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누구나 실수를 할 때가 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신이 아닌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크고 작은 실수를 저지르기 마련이다.
말실수도 그렇다. 의도한 것과는 달리 생각 없이 뱉은 말 한 마디가 다른 사람에게 비수를 꽂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그 비수는 부메랑처럼 화자에게 되돌아와 책임을 물을 때도 있다.
정치인, 연예인 등 유명인사들은 입단속에 더 유의해야 한다. 그들의 말은 공론화돼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준다. 실언을 했다가 정상의 자리에서 바로 추락할 수도 있다.
일본의 섹시스타 코다 쿠미(28)가 대표적인 사례다. 허스키하면서도 매력적인 목소리, 육감적인 몸매와 섹시한 이미지로 각광받던 실력파 가수 코다 쿠미는 하루아침에 '비호감'의 낙인이 찍혔다.
그녀의 실언은 가수로 무대에 서는 한, 평생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것이다. 코다 쿠미는 지금도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라며 후회하고 있을지 모른다.
▶ 화려한 데뷔…썰렁한 신인시절
코다 쿠미는 1999년 일본 가요계의 대형 기획사 에이벡스가 주최한 신인가수 오디션에서 2위를 차지하면서 가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예쁘지 않은 얼굴과 통통한 체격이 문제가 됐지만 가창력을 인정받아 미국 팝 시장에서 먼저 데뷔했다.
코다 쿠미는 미국에서 'TAKE BACK' 'Trust Your Love' 등 2장의 싱글을 선보였다. 이 음반들이 빌보드 댄스차트 상위권에 오르며 그는 신인가수로서 주목할만한 성과를 냈고 그에 대한 일본 음악계의 기대도 커졌다.
막상 일본으로 돌아온 뒤론 음반이 잇따라 실패해 썰렁한 신인시절을 보내야 했다. 곡도 좋았고 노래도 잘 했지만 외모가 문제였다. 2000년대 초반 J-POP계에선 하마사키 아유미, BoA, 마츠우라 아야, 쿠라키 마이 등 예쁘장한 여가수들이 각광받았다.
2003년 7번째 싱글 수록곡 'real Emotion'이 2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고 오리콘 주간차트 3위에 오르면서 코다 쿠미의 실력이 비로소 인정받는 듯 했다. 각종 가요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름을 널리 알린 것도 이때였다.
그러나 'real Emotion'의 인기는 빠른 비트와 화려한 멜로디로 곡 자체의 구성이 워낙 뛰어난데다 세계적인 인기 게임 '파이널판타지 X-2'의 오프닝 테마송으로 채택된 덕택이었다. CD의 재킷에도 코다 쿠미를 대신해 게임 여주인공 캐릭터들이 등장했다.
코다 쿠미는 노래 한 곡으로 반짝 인기를 누렸지만 그 다음 싱글들이 빛을 보지 못하며 대중에게 외면당했다.
▶ 섹시한 '갸루' 가수로 정상에 오르다
코다 쿠미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4년, 몸무게를 8kg이나 뺀 뒤 가슴선이 훤히 드러난 의상을 입고 섹시 컨셉트로 무대에 오르면서부터다. 그녀는 11번째 싱글 '큐티하니'를 발표하면서 패션 등 외적으로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
섹시한 여성이 자신의 매력을 자랑하는 내용의 이 노래는 일본 영화 '큐티하니'의 주제가로 수록됐다. '큐티하니'는 코다 쿠미의 변화된 이미지와 잘 맞아 호응을 얻으며 오리콘 주간차트 4위에 올랐다.
지금 일본에서 아이코닉(iconiq)이란 이름으로 활동 중인 그룹 슈가 출신의 아유미가 '온동이가 짝고 이쁜 나 가툰 요자'(엉덩이가 작고 예쁜 나 같은 여자) '부따까케~'(부탁할게~)라고 불러 화제를 모았던 '큐티하니'가 바로 이 곡이다.
이후 코다 쿠미는 2005년 발표한 4번째 앨범 'secret'의 재킷처럼, 염색한 머리와 두터운 눈 화장 등 섹시한 '갸루' 이미지를 내세워 호응을 얻었다. 여가수로서 자신의 단점이었던 '못 생긴 얼굴'을 개성 있게 연출해 성공한 것이다.
또 각종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꾸밈없는 모습을 보여주며 팬을 확보했다. 팬들은 그녀를 '에로 캇코이'(에로틱하면서 멋진)라는 수식어로 불렀고 이 말이 크게 유행하며 정상급 여가수로 우뚝 섰다.
2005년엔 첫 베스트앨범 'BEST~first things'가 191만여장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오리콘 주간차트 1위를 기록했다. 데뷔 5년 만에 처음으로 정상에 오른 것이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2005년 12월부터 세계 최초로 12주 동안 연속으로 12장의 싱글을 발매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고 이는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다.
▶ 말실수 한 마디로 추락한 섹시스타
인기가 높아질수록 그녀의 의상과 퍼포먼스는 더욱 과감해졌다. 2006년 발표한 32번째 싱글 '4 hot wave'에 수록된 'JUICY'의 뮤직비디오는 남성 댄서의 주요 부위를 쓰다듬거나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댄스로 논란을 일으켰다.
콘서트에서는 뮤직비디오에 비해 훨씬 수위가 높은 선정적인 퍼포먼스를 감행해 문제를 일으켰다. '섹시한 여가수'에서 '19금 성인용 가수'로 자신의 이미지를 바꾸려는 것 같았다. TV 프로그램에도 가슴선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의상을 입고 등장했다.
이 같은 논란은 '안티'가 늘어나는 계기가 됐지만, 한편으론 그녀의 인기를 더욱 끌어올리기도 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섹시스타로 자리 매김을 한 코다 쿠미는 2006, 2007년 일본 골든디스크 대상과 레코드대상 금상을 수상하는 등 각종 시상식에서 영광을 안았다.
섹시스타로 잘 나가고 잘 팔리던 코다 쿠미가 추락한 것은 2008년 1월 말실수 때문이었다. 솔직함이 매력이었던 그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35세가 넘은 임신부는 양수가 썩어 간다"는 실언을 했다. 임신부의 나이가 많으면 건강한 아이를 낳기 어렵다는 뜻이었다.
불임부부가 반발하고 나서는 등 그녀의 실언은 일본 사회에 겉잡을 수 없는 파문을 일으켰다. 코다 쿠미는 결국 공식사죄까지 했지만 '비호감'의 낙인을 쉽게 지울 수 없었다. 새 앨범을 냈는데도 가수 활동을 잠시 중단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녀는 6개월간 자숙한 뒤 40번째 싱글 'MOON'으로 복귀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대중은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코다 쿠미에게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시선을 주지 않는다. '양수 실언' 논란 이후에도 열성적인 팬들 덕택에 오리콘 주간차트 1위에 오르는 등 그럭저럭 괜찮은 성적을 냈지만 음반 판매량은 눈에 띄게 줄었다.
그녀는 2009년 12월 31일 NHK의 연말 쇼 프로그램인 '홍백가합전'에 가수로 활동하는 여동생 misono와 함께 무대에 올라 열창했다. 하지만 객석의 반응은 썰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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