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를 원작으로 한 MBC 새 드라마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의 2월 25일 제작보고회. 주인공 최강타 역을 맡은 그는 한채영, 유인영, 한고은(왼쪽부터) 등 미녀스타들과 호흡을 맞춘다. 임진환 기자
한 남자가 성층권을 연상시키는 하늘 높은 곳에서 스카이다이빙을 시작한다. 너른 들판에 무사 착지한 그 남자는 아라비아산 명마를 타고 달린다. 절벽 위로는 고즈넉한 고성과 폭포수가 보인다. 남자의 하얀 옷과 푸른 대자연이 선명하게 대비된다.
남자는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헬름 협곡 동굴을 방불케 하는 장대하고 기묘한 동굴 앞에서 말을 멈추더니 그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간다. 그 남자의 '말벅지'가 돋보인다. 이윽고 '닌자 어쌔신'이나 '킬빌'에 나올 법한 도장이 나타난다. 남자가 날카로운 눈매로 2층을 본다. 아리따운 8등신 미인이 '앙탈'을 부리며 묶여 있다.
남자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한다. "세상은 기의 바다이다. 기는 모든 활동의 원동력이다. 마음으로 기를 조절하라. 마음으로 사물을 느껴라. 보이는 것만이 진실은 아니다." 순간 쾌걸 조로 저라 가라 한 펜싱 실력으로 닌자 부대를 무찌르고 미녀를 구해낸 그 남자. 그의 이름은 최강타!
MBC 드라마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극본 이홍구 연출 이형선, 이하 신불사)의 주인공 최강타 역의 송일국이 처음 등장하는 신이다. 100억 원대의 제작비를 들이며 '포스트 아이리스'를 표방한다는 이 드라마는 송일국 말고도 한채영 한고은 김민종 등 초호화 출연진으로 상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손꼽혔다.
원작은 스포츠 신문에 연재돼 큰 인기를 끈 故 박봉성 화백의 만화다. 만화 속 최강타는 천재적인 두뇌에 잘생긴 얼굴, 가늠할 수 없는 부를 갖춘 엄친아 중 엄친아. 카드 한 장으로 사람 목숨을 끊는 사상 최강의 '살수(殺手)'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괴한들에게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최강타가 진범인 아버지 친구 4명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이다.
고전 영화 '우뢰매'에서 본 듯한 최강타의 캐슬요새 내부. 강타(가운데)가 수하들과 함께 와인을 마시고 있다. ▶ "뭐지? 이 어처구니없는 드라마는!" 신불사에 쏟아진 비난들…
2년간 오직 이 작품만을 준비해 왔다는 송일국은 완벽한 최강타가 되기 위해 그동안 지켜오던 채식주의 원칙을 포기하고 닭고기로 식단을 조절하면서 몸만들기에 매진했다. 그 결과 체지방 2%대의 '초콜릿 복근남'으로 거듭나며 아줌마들의 마음을 훔쳤다. 또 하와이 바닷가를 배경으로 한채영 한고은 유인영 등 170cm대 S라인 여배우의 비키니 몸매가 초반 볼거리로 제공되면서 시청자들의 기대는 최고조에 달했다.
하지만 '포스트 아이리스'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6일 첫 방송이 나가자마자 '열화'와 같은 언론의 혹평이 쏟아졌다. '후레쉬 맨' 같은 일본 특수촬영물(이하 특촬물)을 연상케 하는 조잡한 컴퓨터 그래픽(CG)과 무개연성 때문에 원작의 재미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여배우들의 부정확한 발음과 연기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따위 드라마가 편성이 된 것 자체가 놀랍다"는 가혹한 시청자 평가도 있었다. 첫 회 방송은 16%대의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논란이 이어지자 4회 만에 11%대로 곤두박질쳤다.
사태가 심상치 않게 전개되자 "드라마적인 개연성보다 액션히어로 창조에 치중하겠다"고 장담하던 제작진은 결국 4회 방송이 나간 이후 한발 물러선 자세를 보였다. 제작진은 "그동안 신에 버금가는 능력을 갖춘 주인공 최강타를 드라마로 옮기는 과정에서 다소 허황된 만화 같은 전개가 이뤄졌지만 앞으로 등장인물들의 긴장관계가 명확해지고 단순히 볼거리가 많은 드라마를 넘어 재미있는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 신불사를 관통하는 '주성치 식' 영화의 감수성
하지만 졸작이라고 치부하기엔 신불사엔 묘한 중독성이 있다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특촬물 마니아를 자처하는 누리꾼들이다.
"이 드라마엔 뭔가 있어요. '삼마이'적인 묘한 매력이랄까. 내용보다는 이들의 진지함에 웃음이 절로 나와요. 그래서 계속 보게 돼요."
이들에게는 애니메이션 '파이널 판타지'의 한 장면 같은 최강타의 CG 티 너무 나는 비밀 기지마저도 사랑스러움 그 자체였다. 커뮤니티 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 등에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재미" "드라마에 액션 시트콤 요소를 접목해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등 극찬이 이어졌다. 오히려 스토리가 '정상화'된 3, 4회에 대해선 오히려 "재미가 덜하다" "어쩐지 섭섭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강타가 아랍 왕자로 변장한 신. 특히 최강타가 아랍 왕자로 변장하고 원수 중 한 명인 국제적인 무기 거래상 강태호 회장(김용건 분)을 만나는 장면이 '레전드'(극찬할 때 자주 쓰는 인터넷 유행어)로 남을 전망이다. 콧수염을 붙이고 하얀색 아랍 복식에 선글라스를 착용했지만 영락없는 한국인인 송일국을 보고 강 회장은 아랍 왕자로 깜빡 속아 넘어간다. 송일국은 "칼로 흥한 자는 칼로 망하기 마련이죠"라는 교훈적인 대사를 읊더니, 강회장의 몸에 장렬하게 칼침을 수놓는다. 어이없는 상황이나마 진지하게 연기하는 배우의 모습은 '홍콩 B급 영화의 대부' 주성치를 연상케 한다.
누리꾼들은 이 장면을 캡처해 인터넷 게시판에 옮겼다. 게시물 하단에는 "감독이 B급 영화 마니아라고 하면 얼마나 좋을까" "007을 바라지 말고 보면 된다" "어른들의 동심을 자극하는 드라마" "정한용 이재용 조진웅 등 악역도 귀엽다"는 댓글이 달렸다. 일부 누리꾼들은 "비난 여론에 조기 종영을 할까 봐 두렵다"는 걱정을 하기도 했다.
제작진이 원하든 않든 신불사는 한국형 B급 대표 드라마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신불사'가 초심을 유지한다면 할리우드 B급 첩보 영화 '오스틴 파워'와 견줘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오스틴 파워'가 큰 재미를 보진 못했지만 미국 현지에서는 마니아를 거느리며 3편까지 나올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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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9 05:30:01
전체 기자들이 조심해야 할 게 자신의 무지함을 지속적인 노력으로 극복하거나 자신이 모르면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해야 합니다.
2010-03-19 05:25:42
최현정 기자님 영화 공부 좀 더하셔야 겠슴다. 영화 '오스틴 파워스'는 B급 첩보영화가 아니랍니다. A급 코미디물이에요. 007영화를 패러디한거죠. 그래서 히트친거지 B급은 절대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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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9 05:30:01
전체 기자들이 조심해야 할 게 자신의 무지함을 지속적인 노력으로 극복하거나 자신이 모르면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해야 합니다.
2010-03-19 05:25:42
최현정 기자님 영화 공부 좀 더하셔야 겠슴다. 영화 '오스틴 파워스'는 B급 첩보영화가 아니랍니다. A급 코미디물이에요. 007영화를 패러디한거죠. 그래서 히트친거지 B급은 절대 아니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