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아름다워' 송창의 인터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5일 16시 42분


34살이 되도록 장가를 못 간 장남 양태섭(송창의)은 온 가족의 골칫거리다. 잘 나가는 내과 의사지만 번번이 여자에게 차이는 그에게 여동생은 "오빠 무슨 손바닥에 땀나는 병 있는 거 아니야?"라고 쏘아붙인다. 남동생은 "키스를 잘 못해? 키스는 해봤어?"라고 캐묻고 어머니는 "넌 너무 뜨뜻미지근한 게 문제"라고 질책한다. 가족 등쌀에 밀려 맞선을 보러 나가지만 태섭이 사랑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그의 남자친구 경수(이상우)다.
지난달 20일 첫 방송한 SBS 주말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는 가족드라마로서는 처음으로 동성애 문제를 다뤘다. 놀라운 점은 이 작품을 쓴 이가 40년 경력의 '노장' 김수현 작가라는 점이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시청률 15~16%대로 동시간대 1위를 달리고 있다. 제주도 현지 촬영 중인 송창의를 2일 전화로 만났다.

"지난해 말 선생님 제의를 받고 정말 기뻤다. 동성애자 캐릭터가 거리낌을 줄 수는 있다는 생각에 약간 걱정은 됐지만 어차피 '연기'니까 도전하자고 생각했다."

-김수현 작가는 '언어의 마술사'로 불리는데….
"대본이 많이 다르다는 점을 느낀다. 예전에 작품을 할 때에는 대본을 상황에 맞춰 바꿔 읽기도 했다. 선생님은 '어미' 하나까지 다 설명을 해주셔서 대본 그대로 읽으면 캐릭터가 살아난다. 어제 가족회의 장면을 찍었는데 총 대사가 10페이지 정도 됐다. 전 가족이 모여 대사를 연습하는데 너무 시끄러워서 다들 웃었다(웃음)."

-가족드라마에 동성애 코드가 등장한 점이 놀랍다. 김수현 작가와 정을영 감독이 특별히 요구한 점이 있는가.
"태섭과 경수의 사랑을 아름답게 표현해달라고 했다. 대중과의 편한 호흡을 원하시고 연기도 힘을 주기보다 섬세하게 하라고 했다. 둘의 관계는 어떻게 보면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일이다. 감독께서 '누구나 자기가 느끼는 것들을 속이고 살 때가 많이 있다. 그들(동성애자) 편을 들기보다 중립적인 시선으로 그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갔으면 한다'고 했다."
-기존 드라마에서 맡은 역할보다 연기하기가 힘들었나.
"캐릭터를 이해할 수 없다면 힘들었을 텐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남자를 사랑할 수는 없지만 사람은 사랑할 수 있지 않느냐. 남자들과의 '진한 우정' 정도로 접근했다."
태섭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그는 카우보이들의 사랑을 소재로 한 미국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을 들여다봤다. 극중 경수와 태섭은 "사랑한다"고 말한다거나 키스 등 수위 높은 애정 신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4일 방송에서 둘이 헤어지며 서로 "네가 먼저 가"라고 배려하고 가볍게 포옹한 게 지금까지 나온 가장 강도 높은 애정 신이었다.
드라마 인터넷 게시판에는 "신선하고 용감한 시도"라는 호평도 있지만 "동성애를 긍정적으로 그려서 청소년들이 영향 받을까봐 걱정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에 애해 그는 "주위 반응을 보면 10명 중 8명은 '괜찮다'고 말하고 나머지 2명은 '좀 그렇다'고 말한다. 나머지 2명 때문에 이 캐릭터가 생명력을 잃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지연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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