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만 보다 실물을 보니 훨씬 ‘자 ∼알’ 생겼다.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오밀조밀한 것이 일본풍의 정원을 연상시킨다. 그래서 덜컥 걱정이 됐다. ‘이 사람이 정말 해낼 수 있을까.’
김지훈의 이미지는 SBS 드라마 ‘별을 따다줘’에서 보여 준 차갑고 냉철한 변호사 ‘원강하’ 그대로다. 찬 바람이 쌩쌩, 냉장고 문을 연 듯 한기가 들어 선뜻 말 붙이기가 어려워 보인다(실제로는 그렇지 않지만).
그런 그가 연극 무대에 올랐다. 연극 열전의 롱런작 ‘웃음의 대학’에서 ‘작가’ 역을 맡았다. 자신이 쓴 대본을 통과시키기 위해 검열관 앞에서 시종 굽실거리고, 비굴하고, 모욕을 당하는 불쌍한 역할이다. 김지훈 이전에는 봉태규가 이 역을 연기했다. 좋게 보면 역대 가장 멋있는 작가이고, 엄밀히 보면 도저히 어울릴 듯 여겨지지 않는 작가이다. 이 말에 김지훈이 “아하하!” 웃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얼굴을 크게 잡는 ‘바스트샷’이 위주인 TV와 달리 연극은 전체가 보이는 ‘풀샷’이잖아요. 멀리서 보면 뭐… 크게 걱정은 안 해요.”
정작 그가 우려하는 것은 얼굴이 아니라 어깨. 작가는 굽실대는 역인데, 어깨가 너무 떡 벌어졌다. 아무리 연기지만 한 시간 반 동안 어깨를 굽히고 있을 수만은 없다. 실제로 연출가에게 ‘작가가 너무 당당해 보인다’라는 지적을 받고 말았다.
드라마와 달리 힘들었던 점은 대본이다. 드라마는 완성품 대본이 없다. 하루에 찍는 부분이 제한되어 있고, 주연이라 해도 대략 5∼6장 정도 외우면 그만이다. 하지만 연극대본은 처음부터 끝까지 통째로, 그것도 배를 꾹 누르면 이등병 관등성명 대듯 술술 나와야 할 정도로 외워야 한다. 김지훈은 “학교 다닐 때부터 벼락치기 하나는 잘 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배우 김지훈’을 보러 올 관객들에게 한 마디하고 싶단다.
“굉장히 재미있고, 짜임새가 있는 작품입니다. 솔직히 제가 전형적인 ‘작가’ 역에 어울리는 연기자는 아니지만, 안 어울리는 듯 하면서도 나름 제가 소화해낸 작가를 만나실 수 있을 거에요. 한 번 보셨던 분도 또 보러 오시면 새로운 맛을 느끼실 겁니다. 김지훈이 약속드리죠. 오시면 본전 생각 안 나게 해드리겠습니다. 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