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통치고… 애교부리고… 말장난하고… 오락 물든 교양프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20일 03시 00분


MBC는 예능물 위주로 활동해온 연예인들을 최근 두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MC로 기용했다. ‘휴먼스토리 당신의 WHY’(왼쪽)와 ‘여자가 세상을 바꾼다-원더우먼’. 사진 제공 MBC, 화면 캡처
MBC는 예능물 위주로 활동해온 연예인들을 최근 두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MC로 기용했다. ‘휴먼스토리 당신의 WHY’(왼쪽)와 ‘여자가 세상을 바꾼다-원더우먼’. 사진 제공 MBC, 화면 캡처
《사회 현안을 다루는 두 편의 TV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예능물에 익숙한 연예인들이 나서고 있으나 진행 자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명수 현영 등 오락물에서 활동해온 이들이 사교육이나 여성, 인터넷 실명제 등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전문성 없이 지나치게 흥미 위주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개그맨 박명수와 박휘순은 15일 오후 6시 50분 처음 방송한 MBC 파일럿 프로그램 ‘휴먼스토리 당신의 WHY’의 MC를 맡았다. 이 프로에서 박명수가 진행하는 ‘질문의 명수’ 코너는 인생에서 특이한 선택을 한 출연자를 20여 분간 심층 인터뷰해 그의 삶을 이해하자는 취지다.

이날 방송에는 대형학원의 스타강사로 연봉 18억 원을 벌다 갑자기 그만둔 뒤 무료 인터넷 강의를 하며 ‘지나친 사교육은 불필요하다’고 주장해온 이범 씨가 출연했다. 박명수는 그에게 “미친 것 아닙니까? 연봉 18억에 왜 관둔 거예요?”라고 물었다. 또 “예전에 제가 치킨집 했을 때 옆집에서 오픈해가지고 (치킨을) 공짜로 나눠주면 정말 죽여 버리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동안 ‘무한도전’ 등 예능물에서 보여줬던 ‘호통’ 캐릭터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박명수의 진행에 대해 “속 시원하게 질문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비신사적인 어투가 어이없었다. 사교육 같은 중요한 주제를 다룰 땐 조금 더 진지해졌으면 좋겠다”는 지적이 올라왔다. 보조MC로 나온 박휘순은 별다른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15일 첫 방송을 탄 이 프로는 추후 정규편성 여부가 결정된다.

5월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6시 50분에 방송하고 있는 MBC ‘여자가 세상을 바꾼다-원더우먼’은 방송인 현영 유채영과 배우 홍지민 홍은희 이채영 등 여성 연예인 5명이 공동 MC를 맡고 있다. 이 프로는 여성에 대한 각종 편견을 깨자는 취지로 ‘위기상황 대처하기’ ‘길치 극복하기’ 등 매회 한 가지 주제를 정해 도전하는 형식이다. 교양프로의 간판을 내걸었지만 MC들의 언행은 예능 프로그램과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9일 방송에서는 ‘여자들이여, 시사를 알자!’라는 주제로 여성 MC와 대학생들이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토론했다. 이채영이 토론 도중에 상대 토론자에게 “너무 어려워요”라며 몸을 흔들면서 애교를 부리는 모습이 방송되자 시청자 게시판에는 “여자가 토론으로 인정받기보다 미인계나 애교를 써야 한다는 것이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또 MC들이 ‘여성을 위한 정책 만들기’를 내걸고 동료 연예인들을 인터뷰한 내용은 “일처다부제를 하자” “남자들도 겨드랑이에 제모해라” “아기를 남자들이 낳게 하자” 등 말장난 일색이었다. 현영은 시민들 앞에서 “화장실 변기에 (소변이) 튀니까 남자들도 앉아서 소변 보기를 의무화하자”고 연설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전문성 없는 분들이 이런 프로를 진행하는 것은 잘못됐다” “방송에 임하는 자세가 너무 장난스럽고 한심하다”는 의견이 올라왔다.

이주갑 MBC 시사교양국장은 “시청자들이 딱딱하게만 여기는 교양프로에 연예인 진행자를 기용함으로써 친숙하게 다가가려는 시도”라며 “내용면에서는 교양프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려 한다”고 말했다.

성동규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방송사들의 시청률 경쟁이 심해지면서 교양프로까지 인기 연예인을 앞세우는 추세”라며 “진행자가 교양프로에 걸맞은 자질을 갖지 못할 경우 자칫 프로그램 이미지가 가벼워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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