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도중 김정은은 자주 '초콜릿' 전임 담당자였던 이지원 PD를 언급했다. SBS의 대표적 스타 PD인 그와 상의해가면서 자신의 캐릭터를 잡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이지원 PD에게 문의하자 그는 펄쩍 뒤며 "그 공은 전적으로 김정은에게 있다"는 의견을 보내왔다. 이 PD는 2009년 한 해 동안 '초콜릿' 담당PD로 활동하며 김정은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이다(편집자주).
정은씨는 프로예요.
제가 초콜릿 프로그램을 이어받으면서 처음 꾀했던 변화 중 하나가 대본에 의한 형식적인 진행의 모습이 아니라 그날의 게스트와의 음악과 토크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녹아나는 가족같은 MC의 모습이었어요.
음악 프로그램은 말할 것도 없고 거의 모든 프로그램이 큐카드를 들고 진행하거든요. 물론 MC는 그것을 대놓고 봐가면서 대사를 상기시키는 거지요. 정은씨는 그날 나올 뮤지션의 음악을 사전에 챙겨듣고 공부하고 오는 건 물론이고, 저도 잘 모르는 악기 연주자 하나하나의 이름을 숙지하는 건 기본이구요, 그날의 대본을 녹화 전에 몽땅 다 암기해요.
이번엔 기타...원맨쇼 \'김정은 밴드\' 때문에 큐카드를 들 필요도 없고 게스트와의 토크도 맥을 끊는 일이 없이 너무 자연스럽죠. 정말 그냥 카페에서 얘기 나누듯 상대방이 편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할 수 있도록 충분히 들어주고 안방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면서도 제작진이 노렸던 토크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아요. 정말 똑똑한 사람이예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아요. 프로그램을 위해서 탱고를 배워서 추고 기타를 연습해서 연주하고 드럼까지도 배웠어요. 제가 프로그램을 맡자마자 프로그램 타이틀 음악을 스타작곡가 'E-Tribe'에게 부탁해서 새로 만들었는데 가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직접 밤을 새가면서 녹음을 하고 그 노래를 방송에서 부르기까지 했어요. 정말 프로죠.
▶"너무도 소탈하고 인간적인, 대한민국 톱클래스 여배우 MC"
정은 씨의 패션 감각도 남다르죠. 뭘 입어도 그림이지만 어떤 의상과 어떤 컨셉이 자기를 돋보이게 하고 필요한 분위기를 이끌어내는지 너무 잘 알아요.
새 로고송에 맞춰 타이틀 촬영도 다시 했는데 육심원 화백이라고 아주 유명한 여류화가가 제 친구인데 정은 씨를 그려달라고 부탁했거든요. 그 그림 속 모습과 똑같은 의상으로 찍는 것이 컨셉이었는데 그림의 의상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그 의상을 제작해 똑같이 준비해 왔더라고요. 덕분에 너무 멋진 촬영 결과가 나온 건 물론이고요.
무엇보다도 정은 씨의 가장 큰 매력은 대단히 인간적이라는 거예요.
대한민국 탑 클래스 여배우가 이처럼 소탈한 모습을 보이기 쉽지 않거든요. 무대 위에서도 그렇고 평소에도 항상 제작진과 소통하고 먼저 전화를 걸어와서 이야기를 나누고 심지어 뒤풀이 자리에서도 그냥 동네 친구처럼 어울려서 술 한 잔 하는 것도 스스럼이 없어요.
정은 씨만의 트레이드 코믹춤(?)이 있는데 허리를 굽혔다 펴면서 섹시 코믹 웨이브를 추는 거거든요. 소위 말해 망가지는 거죠. 여배우가 하기엔 참 민망할 수도 있는 건데 사석에선 물론이고 방송 중에도 필요하면 그걸로 분위기를 순식간에 재밌게 만들어요. 자기 이미지 관리만 하고 멋있어 보이는 것만 하려는 연예인에게선 절대로 찾아볼 수 없는 부분이지요.
소녀시대 티파니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김정은. 작년 여름에 특집으로 소녀시대 편을 한 적이 있었어요. 토크를 하다가 막내 서현이 어머니가 일종의 몰래카메라로 깜짝 출연을 하는 거였는데, 당시 티파니가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해 처음으로 고백하면서 현장이 울음바다가 돼서 기사도 많이 나가고 했던 장면이 있었어요.
정은 씨가 그 순간에 MC로서가 아니라 정말 친언니처럼 우는 소녀시대 아이들 전원을 하나하나 진심으로 껴안아 주었습니다. 그 순간 무대 뒤에 있던 저까지도 정말 그의 진정성이 느껴지면서 '아, 이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 누구를 대하든 배우이기 전에 너무나 마음이 따뜻한 인간이구나' 하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코끝이 찡했어요. 정은 씨는 가식과는 거리가 먼, 실제로 너무나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예요.
저는 이제 다른 PD에게 프로그램을 물려주고 떠났지만 아마도 '김정은의 초콜릿'은 아주 오래 생명력을 유지할 것 같아요.
정은 씨가 늘 하는 말 중에 "이 프로그램은 10년은 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하는데 절대 그냥 하는 말이 아니고 정말로 그 정도로 애착을 갖고 열과 성의를 다 쏟아내죠.
작년 하반기에 영화 '식객2'를 촬영하면서 몇 달 동안 전라도에서 밤샘 촬영을 하면서 녹화날인 수요일 하루만 서울로 올라오는 강행군을 하면서도 한번도 힘든 내색을 하거나 녹화 내용에 소홀히 한 적이 없어요. 그 힘든 과정은 제가 가장 잘 알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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