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 이미지 벗으려고 일부러 톡톡 튀었죠”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19일 03시 00분


28일 개봉 ‘하모니’로 3년 만에 국내영화 복귀한 김윤진밝은 캐릭터 원해 스릴러 출연제의 거절관객에 재미-감동 준다면 애엄마 역할도 만족

신작 ‘하모니’로 연기 변신에 나선 배우 김윤진. 3년 전 ‘세븐데이즈’에서 유괴당한 딸을 구하기 위해 분투하던 변호사의 모습은 깡그리 벗어던지고 교도소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는 죄수로 변신했다. 원대연 기자
신작 ‘하모니’로 연기 변신에 나선 배우 김윤진. 3년 전 ‘세븐데이즈’에서 유괴당한 딸을 구하기 위해 분투하던 변호사의 모습은 깡그리 벗어던지고 교도소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는 죄수로 변신했다. 원대연 기자
배우 김윤진(37)의 이미지를 똑떨어지게 재단하긴 어렵다. ‘월드스타’나 ‘할리우드 배우’ 같은 수식어는 태평양 너머만큼이나 거리감이 들고, 사생활도 그다지 알려진 바가 없다. 실제 성격을 물으니 “저도 모르겠어요. 누구나 여러 면을 지니고 있잖아요”라며 즉답을 피한다. 평생을 연기로 먹고살 사람이 취하는 영민한 마케팅 전략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신을 숨기려는 그의 노력은 관객들이 극중 인물에 한층 몰입하게 만든다.

그가 28일 개봉하는 영화 ‘하모니’(12세 이상 관람 가)로 3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우발적으로 남편을 죽이고 교도소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는 홍정혜 역이다. 정혜를 주축으로 교도소 안에서 합창단이 꾸려지고, 저마다 아픔을 지닌 수감자들은 음악을 통해 상처를 치유해간다. 신예 감독 강대규는 교도소의 무거움과 우울함을 최대한 배제하고 감동과 재미를 앞세웠다. 모처럼 ‘밝은’ 캐릭터로 연기 변신을 시도한 김윤진을 17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카페에서 만났다.

“밝고 재밌는 배역이 좀처럼 안 들어왔는데 하모니는 좋은 기회였어요. ‘세븐데이즈’가 흥행하고 나서 스릴러 영화 제의를 얼마나 많이 받았는데요. 관객들이 지겨우실까 봐 더는 안했죠. 이번에 활발한 역할을 했으니 앞으로 이런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오지 않을까 기대돼요.”

영화 속 정혜는 수감자라는 처지에 어울리지 않게 밝다. 노래를 부르면 갓 돌이 지난 아들을 울리고 마는 음치이지만, 교도소에서 외부 합창단의 공연을 보고 난 뒤 합창단을 만들게 해달라고 교도관을 조르는 모습은 천진난만하기까지 하다.

여자 교도소 수감자들이 합창단을 꾸려 음악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가족들의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하모니’. 사진 제공 JK필름
여자 교도소 수감자들이 합창단을 꾸려 음악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가족들의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하모니’. 사진 제공 JK필름
“일부러 씩씩하고 까불까불하게 연기했어요. ‘너무 오버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걱정은 좀 했죠. 정혜가 칙칙하고 무거우면 영화 전체가 ‘다운’되잖아요. 특히 엄마로서 아이 앞에선 밝게 보이려고 노력한다면 관객들도 정혜에게 애정이 생길 것 같았어요.”

미국 ABC의 인기 드라마 ‘로스트’를 비롯해 ‘쉬리’ ‘세븐데이즈’ 등 화려한 전작들에 비해 하모니의 스토리 라인은 소박해 보인다. ‘출연하길 망설이진 않았느냐’고 묻자 그는 “고민은 안 했다”고 잘라 말했다. “애 엄마면 어때요. 제가 ‘CF 스타’로 출발한 이미지 배우도 아닌데….” 그러면서도 출산 장면에서 ‘생얼(민낯)’로 열연한 데 대해선 “시사회 때 보니 얼굴에 힘줄이랑 잡티가 너무 다 보여서 후회했다”고 털어놨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솔베이지의 노래’ 합창 장면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다고 한다. “제 노래 실력도 중간은 가는데, 솔베이지의 노래는 조수미 씨 정도는 돼야 완벽히 소화할 수 있는 어려운 노래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영화에선 전문가들이 따로 부른 합창을 입혔죠. 시사회 때 속상했어요. 관객들한테 거짓말하는 것 같아서요.”

그는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코미디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대놓고 웃기는 건 노력해도 안 되겠지만, 연습해서 웃기는 연기라면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코미디 잘하시는 분들 보면 굉장히 부럽거든요.”

그는 빡빡했던 하모니 홍보 일정을 마치고 로스트 시즌6 촬영을 위해 이날 오후 미국 하와이로 떠났다. 서울과 미국 로스앤젤레스, 하와이의 세 집을 오가며 산 지 6년째다. “집을 렌트하면 불편해서 로스트 시즌2를 찍을 때 겁 없이 하와이에 집을 샀어요. 캐릭터가 계속 죽어 나가는 드라마이다 보니 배우가 언제 짐을 싸야 할지 몰라 아무도 집을 안 샀거든요. 곧 로스트가 종영하니까 4월에 집을 팔아야 하는데, 부동산 가격이 너무 많이 떨어졌네요….”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dongA.com에 동영상

▲ 김윤진 인터뷰 영상

▲ 영화 하모니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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