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 대한민국에서 여배우로 산다는 것![]() 얼마 전까지, 내게 있어 '여배우'라는 단어의 느낌은 빌리와일더 감독의 1950년 영화 '선셋대로'의 느낌과 맞닿아 있었다. 은퇴 뒤 잊혀진 노배우 임에도 자신이 아직도 왕년의 그 화려했던 스타라고 여기며 자신만의 성에 갇혀 사는 여배우 '노마 데이몬스'. 그녀의 모습은 영화계와 배우들의 이면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이는 세대와 국적을 초월해 같은 여성, 동종 직업인으로서 보다 더 내밀하게 공유할 수밖에 없었던 슬픔을 넘어선 애잔함으로 오랫동안 가슴에 남았다. 이 영화는 20대부터 60대까지 각 세대를 대표하는 6인의 여배우들이 '영화'라는 형식을 빌어 자기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토크멘터리'였다. 6인의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들은 '영화'라는 틀 안에서 선후배 간의 갈등, 라이벌에 대한 경쟁심, 상대적일 수 있는 인간적 소외와 고뇌, 늙어가는 것에 대한 격세지감에서부터 실제 자신들의 이혼에 대한 입장 표명에 이르기까지 여배우로서 느끼는 자기들의 이야기를 쉴 새 없이 쏟아놓는다. 한창 공중파에서 인기 있는 '황금어장-무릎팍 도사'의 자진납세 버전, 스페셜 극장판이었다고나 할까? 윤여정 이미숙 고현정 최지우 김민희 김옥빈. 이들이 한꺼번에 출연해 사실과 허구의 아슬아슬한 경계 속에서 무대 뒤 여배우들의 실상을 보여준다는, 다소 자극적인 컨셉트를 내세웠지만 흥행에는 참패했다. 그럼에도 필자가 이 영화에 주목한 이유는, 비록 이 영화가 관음증적인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부추기기엔 부족했을지 몰라도 '관객'이 아니라 '여배우들'에게는 그들의 운신의 폭을 크게 넓혀주었고, 이는 마땅히 여배우들의 '인권신장 토크멘터리'라 할 만 하기 때문이다. 영화 '여배우들'을 통해 그녀들은 그렇게 수근댔던 세상을 향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정면으로, 또는 비틀어서 쏟아내며 그 발칙하게 포착된 기회를 통해 재미를 넘어서서 이를 자기화 시키는 똑똑함과 영민함을 발휘했다. 다소간의 약점이 있거나, 필요한 무언가가 있었던 배우들이 절대로 자신의 경력이나 이미지에 손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의 헌신으로 적당한 관심과 논란을 끌면서, 챙길 수 있는 것들을 알뜰하게 챙겨갈 수 있었던, '관객'이 아니라 '여배우들'에게 유익했던 영화가 된 것이다. 그만큼 시대가 변했고 세상이 달라졌으며 또한 여배우들도 진화했다. 물론 아직도 아름다운 외모와 젊음이 필수조건처럼 여겨지는 여배우의 세계에서 세상의 편견으로부터 그녀들 스스로가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는 없을 듯하다. 지금까지 한국영화사에서 가장 찬란했던 그녀들, 100명의 충무로 여배우들의 모습을 통해, 그 여배우라는 창을 통해, 한국영화의 '추억'을 되짚어보고자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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