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배우 인생에서 가장 엄마스럽게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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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3일 03시 00분


22일 개봉 ‘친정엄마’서 두번째 주연 맡은 김해숙씨

때로는 ‘겹치기 출연’까지 해가며 쉬지 않고 일하는 이유를 묻자 김해숙은 “성숙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저를 필요로 하는 분들의 제의를 거절하지 않았고, 대부분 하고 싶은 역할이었기에 배우로서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때로는 ‘겹치기 출연’까지 해가며 쉬지 않고 일하는 이유를 묻자 김해숙은 “성숙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저를 필요로 하는 분들의 제의를 거절하지 않았고, 대부분 하고 싶은 역할이었기에 배우로서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영화 ‘친정엄마’(22일 개봉·전체 관람 가)는 제목에서 느껴지듯 얼마간은 진부한 소재를 담았다. 시골의 억척 엄마가 귀하게 키운 딸(박진희)을 암으로 먼저 저세상으로 보낸다는 줄거리다. 마당에 신문지를 깔고 쪼그려 앉은 어린 딸이 엄마의 응원 덕에 채변에 성공하는 장면, 철없는 딸이 학교에 찾아온 초라한 행색의 엄마를 “창피하다”며 쫓아 보내는 장면, 엄마가 무거운 보따리를 바리바리 이고 서울의 딸 자취방에 찾아가는 장면….

이런 낡디낡은 소재로도 관객의 눈물 콧물을 쏙 빼게 만든 건 배우 김해숙(55)의 힘이다. 역시 엄마 역이었던 코미디 영화 ‘경축! 우리 사랑’(2008년)에 이어 ‘친정엄마’로 스크린에서 두 번째 주연을 맡은 김해숙을 12일 서울 종로구 화동의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이 영화에서 “배우 인생을 통틀어 가장 만족스러운 연기를 했다”고 운을 뗐다. 암에 걸린 딸이 서울 가는 기차에 오르자 딸을 배웅하던 엄마가 끝내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며 달리는 기차를 따라가는 장면이다.

“촬영이 끝나고 탈진해서 30분 동안 온몸에 경련이 일어났어요. 그동안 제 연기에 항상 모자란 점을 느꼈는데 이 장면은 ‘정말 내가 찍은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순박하고 촌스러운 시골 아낙이 되기 위해 살을 5kg 찌우고 피부를 태웠다. ‘바가지 머리’도 망설이지 않았다. “‘가을동화’(2000년)를 민얼굴로 촬영하면서 ‘여배우’라는 수식어에서 ‘여’를 빼기로 했어요. 여성스럽게처럼 보이기보다 배우로 인정받고 싶거든요.”

그가 맡아온 엄마 캐릭터들은 스펙트럼이 넓다. 억척스러운 엄마(‘가을동화’), 친아들을 위해 양아들을 죽이려 하는 표독스러운 엄마(‘카인과 아벨’), 재혼한 엄마(‘인생은 아름다워’)까지. 그만 엄마에서 벗어나고 싶진 않을까. “엄마 역할에만 한정되니 항상 목마르고 배고파요. 그래도 영화에선 돌파구를 찾았어요. 같은 엄마라도 한층 자유로운 연기를 할 수 있거든요.”

그가 가장 파격적 변신을 꾀했던 작품은 ‘박쥐’였다. 섬뜩하고 히스테리컬한 시어머니 연기로 지난해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을 탔고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도 밟았다. “제가 배우로서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작품이에요. 내 안의 내가 무한하단 걸 느끼는 계기가 됐습니다.”

김해숙은 한 번도 성형수술을 하거나 보톡스를 맞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말이냐고 재차 묻자 “한번 보세요” 하며 얼굴을 내밀었다. 눈가가 주글주글했다. 김해숙을 ‘여배우’에서 ‘배우’로 확장시키는 힘이 바로 그 잔주름에 있는 듯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dongA.com에 동영상


▲영화 ‘친정엄마’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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