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Q|옥주현과 그녀의 사람들] ‘10 To 10’ 연습벌레…옥주현은 슈퍼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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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2일 07시 00분


당당한 뮤지컬 스타와 쑥스러운 기자들(?)’ 옥주현과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남수다’의 기자들(왼쪽부터 양형모, 김원겸). 기자들로선 1시간여에 걸친 인터뷰보다 이 짧은 촬영이 훨씬 더 어려운 순간이었다.
당당한 뮤지컬 스타와 쑥스러운 기자들(?)’ 옥주현과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남수다’의 기자들(왼쪽부터 양형모, 김원겸). 기자들로선 1시간여에 걸친 인터뷰보다 이 짧은 촬영이 훨씬 더 어려운 순간이었다.
□ 男기자들의 수다
옥주현, 뮤지컬 그녀에 반했어


‘옥주현’하면 연상되는 것? ‘핑클’하면 당신은 구세대, ‘록시’하면 그나마 요즘 세대다. ‘가수에서 뮤지컬배우로 변신한 옥주현’이란 표현은 어느새 쌍팔년도 ‘뽕짝’처럼 구닥다리가 되어 버렸다. 그녀가 2005년 뮤지컬 ‘아이다’로 데뷔할 때만 해도 “재미로 한 번 나서나 보다”싶었더니, 아예 뮤지컬에 ‘재미를 붙여’ 배우로 푹 주저앉았다. ‘배우’이자 ‘가수’인 옥주현. 마징가제트에 나오는 아수라 백작의 두 얼굴을 지닌 이 사람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결국 연합전선을 펴기로 했다.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스포츠동아 인기 코너 ‘여기자들의 수다(여수다)’ 콘셉트를 빌려 ‘남수다’로 가보기로 했다. 공연 담당 기자(양형모)와 오랫동안 옥주현을 취재했던 기자(김원겸)가 한 팀을 이루어 비 내리는 오후, 그녀와의 약속 장소인 서울 신사동의 한 레스토랑으로 출격했다. 조금 늦게 인터뷰 장소에 도착한(사진촬영을 위해 미용실에 들렀다 오는 길이라고 했다) 옥주현은 “안녕하세요!”하더니, 이내 김원겸 기자를 발견하고 “어머? 여기 웬일?”이라며 놀란다. 두 사람은 핑클시대부터 친분이 있다.

시카고 ‘록시 하트’에 이어 옥주현은 4월 21일부터 ‘몬테크리스토백작’의 여주인공 ‘메르세데스’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새로운 레퍼토리로, 그녀의 통산 다섯 번째 뮤지컬 작품이다.

파릇파릇한 소녀시대 보면
핑클 시절도 그랬나 싶어요

어느새 서른…결혼요?
아직도 철 없이 일이나 할래요


“텐 투 텐(10 to 10) 연습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어요.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강행군하는 거죠. 새로 만난 배우들이 참 좋아요. 제가 팀워크 복이 좀 있거든요? 시카고 할 때도 어디 하나 모난 사람 없이 좋은 사람들뿐이라 배가 아주 자알∼ 갔죠.”

그러고 보니 2008년 첫 공연에서는 2명, 2009년에는 3명이 번갈아 맡았던 시카고의 록시 하트를 올해 처음으로 혼자서 버텼다. 말이 좋지 3개월 내내 홀로 무대를 지킨다는 건 결코 녹록치 않다. 무엇보다 체력과 목관리가 관건이다. 일반 직장인이라 해도 3개월 동안 감기 한번 안 걸리기가 어디 쉬운 일이던가. 옥주현은 연예 스타 출신으로 뮤지컬계에서 성공을 거둔 대표적 케이스로 꼽힌다. 많은 유명 연예인, 특히 가수 출신들이 뮤지컬 무대에 도전장을 내지만 실제로 ‘배우’ 소리 듣는 사람은 흔치 않다. 특히 가수라고 해서 무조건 노래가 통하는 것도 아니다. 창법과 발성 자체가 아예 다르기 때문이다.

“원래 제 창법 자체가 뮤지컬에 맞았는지도 몰라요. 사실 제 목소리가 대중가요 부르기엔 지나치게 드라마틱한 편이거든요. SG워너비 (김)진호씨도 그렇고 저도 배음이 많아요. 녹음할 때 기계로 소리를 압축하면 풍부함이 없어지죠. 솔직히 음반에 담긴 제 소리 별로 안 좋아해요. 평소 틈틈이 재즈보컬리스트, 뮤지컬 가수한테 팝 발성을 레슨받았죠. 덕분에 (뮤지컬로) 와서 하기 편했어요.”
김원겸 기자(이하 김 기자) : 가수가 뮤지컬을 하면 아무래도 원래 뮤지컬 하던 사람들의 반발감내지 텃세 같은 것이 있을텐데, ‘나도 이제 인정받고 있구나’싶을 때는 언제인지.

“솔직히 아직 목적지에 도달한 상태가 아니니 ‘인정 운운’은 그렇구요 ‘상당히 날카로운 시선으로 나를 보고 있구나’하는 생각은 들죠. 2005년 아이다 할 때 이∼만큼(손을 크게 벌리며) 먹은 욕을 좋은 모습으로 돌려드리려 열심히 했어요. 저도 ‘하나만 딱 하고 그만 둘래’하려고 이 쪽에 온 건 아니니까요.”
양형모 기자(이하 양 기자) : 요가 붐을 일으키며 ‘명품몸매’의 표준형같은 이미지를 지니고 있지요. 사람들이 옥주현씨를 볼 때 몸매부터 눈길이 갈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 그런 시선이 불편하지는 않나요.

“부담스럽죠. 저도 관리 안 하면 쪄요. 게을러질 때도 많고. 역시나 여자는 죽을 때까지 관리를 해야! 하하! 어쩌다 살이 찌면 ‘요요현상이다’라고 댓글이 우르르 붙고, 거꾸로 빠지면 ‘손댔나 보다’하죠.
김 기자 : 가수에서 완전히 뮤지컬 배우로 전업을 한 건지.

“가수 활동은 상징적으로라도 해야죠. 그걸 원하는 분들도 계시니까. 배우의 길도 잘 온 거 같고, 가수로서 위치도 놓고 싶지 않아요. 중요한 것은 ‘타이틀에 부끄럽지 말자’. 어디 가서 ‘저 가수예요’하는 데 노래 못 하면 창피하잖아요. 프라이드를 지켜야죠. 기자님들도 그런 게 있지 않나요?(뜨끔!)”
김 기자 : 원조 걸그룹 멤버로서 요즘 후배 걸그룹을 보는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소녀시대 같은 후배들 보면서 핑클 동료들끼리 ‘우리도 저 때 저렇게 파릇파릇 했나?’해요. ‘피부를 좀 바꿨으면 좋겠다’고 농담하죠. (성)유리가 마침 어제 생일이었어요. 우리 나이로 서른이니 핑클도 다 30대가 된 거죠. 기분이 묘하더라구요.”
양 기자 : 요즘 걸그룹들 춤을 핑클 보고 추라면 출 수 있었을까요.

“우리 땐 가사를 단순화해 춤으로 표현했거든요. 요즘은 워낙 기술적으로 뛰어나서.” (딱 잘라 ‘못 춘다’라고 말하진 않았다)
양 기자 : 올 해 만으로 서른. ‘옥주현의 서른 고개’는 어떤가요.

“스물아홉 때 의욕적으로 벌였던 요가 사업도 잘 안 됐고, 여하튼 당시 3년이 되게 힘들었죠. 제 미니홈피에 들어가 보면 ‘당신은 힘든 거 없이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잖아’하는 댓글이 많아요. ‘좋겠다, 치∼’하는 분위기랄지. 요즘은 추세가 버라이어티같은 데 나가서 힘들었던 얘기하고, 눈물 보이고, 그래서 동정 받아 상품가치를 높이는 거긴 한데 ….”

옥주현은 건강한 이미지가 강점이다. 무엇이든 노력을 해서 승부를 보는 씩씩한 젊음. 사람들에게 ‘옥주현도 하는데 나도 한 번 해볼까(미안!)’하는 희망을 준다.

“저도 희노애락을 겪는 사람이잖아요. 남들은 제가 목표를 이룬 순간만을 보니까. ‘잘 나가니 돈 좀 빌려 달라’는 글도 많이 받았어요. 그것도 마침 내가 죽을 만큼 힘들 때. 그렇다고 ‘나도 죽도록 힘들어요’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진심은 통한다’는 말 하나 믿고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할 뿐이죠. 지금은 그 때가 고마워요. 나를 견고하게 해줬으니까.”
김 기자 : 서른 고개도 넘겼으니 결혼도 생각해야 할텐데.

“아직 생각 없어요. 전엔 서른이면 할 줄 알았죠. 성숙하고 여자로서 좀 달라질 줄 알았는데, 막상 이 나이가 되니 여전히 철이 없고, 혼자선 수습하기 힘들고 그러거든요. 앞으로 몇 년은 더 일에 열중해야죠.”

옥주현은 인터뷰의 끝을 이렇게 맺었다.

“사람들은 제가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노력을 해야 운이 좋아진다’라고 믿는 쪽이에요. 한 선배가 준 CD에 ‘운이 많게 보이지만 그녀를 보면 운도 노력이라는 말이 생각난다’라고 적혀 있었죠. 그걸 보고 ‘그래, 난 가만히 앉아 있으면 되는 사람이 아니야. 더 노력해야 돼’하고 다짐했던 기억이 나요. 그나저나 아직도 인터뷰는 두려워요. ‘아’라고 얘기해도 ‘어’라고 나올까봐. 어떻게 하죠?”

‘건강한 노력’. 가수 겸 배우 옥주현을 만난 느낌을 다섯 자의 압축파일로 만들었다. 그녀의 다섯 번째 뮤지컬 무대가 궁금해진다. 그리고 참, 인터뷰를 두려워할 것까지야. 걱정할 것 없다. 우린 ‘아’라고 들으면 ‘아’라고 쓴다. 좋은 기사를 위해 기자들도 ‘건강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 옥주현은 누구

원조 걸그룹 여성 4인조 그룹 ‘핑클’ 출신이다. 1980년 3월 태생이니 올해 우리 나이로 31세. 경희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했고, 현재 디지털 서울문화예술대학교 연극영화학과와 실용음악학과 교수로 강단에 서고 있다. 핑클(9장)과 솔로활동(3장)을 합쳐 모두 12장의 음반을 냈다. 2005년 ‘아이다’로 뮤지컬 데뷔. 이후 캣츠(2008), 시카고(2008ㆍ2009ㆍ2010), 브로드웨이42번가(2009) 등 총 네 개의 뮤지컬 작품에 출연했다. 상복도 많은 편이어서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신인상(2005), 더 뮤지컬어워즈 여우주연상(2008)ㆍ여우인기상(2009), 제1회 서울문화예술대상 뮤지컬배우 대상(2010)을 받았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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