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서]웃음 잃은 개그프로 설곳 잃은 개그맨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25일 03시 00분


MBC 개그 프로그램인 ‘하땅사’(하늘도 웃고 땅도 웃고 사람도 웃고)가 16일 막을 내렸다. MBC는 ‘개그야’의 시청률이 부진하자 지난해 9월 하땅사를 출범해 반전을 노렸지만 7개월 만에 폐지했다. 최종회 시청률은 3.1%(AGB 닐슨)에 그쳤다.

SBS ‘웃찾사’(웃음을 찾는 사람들)도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웃찾사는 지난해 8월 연출과 작가, 출연진을 대폭 교체했지만 22일 2.8%의 시청률에 그쳤다. KBS 개그콘서트는 23일 시청률 16%를 나타내 다른 방송사 개그 프로보다는 사정이 낫지만 1999년 9월∼2009년 9월 평균 시청률(19%)을 밑돌고 있다.

지상파 3사의 개그 프로가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개그콘서트를 시작으로 선을 보인 공개 개그 형식이 10년을 넘기면서 신선함이 떨어진 데다 소재와 형식에도 한계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최근 새로운 히트 코너가 나오지 못하고, 유세윤 신봉선 씨 등 개그맨들이 버라이어티쇼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이유다. MBC의 한 예능 PD는 “공개 개그 프로가 전성기를 넘어 하락세”라고 말했다. 개그콘서트의 김석현 PD는 “하땅사의 폐지가 장기적으로 볼 때 개그계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개그계의 전반적 침체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서울 대학로의 4개 개그 전용 극장에서는 개그맨 지망생 500여 명이 활동하고 있고, 개그 관련 학과가 있는 6개 대학이 매년 100여 명의 예비 개그맨을 배출하고 있다. 이들은 지상파 3사 진출이 목표인데 개그 프로의 폐지와 침체로 데뷔 자체가 힘들어지고 있다.

개그계의 침체가 예능 프로의 다양성을 훼손할 소지도 크다. 신인 개그맨 배출이 어려워지면 유재석 강호동 씨 등 인기 진행자들의 입지가 커지고 참신한 소재와 형식보다 이들의 명성에 기댄 프로만 양산될 수 있다.

개그전용 갈갈이극장의 이용근 이사는 “개그 프로는 단순한 오락 프로를 넘어 신인 개그맨들의 꿈이자 시청자들이 다양한 웃음을 접할 수 있는 통로”라면서 “지상파가 시청률만 의식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개그 발전도 염두에 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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