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있는 롯데홈쇼핑 사옥에선 방송을 앞둔 쇼호스트들이 대기실에서 얼굴에 마스크팩을 붙이고 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4월부터 롯데홈쇼핑이 업계 최초로 풀 HD 방송 송출을 시작하면서 생겨 난 광경이다.
●"화면에 잡티 보일라", 쇼호스트는 피부관리 기존 SD 방송에 비해 화면 해상도가 4배 가량 높은 HD 방송 덕분에 상품의 색감이나 질감을 보다 정확히 표현할 수 있게 된 반면 출연자의 피부에 난 작은 잡티나 여드름도 화면에 적나라하게 나오자 쇼호스트들이 피부관리에 들어 간 것. 롯데홈쇼핑 쇼호스트 김지애 씨(35·여)는 "SD 시절엔 피부미인 소리도 곧잘 들었는데 최근에는 시청자들에게 피부에 대한 지적을 받곤 한다"며 "방송 전 마스크팩은 필수고 주 1, 2회씩 피부관리실도 다닌다"며 HD 방송 개시에 따른 고충을 호소했다. 화장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여드름 치료를 위해 피부과를 찾거나 피부과에서 얼굴의 점을 빼는 시술을 받는 쇼호스트도 있다는 후문이다. 분장팀 이윤정 팀장(32·여)은 "예전에는 15분이면 끝났던 쇼호스트 분장이 HD 방송 시작 이후 2배 이상 늘었다"고 귀띔했다. 의상 담당자에게 쪽가위가 필수품이 된 것도 HD 방송이 가져온 변화다. 의류 방송의 경우 선명한 화질 탓에 제품을 클로즈업하지 않아도 지저분한 실밥 등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모델이 방송 무대에 올라가기 직전까지 의상담당자는 쪽가위를 들고 삐져나온 실밥은 없는지 최종 점검을 한다. 방송에 쓰이는 소품도 '대우'가 올라갔다. 상품 전시에 쓰이는 테이블이나 천 등에 난 조그만 얼룩이나 흠도 화면에 고스란히 노출되기 때문에 소품을 옮길 때마다 천으로 감싸거나 모서리를 테이프로 감는 등 소품팀의 일손도 바빠졌다.
●늘어난 가로 화면 탓 모델 수도 늘어 가로 대 세로의 비율이 4:3인 SD 방송과 달리 화면 비율이 16:9인 HD 방송의 특성상 넓어진 가로 화면을 메우는 것도 홈쇼핑 업체 입장에선 큰 일이다. 기존에는 모델 6명만 세우면 꽉 차 보이는 화면 연출이 가능했지만 현재는 모델을 10명은 세워야 화면이 꽉 차 보이기 때문에 모델 인건비로 지급되는 돈도 늘었다. 롯데홈쇼핑은 넓어진 무대를 채울 수 있는 대형 세트 제작을 위해 HD 방송센터 내부에 세트 제작을 위한 별도 공간을 만들어 운영하는 한편 일기예보 등에 쓰이는 블루스크린을 갖춘 가상 스튜디오를 지어 넓어진 화면을 커버하고 있다. 이처럼 HD 방송으로 인해 신경 쓸 일이 늘었지만 혜택도 적지 않다. HD 방송의 선명한 화질이 방송에 등장한 제품과 실제 배송 받는 상품 사이의 시각적 오차를 줄여준 덕분에 "방송에서 보던 것과 다르다"는 고객 불만이 줄어든 것. 특히 패션이나 뷰티 상품 관련 반품률이 예전에 비해 줄었다. 롯데홈쇼핑 영업본부 신재우 전무는 "HD방송 개시로 인해 제작진 입장에선 사전 준비할 일들이 많아졌지만 고객에게 실제에 더 가까운 상품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돼 장기적으로 회사에 이득이 더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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