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방송에 따르면 1980년 아이티, 밤늦은 시각에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한 농부가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도망쳤다. '되살아난 시체'를 뜻하는 좀비였다. 영화 속에서만 존재하는 좀비를 실제로 보았다는 목격자가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이 사건은 당시 아이티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좀비의 출현에 사람들은 '환영'을 본 것이라고 일축했지만 아이티에서 좀비가 발견된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1936년 10월 아이티 거주 미국계 학자 조라 허스톤이 좀비 목격담을 신문에 밝혀 화제가 됐었다. 청년들이 길을 잃고 헤매던 한 여인 발견했는데 그녀의 표정은 죽어 있고 눈꺼풀은 하얗게 떠 있었다는 것. 청년들 중에는 그녀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27년 전에 죽은 누나 펠리시아였다. 펠리시아는 부두교 주술사의 청혼을 거절한 뒤 알 수 없는 병을 앓다가 죽었다. 가족들이 그녀의 무덤을 파헤쳐 관 뚜껑을 열어 보았으나 이미 안은 텅 비어 있었다.
그렇다면 아이티에서 발견된 좀비들은 정말 되살아난 시체일까. 아이티 좀비는 영화와는 달리 과거의 일을 기억하고 가족을 찾아올 만큼 의식이 있었다. 또한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았고 죽지 않는 불멸의 존재도 아니었다. 게다가 모두 생전에 주술사와 어떤 안 좋은 관계가 있었다.
1980년 좀비처럼 나타난 클라이버스 나르시스는 가족에게 "주술사의 마술에 좀비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생전의 모든 기억을 되찾았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신기한 점은 자신의 사망 이후의 일을 기억한다는 것. 그는 죽은 후 주술사의 도움으로 되살아나 2년간 농장에서 노예 생활을 했다고 말했다. 그의 증언대로 아이티 농장을 경찰이 급습, 좀비처럼 넋이 나간 채 고된 노역을 하는 한 무리의 사람을 발견했다.
이와 관련해 하버드 대학의 민속식물학자인 웨이드 데이비스 박사는 "좀비는 가사 상태인 사람들이 깨어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웨이드 박사는 현지 조사를 벌여 주술사들이 복어 독인 테트로도톡신이나 독말풀을 이용해 범죄자를 응징하는 민속 재판 관행을 발견했다. 이 독이 사람의 몸에 스며들 경우 가사상태에 이르게 된다는 것.
그는 "좀비 현상은 일종의 눈속임인데, 사제의 속임수를 알고 있는 자들이 뭔가 이득을 얻기 위해 환각제나 마취제를 사람들에게 투여해 일시적인 가사상태로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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