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양동근(31)은 오랫동안 머뭇거렸다. “부담 없는 외모?”라고 반문하더니 이내 “난 큰 변화가 없어 친근함을 느끼는 것도 같다”고 말했다.
멋쩍어하면서도 팬들이 자신에게 느끼는 매력을 이렇게 정확하고 솔직하게 표현할 연기자는 드물다. 아역부터 시작해 연기자로 활동한 지 20년이 훌쩍 넘은 그는 다양한 출연작만큼이나 주위 환경을 관찰하는 내공도 상당했다. 앞에 나서 이야기하지 않는 탓에 양동근은 그의 표현대로 “말이 없는 사람”으로 한 때 오해를 받기도 했다.
현역 복무를 마치고 3월에 제대한 양동근은 김태희와 호흡을 맞춘 영화 ‘그랑프리’(감독 양윤호)로 돌아왔다.
“제대하고 음반 작업하러 미국에 가 있는데 양윤호 감독님한테 문자 메시지를 받았어요. ‘나와 태희를 도와 구원타자가 되어 주지 않겠니’란 내용이었는데 이 말에 맛이 갔어요. 대체 구원타자는 뭘까? 구원투수는 들어봤어도 타자는 처음이었어요.”
‘그랑프리’의 남자주인공은 원래 이준기였다. 하지만 촬영 도중 군에 입대하며 빈자리가 됐고 양윤호 감독은 영화 ‘짱’, ‘화이트 발렌타인’, ‘바람의 파이터’에서 같이 작업했던 양동근에게 구원을 요청했다.
영화에서 양동근의 모습은 실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가 맡은 우석은 사고로 말을 잃고 제주도를 찾은 여자기수 주희(김태희)의 곁에서 용기를 불어넣는 인물. 목장주의 아들이지만 흔히 생각하는 부잣집 남자와는 다르다. 상황마다 바뀌는 능글맞은 성격을 앞세워 주희를 유혹(?)하고 마침내 사랑을 이뤄내는 남자다. 영화에서 노래도 부르고 랩도 한다.
양동근이 직접 기획하고 연출한 장면도 있다. 해변 포장마차에서 김태희와 키스를 한 후 동네 불량배들과 시비가 붙는 장면. 양윤호 감독이 포장마차 주인으로 출연한 것도 그의 아이디어다.
양동근은 유난히 미녀 배우들과 인연을 자주 맺었다. 김태희 전에는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의 이나영, ‘닥터 깽’의 한가인, 영화 ‘와일드 카드’의 한채영까지 면면이 화려하다. 주위에선 부럽다고 하는데도 정작 그는 “실속은 없다”고 했다.
영화 개봉 이후 양동근은 베스트 음반을 출시한다. 그는 정규 음반 4장을 발표한 힙합 가수이기도 하다. 제대 직후 가장 먼저 공을 들인 작업도 바로 베스트 음반이다. 양동근은 “연기는 남의 인생을 사는 거지만 음악으로는 진짜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역으로 출발해 서른이 넘은 지금까지 연예계를 떠나지 않은 그는 “한 때 혐오스러웠을 때도 있다”고 돌이켰다. 비화, 뒷이야기들이 많은 연예계에서 때로는 상처를 받았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사람 사는 곳이 다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여유가 생겼고 “스포츠, 경제와 더불어 가장 관심사는 연예계 아닐까”라고 믿는 자신감도 찾았다.
서울 논현동 집에서 청담동에 있는 녹음실까지 자주 걸어다닌다는 그는 “요즘엔 길에서 만나는 주위의 기운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걷다보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주는 팬들도 있는데 무턱대고 ‘야 동근아’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어요. 웃고 넘기고 싶은데 반말은 참기 어렵네요. 하하.”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싸이더스FN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