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인데 영화는 없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0일 03시 00분


‘뜨거운 감자’ 연주 5곡-노래 5곡 새 앨범

‘뜨거운 감자’의 김C(왼쪽)와 고범준. 사진 제공 다음기획
‘뜨거운 감자’의 김C(왼쪽)와 고범준. 사진 제공 다음기획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아 먹듯이 음악도 온라인 음악 사이트에서 한 곡씩 사서 내려받는 시대다. 레코드 가게에서 좋아하는 가수의 새 음반을 사서 가사집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앨범 전체를 ‘감상’하던 모습은 추억이 되어 버렸다.

이런 현실에서 최근 2인조 그룹 뜨거운 감자가 선보인 앨범 ‘시소’는 실험적이다. 우선 배우 배두나와 김태우가 영화 속 장면처럼 찍은 재킷 사진이 눈에 띈다. 두 배우가 출연한 약 14분 분량의 예고편 동영상도 인터넷에 공개됐다. 연주곡 5곡과 노래 5곡으로 구성된 앨범을 다 듣고 나면 당연히 영화 OST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없다. 뜨거운 감자는 이 앨범을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영화의 사운드”라며 ‘IST(Imaginary Sound Track)’라는 장르 이름을 붙였다. 앨범의 트랙을 차례로 들으면 남녀가 만나 설레는 사랑을 시작하고 행복한 날들이 이어지다 이별까지 겪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타이틀곡은 사랑의 시작과 끝을 각각 표현한 ‘고백’과 ‘시소’. 리듬이 경쾌한 ‘고백’은 햇살 포근한 봄날에 아기자기한 골목길을 걸으며 듣기에 좋은 노래다. ‘제일 마음에 드는 옷을 입고 노란 꽃 한 송이를 손에 들고 널 바라보다 그만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네….’(고백) 힙합 리듬을 차용한 ‘시소’에서는 구슬픈 이별의 감정이 느껴진다. ‘눈물이 마르고 입술이 마르고 마음이 마르고 다 닳아갈 때….’(시소)

16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카페에서 뜨거운 감자를 만났다. 멤버 고범준(36·베이스)은 “음반산업이 인스턴트 시스템으로 바뀌어 버렸다. 사람들이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게 하는 방법을 궁리하는 과정에서 이 앨범이 나왔다”고 말했다.

거꾸로 이 앨범을 바탕으로 영화를 제작할 계획은 없느냐고 묻자 두 멤버는 “희망사항이긴 하지만 영화 제작이 쉬운 일이 아니어서 아직은 계획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예고편 동영상은 영화감독인 용이 감독이 연출하고 김C(39·보컬)가 직접 시나리오를 썼다.

김C는 어린 시절부터 늘 시나리오를 써왔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개봉한 영화 ‘오이시맨’의 각본을 썼다. “시나리오를 왜 쓰냐고요? 그건 저에겐 ‘왜 화장실에 가세요?’와 똑같은 질문이에요. 머릿속에 떠오른 창작물을 배출하는 것뿐이죠. 그게 음악이든 글이든….”

5월 15일 오후 6시에는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를 연다. 4만4000원. 02-323-3704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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