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마마’ 이혜정 씨는 그를 가리켜 “요리계의 막강한 실력자”라고 말한다. 국내 셀리브리티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프렌치 비스트로 ‘레스쁘아’의 오너셰프 임기학의 이야기다. 올해 한국 나이로 34살. 2008년 레스토랑 오픈과 함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이 젊은 셰프에게는 어떤 ‘힘’이 있는 것일까.
○미각을 익히다
사실 처음부터 그는 스타 셰프가 될 운명을 타고 났는지 모른다. 할아버지 임광식 씨는 일본에 ‘식도원’을 차려 야끼니꾸를 최초로 소개, 일본 외식업계에 획을 그은 인물이다. 부모님도 일식집과 호텔을 경영했다. 이런 환경 덕에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인 어린 나이부터 매일 고베 비프와 와규, 생선회를 접하며 자연스럽게 미각이 발달했다. 한 입 맛을 보면 어떤 생선이고, 어떤 지역 고기인지 구분할 있을 정도. 성악(경원대)을 전공했지만 몸에 밴 외식업에 대한 꿈은 저버릴 수 없었다. 결국 대학 졸업 후 ‘존슨&웨일스’대로 유학을 떠났다.
○끈기로 버티다
우등 졸업생일 정도로 존슨&웨일스대 재학 시절 그는 출중했다. 하지만 지금의 임기학을 만든 것은 ‘끈기’다. 인턴십으로 뉴욕 최고 스타 셰프 다니엘 블루의 ‘DB 비스트로’에서 일하고 싶었던 그는 학교 관계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 곳을 찾아갔다. 종일(14시간) 일하면서 누구의 지시도 못 받고 잡일을 했고, 다시 오라고 한 사람도 없었지만 다음 주 다시 찾아가 똑같은 과정을 반복했다. 이 날도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였다. 그래도 3주 째 또 찾아갔고, 끝날 무렵 셰프는 처음으로 그에게 입을 열었다. “웰컴 투 DB.”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출근하니 고함과 욕설이 난무했고, 군대보다 군기가 심했어요. 제 음식이 담긴 접시를 보는 앞에서 깨기도 했어요.” 그래도 참았다. 오히려 “그래서 일을 빨리 배웠다”며 웃는다.
○손님과 교감하다
뉴욕, 파리, 런던 등을 돌아다니며 존경하는 셰프의 레스토랑에서 더 많이 배우고 싶었다. 하지만 비자라는 현실적 난관에 부딪혔다.
“배움에서 멀어질까 두려웠어요. 그 때 남에게 배우는 1차적 배움이 있다면 나에게 배우는 2차적 배움이 있다는 걸 깨달았죠.”
그는 한국에 돌아와 ‘레스쁘아’를 열었고, 또 다른 배움에 들어갔다. 손님과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어쩌면 그만큼 멋진 요리 실력을 가진 셰프는 국내에 많을지 모른다. 그런데 그중에 임기학이 스타 셰프로서 각광받는 데는 고객과의 교감이 크다.
“손님이 제가 만든 메뉴를 뉴욕에서 먹어봤다고 얘기하면 ‘이러 이러한 점이 마음에 드셨죠? 저도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라는 식으로 공감대를 형성해요. 그게 손님들이 느낀 매력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