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집중분석] 일본에서 대박난 ‘방귀송’, 왜 인기?

  • Array
  • 입력 2010년 3월 4일 15시 00분





드라마 '대장금'은 일본 NHK에서 방영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일본 팬들은 주인공 서장금 역을 맡은 배우 이영애의 빼어난 미모에 감탄했고 감동과 재치가 조화를 이룬 한국 사극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런데 이영애나 드라마 스토리 못지않게 일본 시청자를 사로잡은 '대장금'만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가 있었다. 이 드라마의 주제가 '오나라'가 그것이다.

한국 전통 민요를 연상케 하는 이 노래는 '오나라~ 오나라~ 아주 오나~'라는 독특한 가사로 국내 방영 당시에도 인기가 높았다. '오라고 한들 정말 오더냐'는 뜻으로 궁녀들의 한을 담은 내용이다.

하지만 일본 시청자들에겐 이 노래가 전혀 다른 느낌으로 들렸다. 일본어로 '오나라'(おなら)는 방귀를 뜻한다. 고궁에서 곱게 궁녀 옷을 차려입은 이영애가 방긋 웃는 화면과 함께 '방귀~ 방귀~'라는 주제가가 흘러나오니 웃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어에서 '방귀'가 그러하듯, 일본에서도 '오나라'라는 단어는 느낌 자체가 코믹하다. 방송에선 개그 소재로 자주 쓰인다. 최근 일본에선 이 '오나라'를 주제로 한 가요 '오나라 하즈카시쿠나이요'(Onaraはずかしくないよ·방귀 부끄럽지 않아)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에서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방귀 부끄럽지 않아\' 싱글 음반의 재킷. 여장을 한 남자 개그맨이 코믹한 표정과 춤을 선보이는 이 노래는 방귀가 부끄러운 것이 아니며 여성들이 남자친구 앞에서도 마음껏 방귀를 뀔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본에서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방귀 부끄럽지 않아\' 싱글 음반의 재킷. 여장을 한 남자 개그맨이 코믹한 표정과 춤을 선보이는 이 노래는 방귀가 부끄러운 것이 아니며 여성들이 남자친구 앞에서도 마음껏 방귀를 뀔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 '방귀송'에 사로잡힌 일본

지난달 10일 발매된 '오나라 하즈카시쿠나이요'는 첫 주에 오리콘 싱글 주간차트 2위에 올랐다. 이후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며 지금까지 3주 동안 13만여 장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이 노래는 음반뿐만 아니라 벨소리 등 휴대전화 콘텐츠도 이용자가 폭주하며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뮤직비디오에서 선보인 2000년대 초반 유행하던 파라파라 댄스와 방귀 뀌는 모습을 묘사한 동작도 화제다.

노래 가사는 제목만큼 엽기적이다. 도입부에선 '있잖아 너. 방귀~ 참지 않아도 돼. 방귀~ 부끄럽지 않아'라는 내레이션이 나온다. 그리고 '부끄러워하지 말고 빵빵뽕뽕. 부끄러워하면 안 돼 빵빵뽕뽕. 여자라도 (방귀) 뀔 때는 뀌는 거야. 빵빵 뽕뽕 뿡~뿡~뿡~뿡~'이란 후렴구와 함께 노래가 시작된다.
'방귀 부끄럽지 않아'를 부른 3인조 그룹 '온나 라부리'(여자 러블리) 멤버들. 가운데 서 있는 메인 보컬이 '갸루'로 여장한 남자 개그맨 카나다 사토시다.
'방귀 부끄럽지 않아'를 부른 3인조 그룹 '온나 라부리'(여자 러블리) 멤버들. 가운데 서 있는 메인 보컬이 '갸루'로 여장한 남자 개그맨 카나다 사토시다.

1절에는 '여자라도 누구든지 하루에 10번, 20번의 방귀를 뀌어. 그러니까 안 돼 안 돼. 규칙으로 막아서는. 너희들의 뱃속이 S.O.S 상태가 되니까'라는 가사가 나온다. 남자친구를 향해 '부탁이야, 달링. 허락해줘. 이제 뀔 것 같아. 들어줘, 달링. 3! 2! 1! 뿡뿡뿡뿡~'이라고 호소한다.

2절에서는 '여자들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한 방, 두 방 방귀를 뀌고 있어. 그러니까 있잖아. 잘 들어줘. 당신 앞에서도 뿡뿡하고 싶어'라며 '갈 거야, 달링. 뀔 거야. 뀌었어. 랑데부~ 한 번 더 달링, 3! 2! 1! 뿡뿡뿡뿡~'이라고 노래한다.

▶ '방귀송'이 대박난 비결은?

'오나라 하즈카시쿠나이요'는 3인조 그룹 '온나 라부리'(여자 러블리)가 불렀다. 이들은 원래 가수로 활동하지는 않았고 이번 음반을 위해 만들어진 프로젝트 그룹이다.

언뜻 보면 여자 세 명이 멤버인 것으로 보이지만 보컬은 일본의 인기 남자 코미디언 카나다 사토시가 맡고 있다. '갸루'(독특한 화장이나 패션 스타일을 하는 젊은 여성)로 여장을 한 카나다 사토시는 어울리지 않게 귀여운 척을 하며 웃음을 자아낸다.

일본에선 코미디언들이 이처럼 프로젝트 그룹을 결성하거나 솔로 가수로 잠시 가요계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이 부른 코믹한 노래가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모으며 기 대 이상의 '대박'이 나기도 한다.
'방귀 부끄럽지 않아'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엉덩이에서 하트를 내뿜는 컴퓨터그래픽 효과가 재미있다.
'방귀 부끄럽지 않아'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엉덩이에서 하트를 내뿜는 컴퓨터그래픽 효과가 재미있다.

2008년 한 해 동안만 한시적으로 활동하면서 싱글 3장으로 약 106만장의 판매고를 올린 남자 코미디언 3인조 그룹 '슈치신'(수치심)이 대표적 사례다. '슈치신'은 유쾌한 내용의 가사와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 어우러진 첫 싱글 '슈치신'이 49만장 이상 팔리며 2008년도 오리콘 연간 싱글 판매량 5위에 오르는 등 웬만한 인기가수들의 인기를 압도했다.

이처럼 코믹한 노래가 큰 인기를 모으는 배경에는 오랜 불황으로 현실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일본 가요 팬들의 심리가 반영된 듯하다. 심각한 노래를 들으면서 깊은 생각에 잠기는 것보다 한 순간 웃고 즐기는 쪽을 선호하는 것이다.

또 여성들에게 남자친구 앞에서 방귀를 참지 말고 마음껏 뀌라는 메시지를 담은 노래 '오나라 하즈카시쿠나이요'의 히트는 일본 사회에서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명확하게 구분 짓던 보수적 인식이 바뀌는 현상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선 최근 초식남이 유행하는 등 남성의 권위는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여성의 사회진출은 활발해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 따라 여성들이 방귀를 자신의 의지대로 뀔 권리와 자유를 노래로 부르짖는 것이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