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어 조카들 잘 키우겠다” 이야기 90%가 조카들 근심 “친해지면 술 먹자고 귀찮게 할 텐데…괜찮겠어요?”
29일 최진영의 갑작스런 죽음을 접하고 머리에 떠오른 것은 이달 초 만났을 때 “외로워서…”라고 말끝을 흐리던 그의 얼굴이었다. 지금부터 3주전인 2일, 기자는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최진영과 처음 만났다. 당시 그가 새 소속사와 전속계약을 맺고 활동을 재개하는 소식을 전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당시 최진영은 “사업차 해외에 나갔다가 어저께 귀국했다”며 피곤한 듯 손으로 얼굴을 비볐다. 그의 얼굴은 햇볕에 검게 그을려 있었다. 조카들과 사이판에서 놀다 와서 그렇다고 했다. 피곤이 겹쳐 까맣게 탄 얼굴이 더 수척해보였다.
하지만 그는 “누나를 보내고 난 후보다 많이 괜찮아진 건데”라며 애써 웃으며 활기찬 분위기를 계속 보여주려고 애썼다. 처음 만난 최진영에게 기자로서 궁금한 것이 많았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등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의 눈치를 살피며 언제쯤 말을 건넬까 고민할 때 그가 먼저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최진영은 2008년 10월 누나 최진실이 세상을 떠난 뒤 두 조카의 양육에만 전념했다. 그는 “둘째 조카가 올 해 초등학생이 되어 학비가 만만치 않다”며 “학부모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싶다”고 했다. 그가 연예활동을 재개하는 이유도 조카들 때문이었다.
그는 두 조카에게 “이제는 삼촌이 뭐하는 사람인지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열심히 일해 돈을 벌어 두 아이를 보란 듯이 키우고 싶다고 강한 의지도 내비쳤다.
올 해 마흔이 된 최진영은 “결혼은 언젠가 하겠지만, 지금은 생각이 없고 아이들에게만 집중하고 싶다”고도 했다.
그날 그와 밤 늦게까지 술잔을 기울이며 한 이야기 속의 고민 중 90%%는 조카들에 대한 것이었다. 최진영은 조카들에 대한 근심과 먼저 떠나간 누나에 대한 속상함에 대해 푸념을 하며 술잔을 연신 비웠다. 평소에도 이렇게 술을 자주 마신다고 한다. 왜 그렇냐고 묻자, “외로워서”라고 말했다.
그는 무거워진 분위기를 바꾸려고 기자에게 “다음에는 내가 나이가 위니 ‘오빠’라고 부르라”며 장난을 쳤다. “외로워서 술을 마신다”는 그를 위로하기 위해 “혼자 먹지 말고 같이 먹자”고 했다. 그렇자 최진영은 “친해지면 술 먹자고 자주 괴롭힐텐데 괜찮겠어”라고 되물었다. 3시간여에 걸친 술자리를 끝내고 다음의 만남을 기약할 때 최진영은 한결 밝아진 표정으로 “오빠가 연락할게”라는 말했다. 그것이 그의 마지막 인사였다. 조카들에게 떳떳한 삼촌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하던, 그리고 기자에게 술 먹자며 자주 괴롭히겠다고 했던 최진영. 그는 아무런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그렇게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