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응 그래…. 오빠야…. 우리 남은이 밥 먹었니? 아냐…. 오빠가 미안해…. 내 맘 알지?” 친오누이의 통화로 생각하기는 힘든 내용. 남자는 50대, 여자는 20대다. 단박에 ‘원조교제’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그렇지만 남자가 안성기(58)라면 얘기가 좀 다르다. 14일 개봉하는 ‘페어 러브(Fair Love)’에서 20대 여대생과 사랑에 빠진 50대 노총각을 연기한 그를 7일 오후 서울 성동구의 한 극장에서 만났다. “내가 지금 주인공 형만처럼 50대 초반 노총각이라면 그런 사랑,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상황이 영화에서처럼 필연적으로 흘러간다면 말이죠. 만약 20대 딸이 있는데 50대 남자와 사귀려 한다면? 음…. ‘세상에 좋은 남자 널렸다’ 하면서 뜯어말릴 것 같은데요.”(웃음)》
50대男과 20대女의 로맨스 느끼함 없는 순수사랑 연기
형만은 자기만의 소우주인 작업실에만 틀어박혀 살아온 카메라 수리공이다. 그런 그 앞에 전 재산 8000만 원을 떼먹고 도망갔던 친구가 8년 만에 다시 나타난다. 암으로 죽어 가면서 “짬날 때 잠깐씩 집에 들러서 딸 남은(이하나)을 돌봐 달라”고 부탁하는 친구. 고독을 벗 삼아 살던 남자와 여자는 타인을 그리는 애틋한 마음을 생전 처음 경험하게 된다.
순수한 사랑을 연기할 수 있는 배우는 많다. 하지만 50대 남성과 20대 여성의 사랑을 안성기처럼 순수하게 그려낼 배우가 또 있을까. 사랑을 고백한 형만과 남은의 상기된 얼굴을 번갈아 클로즈업하는 장면. 눈을 감고 달콤한 기분을 음미하는 안성기의 미소에는 일말의 느끼함도 보이지 않는다.
“형만은 평생 연애 한 번 못해 본 남자죠. 나도 그 못잖게 남녀관계에 서툴렀어요. 대학 때 첫사랑을 만났는데 뭘 어찌해야 하는지 몰라서 헤매기만 하다가 차였습니다.(웃음) 집에 남자들만 득실대서…. 아내가 두 번째 연애 상대였어요. 이 사람은 또 여자만 보고 자라서 서로 조금씩 이해하는 법을 공부하며 살아왔죠.”
생일을 깜박 잊은 ‘오빠’에게 토라진 남은을 달래기 위해 형만은 깜짝 선물과 꽃다발을 선사한다. 안성기는 “한 번도 그런 이벤트를 해본 적이 없다”며 “원래 갖고 있는 어색함을 자연스럽게 연기로 써먹을 수 있었지만, 집사람이 그 장면을 보고 속상해할지도 모르겠다”며 웃었다.
남은과 형만은 서로를 “섹시하다”고 칭찬한다. 여느 50대 남성과 20대 여성이 주고받으면 눈총 받을 말이지만 안성기의 몸에는 그 칭찬이 잘 어울린다. 키 176cm에 몸무게 72kg. 카메라를 들고 먼 하늘을 올려다보는 미끈한 뒤태. 단추를 풀어헤친 셔츠 아래로 엿보이는 탄탄한 가슴근육과 군살 없는 복부. 울룩불룩 근육질 몸과는 다른 품위를 가진 매력이다.
“이틀에 한 번 1시간 반씩 친구를 만나서 밥을 먹듯 헬스클럽에 가요. 지금껏 살면서 마사지나 지압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피부가 좋다고요? 관리는 무슨…. 그냥 좋은 마음 품고 많이 웃으면서 사는 거죠.”
안성기가 해석한 형만은 ‘50대의 육체 안에 20대의 정서를 품은 인물’이다. 올해 서른다섯인 신연식 감독의 연애 경험을 토대로 만든 이야기. 스크립터로 참여한 신 감독의 아내 권한빛 씨(28)를 만났을 때 안성기는 비로소 영화 속 설정에 대한 의혹을 완전히 버릴 수 있었다.
“아기 같아요. 외모는 정말 서른 살 차이죠.(웃음) 세상에는 호감이 욕망을 압도할 수밖에 없는 관계도 분명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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