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그룹 클래지콰이의 보컬에서 연기자로 변신한 알렉스는 “연기는 합법적으로 다른 사람으로 3, 4개월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미옥 기자
가수, 라디오 DJ, 요리 프로그램 MC, 뮤지컬 배우, 요리책 작가, 예능 프로그램 출연….
여러 분야에서 활약하며 한결같이 ‘매력남’ 이미지를 심어준 그룹 클래지콰이의 알렉스(31)가 4일 시작한 MBC 드라마 ‘파스타’로 연기에 도전했다. 알렉스는 2007년 케이블 채널 드라마에 출연한 적은 있지만 지상파 드라마는 처음이다.
이 작품에서 그는 주식투자로 돈을 벌어 매일 최고급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식당 보조요리사(공효진)에게 능수능란하게 작업을 거는 김산 역할로 나온다. 극 전개상 아직 정체가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아 드라마 인터넷 게시판에는 그의 정체를 추측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드라마 첫 방송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그를 만났다.
―가수로 활동하면서 계속 연기에 대한 갈망이 있었나.
“아니다. 솔직히 내가 가수가 될지도 몰랐다. 하고 싶은 것을 다 이루고 있다기보다 열심히 살려고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내가 지금 자동차 레이서가 돼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 답변일 것이다. 꼭 연기를 하고 싶었다기보다 연기에 도전해 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다.”
―극중 배역이 기존 알렉스의 이미지와 비슷한 것 같다. 연기를 통해 이미지 변신을 할 생각은 없었나.
“굳이 내가 지니고 있는 면들을 숨기면서까지 다른 역할을 해야 하나 싶다. 여성들한테 친절한 매너남의 이미지를 버리려고 갑자기 영화 ‘살인의 추억’에 나올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건 힘들다. 그건 연기 내공이 쌓였을 때 욕심을 부리고 싶다.”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걸 보면 도전 정신이 많은 것 같다.
“그렇지는 않고, 오히려 어떻게 보면 너무 잰다. (웃으며)‘되는 게임’만 한다.”
―그렇다면 연기는 ‘되는 게임’이라고 봤는가.
“음…. 얻어갈 것이 많다는 점에서는 그랬다. 이걸 하면서 연기수업도 받고, 연기자들을 옆에서 보면서 그들의 삶도 배울 수 있지 않은가.”
대다수 가수 출신 배우들이 겪는 연기력 논란에 대한 각오가 돼 있는지 묻자 “연기력 비판을 받아도 ‘다음에는 더 열심히 해야겠구나’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면 이건 ‘된 게임’이다”며 “악플을 보고 밤을 지새우는 스타일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클래지콰이 팬 중에는 알렉스가 계속 가수 활동만 했으면 하는 이들도 있을 것 같다.
“대부분의 팬은 내가 노래에 전념하기를 원하겠지만, 미안해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분들의 갈증은 내가 음악을 통해 풀어주면 되는데 내 갈증은 어디서 푸나. 대중 연예인의 타이틀로 대중 앞에 자꾸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클래지콰이의 음악을 버리는 것은 아니다. 열심히 하는 모습에 호응해줬으면 좋겠다.”
그는 “지난해 눈치 안 보는 연애를 못해 본 것이 아쉽다”며 “새해에는 ‘파스타’가 끝난 뒤 적어도 한 달 동안은 휴대전화를 꺼놓고 여행을 가고 싶고, 좀 더 풍성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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