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기간 동안 매일 발간되는 소식지들을 보다보면 레드카펫 현장을 모은 화보 페이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가장 큰 사진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대부분 더티 마티니라는 여배우입니다.
평범한 외모에 100kg는 충분히 넘어 보이는 뚱뚱한 몸매의 더티 마티니는 영화제 이틀째(13일) 공식 상영회(Gala Screening)를 가진 마티유 아말릭 감독의 ‘순회공연’에 출연한 배우입니다.
이 배우가, 물론 영화제 초반입니다만, 이렇게 주목 받는 이유는 레드카펫을 지배했기 때문입니다.
영화제에서 공식 상영회 직전 감독과 배우들이 레드카펫을 밟고 극장으로 들어갑니다. 이 때 배우는 화려한 의상을 입고 카메라의 플래시 세례를 받습니다.
‘순회공연’은 더티 마티니, 미미 르 모, 줄리 아틀라스 무즈 등 100kg는 됨직한 육중한 몸매의 중년의 ‘아줌마’배우들이 출연하는 코미디영화입니다.
이들은 영화제 측이 마련해준 의전차량을 타고 레드카펫 행사장 입구에서 내리는 ‘관례’를 거부하고, 영화에 출연한 분장과 의상을 입고 약 50명의 영화 스태프들과 가두행진(퍼레이드)을 벌이며 레드카펫 입구로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익살맞은 포즈를 취하고 사람들에게 사인도 해주면서 아주 천천히 입장했습니다.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에도 충분했고, 사진기자들도 즐거운 표정으로 연신 신나게 셔터를 눌러댔습니다. 이러니 ‘순회공연’이 개막작 ‘로빈 후드’보다 더 주목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화보에도 크게 실린 것은 당연한 일일 테죠.
이런 풍경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레드카펫 현장이 떠오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영화제나 시상식이 많은 까닭에 레드카펫 행사가 자주 열립니다.
우리의 레드카펫은 경호원들이 엄격히 통제를 하고, 배우들은 육중한 밴에서 내려 잠시 사진 기자 앞에서 포즈를 취한 뒤 곧바로 앞만 보고 행사장으로 입장을 합니다.
레드카펫의 배우들이 그저 우아하게 미소를 짓고 손을 흔들며 입장하기보다, 꼭 ‘순회공연’처럼은 아니더라도, 가끔은 가벼운 이벤트를 하거나 관객들과 카메라를 위한 가벼운 퍼포먼스만 보여줘도 사람들은 배우와 레드카펫을 친근하게 느끼리라 생각합니다.
만약 전도연과 윤여정 등이 영화에서처럼, ‘순회공연’ 배우들이 그랬던 것처럼, 칸 레드카펫에서 에이프런을 입은 하녀복장에 쟁반을 들고, 남녀 수행원들에게도 하녀 복장을 입혀 레드카펫을 밟았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해봅니다.
아마 그랬다면 전 세계가 주목했겠죠. 아쉽게도 영화제 소식지에는 ‘하녀’의 화보는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하녀’의 공식 관람권을 받은 기자도 15일 나비넥타이를 메고 레드카펫을 밟았습니다. 레드카펫에서 양측으로 도열한 사진기자들을 보니 신기하면서도 재미있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어차피 축제는 즐기는 행사입니다. 레드카펫을 축제의 즐거움을 가장 강력하게 느끼게 해줄 수 있는 장으로 만들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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