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비극' 6·25를 배경으로 한 MBC 새 수목드라마 '로드 넘버 원'(극본 한지훈, 연출 이장수·김진민)에서 여주인공 수연 역을 연기한 배우 김하늘(32)은 감격스러운 듯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출연 소감을 밝혔다.
김하늘은 18일 서울 상명대 상명아트센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혹자는 전쟁 드라마라 화장을 포기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하는데 수연이라는 캐릭터가 외모보다는 내면의 매력이 더 크기 때문에 상관없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오히려 작품 출연 여부보다는 수연이라는 여자를 제대로 그려낼 수 있을까를 더 고민했다"며 "제가 가진 역량을 잘 발휘해서 수연이의 외적인 부분을 잘 그려내자는 생각으로 출연했다"고 덧붙였다.
'2010년 판 여명의 눈동자'로 불리는 '로드 넘버 원'은 130억 원 규모의 제작비가 들어간 대작이다. 3년 전 기획돼 수차례 수정 작업을 거친 완성도 높은 대본을 바탕으로 방송 첫 회 전 모든 촬영을 마무리한 '사전 제작' 드라마다.
김하늘은 "시대물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쉽게 도전할 수 있다고 보진 않았다"며 "그러나 20부까지 나와 있는 대본이 정말 탄탄해서 향후 10년 안에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출연 자체가 영광"이라고 말했다.
드라마 속 수연은 어릴 적부터 오누이처럼 지내온 장우(소지섭)와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수연의 의대 학비를 대기 위해 직업군인이 된 장우가 빨치산 토벌을 위해 떠난 지 얼마 후, 수연에게는 장우가 죽었다는 통지서가 배달된다. 절망 속에 빠진 수연에게 엘리트 장교 태호(윤계상)가 다가온다.
태호와 결혼을 앞둔 어느 날, 수연의 눈앞에는 죽은 줄로만 알았던 장우가 거짓말처럼 살아 돌아온다. 수연이 두 남자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사이 6·25 전쟁이 터지고, 세 남녀는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된다.
전쟁 중 부산에서 극적으로 장우와 수연은 사랑을 확인하지만, 수연은 병마로 죽어가는 공산주의자 오빠를 차마 버리지 못하고 원치 않는 북한행을 택한다. 그리고 장우와 태호는 살아서 사랑하는 수연을 만나자는 일념 하나로 포화 쏟아지는 전장의 한복판에 선다.
연기력은 물론 스타성까지 갖춘 소지섭 윤계상 두 남자 배우와 멜로 연기를 펼친 김하늘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절박한 상황에서 멜로 연기를 펼쳐야 해서 감정이 격한 연기를 해야 했다"라면서 "현장에서 열정적으로 일하는 두 배우의 모습은 감동적일 정도로 매력이 넘쳤다"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 속 배경이 되는 6·25 전쟁에 대해서는 "가족 중에 할머니, 할아버지, 큰이모가 전쟁을 겪었는데, 그때 삼촌과 다른 이모 두 분이 돌아가셨다"라며 "전쟁 이야기를 들으며 간접적으로만 경험했는데 이번에 연기하면서 조금은 더 와 닿았다. 다시는 이런 아픔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진민 PD는 극중 김하늘이 인민군과 함께 움직이는 것과 관련해 "오해가 없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 인민군 미화논란을 의식한 듯 "수연은 인민군은 아니고 어쩔 수 없이 인민군과 생명을 유지하는 인물"이라며 "생존 본능으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하늘 역시 "수연은 인민군은 아니고 자신이 처한 특수한 상황 때문에 북한으로 넘어가게 된다. 의사로서의 정신과 희생정신이 투철하다 보니 다친 인민군을 치료하는 장면도 나온다"고 말했다.
총 20부작 드라마 '로드 넘버 원'은 23일 오후 9시 55분에 첫 방송된다. 제목은 목포에서 서울을 거쳐 평양, 신의주로 연결된 1번 국도를 말한다. 한때 남과 북을 가로지르던 이 도로는 현재 문산에서 끊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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