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일곱, 데뷔 9년차 베테랑 배우인 한지혜의 두 번째 도전, ‘도자기 공예’. 어릴 적 소꿉장난 이후 오랜만에 흙을 만져 본다는 그. 어느덧 어엿한 숙녀로 자란 그가 빗는 도예 도전 이야기를 들여다봤다.
이헌정 도예가를 만나다!
도예수업. 무척 기대되는 시간이다. 아주 어렸을 적 봤던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 남녀 주인공이 물레를 돌리던 낭만 가득한 모습도 한 몫을 했거니와 빙글빙글 물레를 돌리면 거짓말처럼 매끈한 도자기가 완성되는 신기함은 내게 늘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호기심을 풀어 줄 분이 그 유명한 도예가 이헌정 선생님이라니!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가 사랑한 도자기
단순한 도자기가 아닌 설치 작품과 가구까지 도자기로 만드는 이헌정 도예가, 지난해 바젤 아트 페어에서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가 한눈에 반해 구입한 도자기 작품이 바로 이헌정 선생님 것이었다. “브래드 피트는 만나보셨어요?” “이번에 그가 또 작품을 주문했는데, 아마 직접 미국에 가서 전달해 줘야 할 것 같아요.” “선생님 같이 가면 안 될까요?” 가벼운 농담까지 오가니, 어느새 난 선생님의 도제가 되어 있었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가득한 전시실
도예를 배우기 전, ‘영감’을 얻기 위해 전시실에 들렀다. 모던하면서도 따스한 감정이 흐르는 공간. 무척이나 예쁜 생활 자기에서 군인 군상, 달 항아리, 거대한 화병 등 다양한 작품이나 나름의 질서를 갖고 자유로이 제자리를 꿰차고 있었다.
그 중에서는 전통 도예의 개념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실험성 강한 작품과 한쪽 귀퉁이가 녹아내린 실패작도 공존한다. 선생님은 이런 실패작을 버리지 않고 새로운 작품으로 승화시킨다. 기우뚱한 도자기는 바닥에 책을 괴어 수평을 맞춰 작품으로 살릴 계획이란다. 두근거리는 흙과의 첫 만남
드디어 흙을 만지는 시간. 공방에는 순수 청년 2명이 있었다. 이헌정 선생님의 어시스트로 출발, 지금은 어엿한 도예가가 된 분들이다. 모두 아침 일찍부터 공방에 나와 작업 삼매경이시다. 든든한 도예가분들에게 둘러싸여 흙을 만져본다.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꼬막 작업’
꼬막작업은 흙을 전체적으로 주물러서 꼬막 껍데기 같이 만드는 걸 말한다. 꼬막 작업은 흙 안에 공기를 빼는 것으로, 이렇게 하면 도자기를 구웠을 때 깨지는 것을 방지한단다.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기법, 손재주가 뛰어나 할 수 있는 것이란다.
그래서일까, 보기보다 무척 어렵다. 든든한 선생님들이 직접 시법을 보여주셨건만, 어쩜 이렇게 어려운 건지. 울퉁불퉁, 어설프게 생긴 나의 처녀작
완성한 흙 반죽을 사용해 컵을 만들기로 했다. 테니스 공 크기만 하게 떼어낸 흙을 두 손으로 감싸고 물레 위에 올려 모양을 잡는다. 엄지손가락을 둥근 흙 반죽 가운데 쑥 눌러 넣으니 어느새 그릇 형태가 잡힌다. 물레를 적당한 속도로 계속 돌려주며 두 손을 사용해 위 아래로 컵의 높이를 정한다.
앗! 그런데 이거 정말 만만치 않다. 자꾸 쓰러지고 뭉개지고, 두껍고 얇고 울퉁불퉁 제멋대로다. 다시! 정신을 집중했다. 침착과 집중, 인내와 끈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두 번째 컵을 만들고 있다.
초보자도 따라 하기 쉬운 ‘슬립 캐스트 방식’
점성이 있는 흰색 흙물을 석고 틀에 넣은 후 마르면 떼어내는 ‘슬립 캐스트’ 방식. 한마디로 석고 거푸집 안에 흙물을 붓고 흙이
마르면 거푸집을 떼어내 항아리를 완성하는 것이다. 생각보다 쉬운 작업.
석고틀에 하얀색 흙물을 부었다. 넘치기 진전까지 부어놓은 다음 20분 정도 흙이 굳을 때까지 기다린다. 이후 마른 도자기를 석고 틀에서 떼어내어 반쪽으로 분리되어 있던 두 개를 뒤집어 이어 붙인다. 그리고 흙물을 주입했던 입구 부분을 실로 잘라내 깔끔하게 다듬으면 완성! 슬립 캐스트 방식은 초보인 내게 도예가 얼마나 쉽고 멋있는 것인가 깨닫게 해줬다. 지혜’s 포인트 노트 도예, 작가처럼 만들고 싶다면?
작품에 전념할 수 있는 열정과 집중력! 이것이 최선의 작품을 만들기 위한 모든 요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품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작가가 몰두한 만큼의 효과가 나온다는 것, 20년 연륜의 작가 이헌정 선생님의 비법이다.
초보자가 도전하기 좋은 도자기 제작 기법
코일링 coiling
흙가래, 혹은 흙타래 성형법이라 한다. 흙을 마치 국수 가락처럼 길게 균일한 두께로 민 다음 이를 돌돌 겹쳐 쌓아 올라가면서 형태를 잡아 나가는 도예 기법.
슬립 캐스팅 slip casting
기술을 만드는 원형 석고 틀에 흙물을 부어 주입 성형하는 기법. 석고의 뛰어난 흡습성을 이용한 기법으로, 슬립을 석고 틀에 주입시킨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슬립을 다시 부어냄으로써 석고 틀 내면에 붙어 있는 기물을 얻는 기법과 내외형으로 만들어진 석고 틀에 슬립을 넣고 굳은 뒤에 석고 틀에서 떼어내는 기법이 있다.
핀칭 pinching
꼬집는다는 뜻의 핀칭 기법은 점토 덩어리를 꼬집듯이 성형하는 기법으로 작은 그릇과 오브제를 만들 때 사용하면 좋다. 점토를 공 모양의 형태로 만들고 이것을 한 손에 들고 다른 손의 엄지손가락으로 가운데를 누르면서 물레를 돌린다. 만들고자 하는 두께가 될 때까지 기벽이 부서지지 않게 수분을 더하면서 만들어 나간다. 판 작업
사각형 모양으로 만든 점토판을 서로 붙이거나 구부리거나 해서 도자기의 형태를 만드는 기법. 흙을 손바닥으로 두드려 평평하게 만든 흙판 위에 자신이 표현하고픈 문양이나 그림을 그림. 벽걸이나 접시로 활용이 가능하다. 정리·정은영<더우먼동아 http://thewoman.donga.com 에디터 clfgus1004@hanmail.net> 글·한지혜(<마이페어레이디>에서 발췌) 도움주신 곳 낭만북스 02-8784-7476 한지혜의
<마이페어레이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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