 작가는 “까칠남의 최대 매력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가시 있는 장미를 꺾고 싶어 하는 것은 남자만이 아니다. 김 작가는 “요즘엔 여자들도 까칠한 남자를 ‘정복’하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구나 까칠해질 수는 있지만, 누구나 사랑받을 수는 없다’라는 사실이다. 진정한 ‘까칠남’이 되기 위해서는 ‘잘난 척할 것’, ‘자신이 잘난 것을 잘 알고 있을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난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의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