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 댄스’에 물든 주말 오후 안방극장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27일 03시 00분


수영복-속옷같은 의상입고… 엉덩이 흔들고… 무대 앉아 다리벌리고…

10여 년 전 여가수들의 청순한 모습  머리에 물을 들이면 KBS 방송출연에 규제를 받았던 1990년대 후반 검은 머리와 비교적 단정한 복장으로 방송에 출연했던 그룹 핑클. 동아일보 자료 사진
10여 년 전 여가수들의 청순한 모습 머리에 물을 들이면 KBS 방송출연에 규제를 받았던 1990년대 후반 검은 머리와 비교적 단정한 복장으로 방송에 출연했던 그룹 핑클. 동아일보 자료 사진
《1997년 인기그룹 H.O.T.는 2집 타이틀곡 ‘늑대와 양’을 내놓고 KBS와 갈등을 겪었다. KBS가 이 그룹의 염색 머리와 장신구, 복장, 가사 등이 선정적이라며 이를 금지하고 나섰던 것. H.O.T.는 염색 머리를 가리기 위해 두건을 쓰고 방송에 나오기도 했으나 지나친 규제라며 반발해 한동안 KBS에 출연하지 않았다. 핑클, S.E.S. 등 여성 그룹도 노란 머리로는 KBS에 출연할 수 없었다. ‘강산이 바뀐다’는 10년도 훨씬 지난 지금은 어떨까. 당시의 논란은 코미디 에피소드가 된 지 오래다. 최근 지상파 방송의 선정성은 가족이 함께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 가족 시청 시간대, TV 속 민망한 여성 가수들

여성 가수의 지나친 노출 패션과 선정적인 댄스는 가족이 함께 TV를 시청하는 주말 오후 시간대에 그대로 전파를 타고 있다. 속옷을 연상시킬 정도로 짧은 반바지와 미니스커트는 가요계의 일반적인 패션이 됐다. 신인그룹 미스에이의 멤버 페이는 24일 MBC ‘쇼 음악중심’과 25일 SBS ‘인기가요’에서 수영복을 연상시키는 하의를 입고 나왔다. 그는 엉덩이를 흔들고 스트레칭하듯 다리를 벌리는 등 과격한 춤을 췄다.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멤버 나르샤는 23일 KBS2 ‘뮤직뱅크’와 25일 ‘인기가요’ 솔로 무대에서 몸에 딱 달라붙는 검은색 망사 옷을 착용해 몸의 실루엣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는 신곡 ‘삐리빠빠’를 부르며 무대 바닥에 앉아 다리를 벌리고 춤을 추기도 했다.

요즘 여가수들의 선정적 모습  25일 SBS ‘인기가요’에 출연한 신인그룹 미스에이. 이들은 속옷을 연상시킬 정도로 몸매를 노출한 의상을 입고 현란한 춤을 췄다. SBS 화면 캡처
요즘 여가수들의 선정적 모습 25일 SBS ‘인기가요’에 출연한 신인그룹 미스에이. 이들은 속옷을 연상시킬 정도로 몸매를 노출한 의상을 입고 현란한 춤을 췄다. SBS 화면 캡처
25일 ‘인기가요’에서는 손담비와 여성 댄서들이 미니스커트를 입은 채 골반의 움직임이 두드러진 춤을 춰 일부 댄서의 속옷이 카메라에 그대로 노출됐다. 또 빅뱅 멤버 태양의 솔로무대에 여성 댄서들이 수영복처럼 생긴 짧은 하의를 입고 나와 태양과 함께 섹시함을 내세운 춤을 췄다.

10여 년 만에 가요프로의 표현 수위가 확연히 달라진 데 대해 연규완 KBS 심의실 팀장은 “심의 기준이 시대의 조류에 맞춰 바뀔 수밖에 없으며 선정성 심의 기준을 자로 재듯이 명문화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15세 미만은 가요프로 보지 마라?

가요프로의 주 시청자가 청소년층이라는 점을 고려해 선정성을 제대로 감독해야 한다는 여론은 높지만 지상파 방송사는 심의의 어려움을 들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이 끝난 뒤 모니터링하는 사후심의만 하고 있고, 사전심의를 하는 지상파 3사에서도 가요프로가 생방송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제작진에게 선정성에 대한 판단을 위임한 상태다. ‘쇼 음악중심’ 김유곤 PD는 “구체적인 선정성 기준은 없으며 보편타당성에 비춰 판단한다. 특정 가수나 매니저들이 MBC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의상의 노출 수위를 요구하기도 애매하다”고 말했다. ‘뮤직뱅크’의 서수민 PD는 “방송 당일 리허설 때 출연진의 의상과 안무를 검토한 뒤 야하다 싶으면 바로 수정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통심의위 김형성 지상파방송심의팀장은 “가요프로에서 일부 가수의 의상과 춤동작이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민원이 꾸준히 접수됐다”며 “대중문화 트렌드가 노출 패션으로 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청소년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해 시청등급을 12세에서 15세로 상향 조정하라고 권고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 방송사들은 이들 프로의 등급을 ‘15세 이상 시청 가’로 높였지만 청소년 시청자를 배려해 선정성을 개선하고 12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이지현 인턴기자 경북대 전자공학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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