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월 화요일 오후 9시대를 둘러싼 이 같은 편성 전략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이고 있다는 것. ‘천사의 유혹’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최종회 시청률 20.5%(AGB닐슨미디어리서치·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다른 방송사 뉴스보다 시청률이 높았지만 후속작 ‘별을 따다줘’와 ‘오! 마이 레이디’는 각각 평균 시청률 15.7%와 10.1%를 기록하며 하향세를 보였다. ‘커피하우스’도 ‘풀하우스’를 연출한 표민수 감독의 신작이라는 호조건에도 불구하고 첫 방송이 10.1%로 기대에 못 미쳤다. 반면 같은 시간대 KBS ‘뉴스 9’는 19.5%를 기록했다.
○ “뉴스 속 현실이 드라마보다 재미있으니…”
SBS 월화 오후 9시 드라마의 시청률은 다른 지상파의 뉴스와 경쟁하기 때문에 ‘빅 뉴스’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오! 마이 레이디’는 3월 22일 첫 방송이 방영된 지 나흘 만인 26일 천안함 침몰 사건이 터지면서 주간시청률(3월 29일∼4월 4일) 9.1%에 그쳐 시청률 상승에 실패했다. 같은 기간 KBS ‘뉴스 9’의 주간시청률은 20.0%였고 MBC ‘뉴스데스크’는 12.2%를 기록했다.
천안함 사건뿐만 아니라 월드컵 지방선거 등 ‘빅 뉴스’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 SBS의 드라마 맞편성 전략이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섭 SBS 책임프로듀서는 “(새로 시작한) 커피하우스가 6·2지방선거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인정하면서도 “아직 9시대의 정체성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상태이고 하루아침에 해답을 낼 문제가 아닌 만큼 시간을 두고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 계속되는 로맨틱 코미디… “너무 가벼워”
SBS 월화 오후 9시 드라마의 시청률 하락은 비슷비슷한 로맨틱 코미디가 이어지면서 시청자들이 외면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SBS가 지난해 10월 드라마 시간대 선언 이후 편성한 드라마는 ‘천사의 유혹’을 제외하고 세 편이 모두 로맨틱 코미디였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오후 9시대를 뉴스 시간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뉴스에 관심을 두지 않는 시청자들이 가볍게 즐길 드라마를 내세우는 전략이다. ‘커피하우스’도 커피 취향이 까다로운 소설가(강지환)와 유일하게 그의 취향을 맞춰주는 친구인 출판사 대표(박시연) 이야기를 그린 트렌디 코미디다.
이런 드라마들은 지상파 3사가 드라마 경쟁을 벌이는 오후 10시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작비를 적게 투입한다. 월화 오후 10시대에 편성한 SBS ‘제중원’은 36회에 100억여 원의 제작비를 들였고, 후속 작품인 ‘자이언트’는 50회에 150억여 원을 투입했다. SBS의 오후 9시 드라마가 ‘경량급’이라는 인식이 확산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KBS 이응진 드라마 국장은 “SBS가 다른 방송사가 생각하기 힘든 시간대에 드라마를 편성한 만큼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좋은 드라마를 내놓아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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