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들여온 KBS ‘1대100’ 한국화 첫 성공
CATV ‘프로젝트...’ ‘ 러브스위치’ 등 줄이어
제작 노하우 전수... ‘원작 맛’ 살려 인기
최근 온스타일에서 종영한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시즌2’(왼쪽 사진)와 현재 tvN에서 방송하는 ‘러브스위치’(오른쪽 사진)는 해외 인기 프로그램을 ‘한국판’으로 만들어 시청자의 시선을 잡는 데 성공했다. 사진 제공 온스타일·tvN
환한 스튜디오에 반원형으로 늘어선 30명의 싱글 여성 앞에 한 젊은 남성이 등장한다. 남성의 외모와 목소리만으로 여성들은 ‘품평회’를 연다. ‘왠지 밤일(야간업소 웨이터) 할 것같이 생겼다.’ ‘나보다 예뻐서 짜증난다.’ 남성의 외모가 불만인 여성들은 ‘아웃’ 단추를 누른다. 19일 자정에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러브스위치’의 한 장면이다.
여성 30명이 남성 1명을 두고 경쟁하는 이 프로그램은 출연진의 거침없는 발언 덕분에 케이블 가구 시청률 0.997%(19일·TNmS)를 기록했다. 이 프로그램은 프랑스에서 처음 기획한 ‘테이크 미 아웃’의 포맷을 수입해 한국판으로 다시 만든 것이다. tvN 임택수 PD는 “여자가 남자를 선택하는 이 방식은 연애에서 남자가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과거의 발상을 뒤집은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런 프로그램이 통할 것 같아 수입했다”고 말했다.
○ 낮은 비용과 높은 흥행 가능성
최근 케이블 업계에서 해외 프로그램의 포맷 수입이 늘고 있다. 온스타일은 지난해 미국 ‘프로젝트 런웨이’의 포맷을 구입해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시즌1을 제작해 방송한 데 이어 최근 시즌2를 마쳤다. 올해 9월에는 미국 ‘도전! 슈퍼모델’의 포맷을 수입해 한국판을 선보인다.
포맷 수입이 늘어나는 이유는 저렴한 비용으로 흥행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포맷 구입비는 회당 제작비의 5% 안팎 수준이다. 온스타일을 운영하는 온미디어의 김제현 사업부장은 “온스타일에서 새 프로그램을 몇 번 만들어 봤는데 늘 무언가 튀는 느낌이었고 시청자들도 낯설어 했다. 해외에서 이미 성공한 프로그램의 포맷을 사들여 만드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국내 TV들이 해외 프로그램을 무단으로 베끼기도 했으나 저작권 침해와 표절 논란이 일면서 최근에 합법적인 포맷 수입이 대폭 늘어났다. 국내에서는 2007년 네덜란드의 포맷 개발회사인 엔데몰에서 포맷을 사들인 KBS ‘1 대 100’이 첫 사례다.
포맷을 수입하면 카메라의 위치, 세트 설치 방법, 진행자 선정 기준, 제작 스태프 현황 등 제작 노하우가 적힌 ‘바이블’을 받는다. 원작 프로듀서가 한국으로 와 제작을 돕고 첫 녹화 현장에 참석하기도 한다.
○ 국내 시청자의 취향에 맞추는 게 관건
포맷을 수입한 프로그램의 성공에는 원작의 국내 인지도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온미디어는 ‘프로젝트 런웨이’ 미국판이 온스타일에서 인기를 끌자 아예 포맷을 사들여 한국판을 제작했다.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시즌2는 17일 마지막 방송에서 케이블 가구 시청률 1.337%(TNmS)까지 올랐다.
지난해 방송한 MBC 에브리원의 ‘퍼펙트 브라이드’는 예비 신부와 예비 신랑, 예비 신랑의 어머니가 70일간 함께 생활하며 짝을 찾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터키 원작의 국내 인지도가 낮았던 데다 ‘합숙’ 규정 때문에 전문직 남성들이 출연을 꺼려 인기몰이에 실패했다.
또 포맷 수입 프로그램의 성공은 국내 시청자의 취향에 맞는 한국화에 달려 있다. tvN 임 PD는 “원작은 진행자가 한 명이지만 ‘러브스위치’는 두 명이다. 외국에서는 남자 출연진의 리액션을 화면에 잘 안 잡지만 한국 시청자들은 더 극적인 것을 원해 표정 변화도 보여 준다”고 말했다.
KBS ‘1 대 100’을 초기에 연출한 전진학 PD는 “미국판 ‘1 대 100’은 도전자가 100명을 다 이기지 못해도 중간에 그만두고 상금을 탈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제작진은 이런 방식이 한국 정서에 안 맞는다고 보고 100명을 다 물리쳐야 상금을 탈 수 있도록 더 극적으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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