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채널 tvN에서 방영 중인 ‘위기일발 풍년빌라’는 사연이 많은 드라마다. 2년이라는 제작 기간, 첫 제작사의 부도, 지상파 편성이 거의 확정됐다가 결국 케이블로….
이 드라마는 신하균 이보영 백윤식 등 스타 캐스팅에 코믹과 스릴러를 결합한 형식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모험적인 장르’라는 이유로 지상파에 외면당한 끝에 케이블 채널로 갔다. 시청자들로부터 ‘흥미진진하다’ ‘색다르다’는 반응을 얻으며 순항 중이다.
줄거리의 기둥은 3000만 원짜리 낡은 빌라에 숨겨진 500억 원 상당의 황금에 얽힌 미스터리. 배우들이 ‘대본을 보고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을 정도로 짜임새가 탄탄하다. 대본을 쓴 이는 영화 ‘라이터를 켜라’를 연출한 장항준 감독(41)과 영화 ‘그해 여름’ 시나리오를 쓴 김은희 작가(38). 두 사람은 부부다. 1995년 SBS 예능국 선후배 작가로 만나 결혼한 뒤 이 드라마에서 처음 공동 작업을 했다. 두 사람을 18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극의 발상이 특이하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술자리에서 북한에서 넘어온 할아버지가 사는 집 이야기를 들었다. 할아버지가 은행을 못 믿어 돈이 생기면 땅에 묻었다고 한다. 땅만 파면 돈이 나와서 주인이 집을 못 판다는 이야기가 재미있어 ‘황금이 숨겨진 집 이야기를 쓰면 어떨까’ 생각했다.”(김)
“‘우리 이웃들은 정말 선량한가?’라는 의문을 품었다. 하늘 아래 부끄러움 없는 사람 없지 않나. 평범한 이웃 같으면서도 어딘가 구린 이들이 사는 공간 안에 순수한 복규(신하균)가 이사를 오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거창하게 말하자면 황금만능주의에 대한 비판이다.”(장)
―100% 사전제작 드라마다. 반응에 따라 내용을 바꿀 수 없어 불안했을 것 같다. 사전제작 성공 사례도 없는데….
“사전제작이 아니었다면 ‘산’으로 갔을 드라마다. 앞뒤가 꽉 짜여 있어 쓰다가 ‘이게 아니야’ 싶으면 다시 앞을 고쳐야 했다. 사전제작이 작가로서는 편했다.”(김)
두 사람 모두 드라마는 처음이다. 장 감독은 “요즘 드라마는 아줌마들이 찜질방에서 할 만한 이야기를 다루는 게 대세가 됐다. 드라마가 시청자를 리드하는 게 아니라 시청자한테 끌려간다. 새로운 게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가 드라마 쪽 출신이 아니어서 차별화된 드라마를 쓸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점이 지상파에서 이 작품을 꺼리는 ‘양날의 칼’이 된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갈수록 등장인물의 비밀이 벗겨지면서 코믹 요소가 줄고 스릴러가 강화된다. 김 작가는 “시부모님은 안 보셨으면 좋겠다. 보시면 ‘얘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나’ 생각하실 것 같다”며 웃었다.
이 부부는 다음 작품으로 부검의를 다룬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는 장 감독이 연출을, 김 작가가 대본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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