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뉴스데이트]옥탑방 부부 감독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6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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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균 앵커) 제작비 2000만 원으로 일본에 수출까지 하게 된 영화가 있습니다. 친구와 부부 감독 4명이 집을 세트장 삼아 시나리오, 촬영, 분장, 배우까지 맡았다고 합니다.

(구가인 앵커) 지난달 개봉한 옴니버스 영화 ‘이웃집 좀비’ 얘긴데요, 부부이자 영화의 세트장 옥탑방 주인이기도 한 오영두 장윤정 감독을 영상뉴스팀 김현수 기자가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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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계단을 올라, 골목을 따라가면 작은 단독주택 위 옥탑방이 보입니다.

희미하게 남은 핏자국과 잘려진 사람의 발 모형. 이곳은 바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관객상과 심사위원특별상을 받고, 일본에도 수출한 영화 ‘이웃집 좀비’가 촬영된 곳입니다.

그래서 이웃집 좀비는 홈메이드이자 웰메이드라는 별칭이 붙었습니다.

(인터뷰) 오영두 / 감독
“홈메이드는 저희가 붙인 이름이고요, 웰메이드는 저희가 붙인 게 아니에요 참고로. 차 마시고 있었는데, 낮에. 집에서 한 번 찍어보면 되지 않을까. 영근이가 배우고, 훈이 형한테 카메라가 있고, 편집장비도 있고 훈이 형이 연출도 하고 저도 연출도 하고 글도 쓰니까, 분장도 있고, 세트장도 있고. 그러면 집에서…”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서울. 영화는 만약 사랑하는 사람, 우리의 이웃이 사람을 뜯어먹는 좀비가 된다면에 집중합니다.

주인공들은 연인과 함께 있기 위해 스스로 좀비가 되거나, 좀비가 된 엄마를 위해 자기 손가락을 음식으로 줍니다.

제작비는 영화 아바타의 1초 분량도 안 되는 2000만 원. 아내 장윤정 감독이 동네 재개발에 대비해 이사 가려고 모은 곗돈이 고스란히 들어갔습니다.

(인터뷰) 장윤정 / 감독
“영화를 영두가 15년 동안 했잖아요. 자기가 계속 찍고 싶을 거 아니에요. 마음속에 열정은 있는데 못하니까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저도 이제 그걸 아니까 찍는다면 그럼 찍어라 그래서 하게 된 거거든요. 하면 조금씩 해소가 되고. 이젠 어제도 우리 또 하나 찍어 볼까…”

스무 살부터 시작한 영화. 영화를 사랑한만큼 배신도 컸습니다. 무작정 해외로 떠나 봤지만 영화 바이러스엔 백신도 없었습니다.

(인터뷰)
“그때는 뭐 한국도 싫고, 다 떠나고, 호주를 가서 좀 살아야 겠다 해서 갔는데, 영화가 너무 하고 싶은 거죠, 나가 있으니까 점점 더. 갔다 와서 마음이 편해졌어요.”

큰 영화를 찍고 싶다는 조급함 보단, 크든 작든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습니다.

(인터뷰)
“실제로 입봉 준비 하시는 분들 중에서 5년 10년 동안 계속 준비를 하시는 분도 계시고요, 정말 진 빠지는 일이잖아요. 그에 비하면 저희는 어쨌든 작게라도 영화를 만들어서 극장까지 가보고, 그걸 통해서 저 같은 경우는 대단히 많은 경험을 했거든요.”

엔딩 크레딧이 독특합니다. 옥탑방 주인 집 아저씨, 동네 조기축구회, 그리고 ‘참을성 많으신 우리 부모님들’.

(인터뷰)
“우리 부모님들, 남들이 ‘어디 회사 다녀?’ 하면 영화판 쫓아다니는 것 같은데 근데 못 찍었어 그랬는데, 애매하잖아요. 이제 부모님이 할 말이 생긴거죠. 그래서 부모님들이 좀 좋아하세요. 작든 크든 간에 영화를 찍고, 또 상도 받고. 제가 아버지랑 가장 길게 통화해 본 게 26초 정도 되요, 전라도 분이신데 이번에 최초로 2~3분?”

이번 영화로 부부는 서로의 재능을 재발견했습니다. 특히 분장만 해왔던 아내는 처음으로 한 편의 시나리오와 감독을 맡아 호평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천재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서로의 꿈을 지켜주고,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인터뷰)
“영두가 하면 제가 가서 분장일 해야 하고, 윤정이가 하게 되면, 조감독은 싫고 그냥 어드바이저?”

동아일보 김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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