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4월 8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아트레온 4개관에서 열린다. 올해는 27개국 102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사무국에 따르면 이 영화제는 여성 관객이 약 80%를 차지한다. 여성이 주제이기 때문에 이 영화제를 ‘여자들만의 축제’로 생각하는 남성이 많다는 얘기다. 이 영화제는 2008년부터 남성 감독들이 여성성을 진지하게 조명한 영화도 상영해왔다. 올해 선보이는 남성 감독의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마더’를 비롯해 ‘힐데’ ‘탱고 싱어’ 등 3편이다. 이 영화제에 관심이 있는 남성들이 볼 만한 영화를 권은선 수석프로그래머가 추천했다.
○ 블레스드(애나 코키노스 감독·제작국 호주) 7명의 아이가 도시를 배회하다 위험한 길로 빠져든다. 한 생명이 사라지고 아이의 어머니는 비명을 지른다. 관객들은 똑같은 여정을 어머니 다섯 명의 관점으로 다시 보게 된다. 어머니 역시 아이만큼이나 길 잃고 방황하는 연약한 인간일 뿐이다. 남자 아이들이 어머니에게 끈끈한 애정을 가지면서도 어머니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하는 이중적 심리를 묘사했다. ○ 탱고 싱어(디에고 마르티네스 비냐티·벨기에 아르헨티나 프랑스 네덜란드) 남성 감독이 그린 여성 탱고 가수의 이야기. 어느 날 갑자기 실연을 당한 탱고 가수 헬레나. 사랑을 위해 노래하던 그에게 이별은 세상의 끝과 같다. 하지만 낯선 나라로 건너가 새 삶을 시작하기로 한다. 탱고를 좋아하고 남미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음악 팬이면 볼 만하다.
○ 데저트 플라워(셰리 호만·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 소말리아 출신의 모델 와리스 디리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와리스는 13세 되던 해 아버지가 강제로 결혼시키려 하자 도망친다.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다 사진작가의 눈에 띄어 모델로 데뷔한다. 그는 자신이 할례의 피해자임을 밝히고 이 악습에 투쟁하는 삶을 살기로 한다. 남녀의 시각을 떠나 인간의 존엄성 문제를 다뤘다. ○ 백인의 것(클레르 드니·프랑스) 마리아는 아프리카에서 나고 자란 백인 여성. 아버지와 전남편 앙드레, 아들에 이르는 삼대의 생계를 지탱해 온 농장이 마리아의 자존심 탓에 위협받게 된다. 앙드레는 마리아 몰래 가족들을 프랑스로 탈출시킬 계획을 세우고, 농장은 반란군 장교의 은신처가 되어간다. 현재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여성 감독의 작품. ○ 비전(마가레테 폰 트로타·독일) 음악, 과학, 의학, 문학, 철학 등에서 뛰어난 재주를 보였던 중세 힐데가르트 수녀를 소재로 한 전기. 독일의 부유한 집에서 태어난 그는 8세 때 베네딕트 수도원에 맡겨지고 멘터인 유타로부터 배운다. 유타가 죽은 뒤 힐데가르트는 유타의 몸에 남겨진 상처를 발견하고 충격을 받아 수도회의 방식을 바꾸기로 결심한다. 성별을 떠나 선구자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음을 보여준다.
개막작은 정치와 모성의 충돌을 날카롭게 묘사한 수잔네 슈나이더 감독의 ‘다가올 그날’이다. 폐막작은 ‘아시아 단편경선’ 섹션에 본선 진출한 19편의 단편 가운데 수상작을 상영한다. 지난해 ‘다큐멘터리 옥랑문화상’을 받은 경순 감독의 ‘레드마리아’도 주목할 만하다. 이 작품은 한국, 일본, 필리핀에 사는 여성 12명의 투쟁적 삶을 기록했다. 입장료는 일반 5000원(조조 4000원), 개·폐막작 1만2000원. 현장 매표소와 홈페이지(www.wffis.or.kr)에서 구입할 수 있다. 02-583-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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