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Q|낸시랭, 4차원 세계를 말하다] “아이 러~브 폭탄주 7000잔 돌렸을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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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5일 07시 00분


“나는 낸시랭, 누구와도 비교하지 마세요.” 세상에서 자신에 대한 강요와 억압을 가장 싫어한다는 팝아티스트 낸시랭. 자신만의 확실한 작가세계를 가진 그녀지만 때론 푼수 같은 상반된 모습이 매력 있다. 그녀의 오른 손에는 평소 분신처럼 여기는고양이 인형 코코 샤넬이 이날도 어김없이 함께 했다.
“나는 낸시랭, 누구와도 비교하지 마세요.”
세상에서 자신에 대한 강요와 억압을 가장 싫어한다는 팝아티스트 낸시랭. 자신만의 확실한 작가세계를 가진 그녀지만 때론 푼수 같은 상반된 모습이 매력 있다. 그녀의 오른 손에는 평소 분신처럼 여기는고양이 인형 코코 샤넬이 이날도 어김없이 함께 했다.
□ 아티스트 낸시랭, 4차원 세계를 말하다

그녀는 도도하고, 까다롭고, 그리고 막무가내인 4차원의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다?

사람을 만나보지 않고 단정짓는 선입견은 무섭다. 더구나 방송이나 신문, 인터넷과 같은 대중 매체를 통해 정해지는 셀러브리티에 대한 고정관념은 파급력이 크다. 사람들은 눈에 쉽게 뜨이는 모습만을 믿어버리게 된다.

그래서 낸시랭을 만났다. 본능적으로 ‘2010년이 인생의 2막이 될 것 같다’며 어린 아이마냥 들떠있는 그녀와 늘 함께하는 절친(?) 코코 샤넬과 함께. 그날 인터뷰인지 수다인지 알 수 없는대화는 두 시간을 훌쩍 넘겼다. 그때 기자 앞에 앉아 있는 그녀는 말 많고 소문 많은 유명인이 아니었다. 똑 부러지게 말 잘하고, 주관이 뚜렷하지만 조금은 푼수 같고, 그리고 마냥 순수한 팝 아티스트 낸시랭이었다. 만약 앞으로 누군가 낸시랭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면 이것부터 물어보고 싶다.

“당신은 낸시랭을 만난 적이 있습니까?”


강심장·스타킹 등
예능 출연 즐거워
악플·비난도 재미
저 변태 맞죠?

슬럼프땐 술이 최고
원샷 못하는 술꾼
악! 정말 싫어요

○ 너무 바쁜 그녀, 낸시랭

그녀는 바쁘다. 스포츠동아와 인터뷰가 있던 날도 스케줄이 꽉 차 있었다. 하지만 낸시랭은 “시간 구애 받지 않고 그냥 편하게 얘기했으면 좋겠어요”라며 기자의 심적 부담을 덜어줬다.

낸시랭은 요즘 그녀의 넘치는 끼를 알아보고 출연해 달라는 각종 프로그램의 섭외로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녀가 정성을 기울이는 일은 따로 있다. 바로 ‘UK 프로젝트’다. 영국 런던에서 6월을 목표로 추진중인 ‘UK 프로젝트’는 일명 ‘킹덤 오브 낸시랭’. 문자 그대로 낸시랭의 나라를 만드는 프로젝트다.

“이번 작품의 콘셉트 자체가 제 나라를 만드는 거예요. ‘개인이 국가다’라는 말에서 모티브를 얻어서 낸시랭의 국가를 선포하고, 시민들을 모집할 예정이에요. 6월은 영국 여왕의 생일이 있는 달이거든요. 영국으로 가서 엘리자베스 여왕을 만나 동의를 구할 거예요.”

일반인이 보기에는 황당할 수도 있는 기획이지만 이것이 바로 팝 아티스트 낸시랭의 작품 세계다. “2010년이 본능적으로 내 인생의 1막에서 2막으로 넘어가는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는 그녀는 ‘UK 프로젝트’를 통해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각오다. “영국에서 선보일 ‘UK 프로젝트’는 홍익대학교 선배인 강영민 팝 아티스트와 함께 진행해요. 작업을 늘 함께 하는 파트너에요. 전에 제 작품 ‘캘린더걸’에서 선보인 거지의 모습과 여왕의 모습도 모두 런던 퍼포먼스에서 볼 수 있어요. 영국 시민들에게도 그리고 저한테도 서로에게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는 작품이고, 사건이 될 거라고 믿고 있어요.”
○ 미술계의 이단아? “지지해 주는 분들도 많은데...”

새로 준비 중인 작품에 대해 한참 설명한 낸시랭은 최근 상상마당 갤러리에서 신진작가들과 함께 가진 전시회에 대해서도 말했다. 이번 전시회는 큐레이터들이 추천한 60명의 작가들이 참여한 것으로 낸시랭은 자신을 지지해주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에 기뻤다고 했다.

“많은 분들이 저를 ‘미술계의 이단아’라고 부르는 걸 알아요. 저와 유사한 작품 세계를 가진 아티스트도 같이 공격을 당하기도 했고요. 전시회가 끝나고 뒷풀이에 참석했는데 ‘너의 작품 세계를 인정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주변 분들의 말에 힘을 얻었어요.”
○ 아티스트가 예능에 출연하는 이유

낸시랭은 작품 준비 중에도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활발하다. SBS ‘강심장’이나 ‘스타킹’, MBC ‘환상의 짝꿍’ 등에 출연하면서 그녀가 한 말이 자주 화제가 되고, 가끔은 논란이 되기도 한다.

“연예인도 아티스트라고 생각해요. 물론 자신의 생각대로 아트를 만들어가는 사람이 있고, 소속사가 만들어준 이미지대로 ‘찍어내듯이’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다 같은 아티스트의 맥락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곧 이들을 소재로 한 셀러브리티 아트도 선보일 예정이에요.”

가끔은 의도치 않은 말들과 행동으로 오해를 사고, 그로 인해 만만치 않은 논란과 비난을 듣기도 하는 그녀. 모질기로 소문난 인터넷 악플에 적잖이 상처를 받을 법도 한데 그녀는 그것마저 즐긴다.

“예술가적 기질이 많다 보니 좀 변태적인 기질도 있나 봐요. 저에 대한 이야기들을 보면 아프기보다 웃음이 나기도 하거든요. 이런 저도 변태지만 누군가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려고 하는 안티들도 변태적인 성향이 강한 것 같아요.”
○ 기분전환? 음주가무가 최고죠

늘 에너지 넘치는 그녀지만 사람이기에 때론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가 있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슬럼프에 힘겨워 한다. 심신이 지친 낸시랭을 신나게 해 주는 것? 바로 음주가무다.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하는 자리에는 언제나 술이 있다”고 말하는 낸시랭이 가장 좋아하는 술은 폭탄주다.

“제가 폭탄주의 호스트에요. 제가 만든 폭탄주는 이미 7000여 명의 임상 실험(?)을 끝냈죠. 소주랑 맥주를 섞은 폭탄주도 좋고, 위스키와 맥주를 섞은 것도 좋아해요. 하지만 절대로 하나를 마시지는 않아요. 맥주만 마시면 오히려 빨리 취하더라고요.”

자신에 대한 강요와 억압을 가장 싫어한다는 낸시랭.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술자리에서 그녀는 ‘강요의 여왕’이다.

“아예 안 마시는 건 참을 수 있는데, 꺾어 마시는 건 절대 못 봐요. 낸시랭과 같이 술 마시는 사람은 무조건 ‘원 샷’이에요. 저는 강요를 싫어하는데 저는 술을 강요해요. 어머! 저 진짜 변태인가봐요(웃음).”
○ 낸시랭의 이상형? 뇌가 잘 생긴 남자

작품 활동에, 방송 출연 그리고 음주가무까지. 24시간도 모자란 듯 보였다. 그녀의 삶을 보면 ‘내 인생에 남자는 필요 없어’라고 주장하는 독신일 것 같았다. 그런데 그녀는 “결혼은 꼭 하고 싶다”고 말했다.

낸시랭은 2년을 사귄 남자친구와 지난 해 헤어졌다. 이상형을 물으니 뇌가 잘 생긴 남자란다.

“똑똑한 남자라고 말하면 너무 지식만 많은 사람으로 비춰질까봐 뇌가 잘 생긴 사람이라고 말해요. 내가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아티스트인 나를 잘 이해해 줄 수 있는 그릇이 큰 남자였으면 좋겠어요.”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사진|김종원 기자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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