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인권은 ‘짐 캐리’를 꿈꾸고 있다. ‘저우싱츠(주성치)나 ‘청룽(성룡)’도 그 꿈 속에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이미 다수의 영화 속 코믹한 캐릭터로 관객에게 각인된 김인권은 “내 가는 길의 최고 경지는 코미디”라고 주저없이 말했다. 짐 캐리와 저우싱츠 그리고 청룽처럼 명징한 코믹 캐릭터 배우로서 이미 스스로를 자리매김한 셈이다.
그런 그가 데뷔 12년 만에 코미디 영화의 주연을 맡았다는 건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수년 전 모 코미디 영화의 주연으로 캐스팅됐지만 여건이 녹록하지 않았던 적도 있다. 하지만 그는 그 시간에도 짐 캐리와 저우싱츠를 보며 “가슴 설레는” 꿈을 버리지 않았다.
그가 그 꿈으로 향하는 길에 또렷한 주연작으로 남을 작품은 30일 개봉하는 영화 ‘방가?방가!’(감독 육상효·제작 상상역엔터테인먼트). 청년백수 방태식이 자신의 성을 따 ‘방가’라는 부탄인으로 위장(?), 고군분투하며 벌이는 취업의 해프닝을 그린 이야기다. 김인권은 청년실업 시대의 우울한 풍경을 한껏 코믹한 분위기로 연기해내며 예의 뛰어난 코미디 감각을 선보인다.
“난 유머러스하지 않다. 하지만 대본 속 결과물에는 재능을 발휘한다고 생각한다”고 자부하는 그는 “조금이라도 불을 지펴주면 훨씬 그럴 듯하게 만들어낼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절대로 터무니없어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부담감을 떨쳐내지 못하는 듯 보였다. 아니, 부담감이라기보다는 책임감이었다. “원없이 촬영하고 연기했다”는 그는 “막상 개봉을 하려니 예전과는 다른 느낌이다. 그동안 함께 고생한 동료 배우들과 스태프를 대신해 내가 마치 대변인인 듯, 열심히 (홍보도)해야 하는데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낀다”며 웃었다.
그것은 어떤 면에서는 사뭇 진중한 것과도 닮았다. 1998년 영화 ‘송어’로 연기를 시작한 그는 당초 감독을 꿈꾸며 영화 현장의 스태프로 출발했다. 스태프의 일원으로 배우 오디션에서 응시자들의 상대역을 해주다 얼떨결에 연기의 길에 들어섰다. 그리고 개성 강한 조연급 배우로 명성을 얻어왔고 이젠 어엿한 주역으로서 관객 앞에 서게 됐다.
감독을 꿈꿨던 만큼 동국대 연극영화과 출신인 그는 졸업작품이기도 한 첫 연출작 ‘쉬브스키’를 사비로 만들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여전히 연출가로서 자신의 또 다른 꿈을 버리진 않고 있다. 다만 “나∼중에!”라며 “아직 (연출은)때가 아니다. 감독은 이야기꾼으로서 재주가 중요하다”고 말할 뿐이다.
내년에 태어날 셋째 아이까지 “자식이 재산인 것 같다”며 쑥스러운 표정을 짓는 김인권은 “현재 5살, 2살인 아이들이 세상에 나올 때마다 드라마 ‘외과의사 봉달이’와 영화 ‘해운대’ 등에 출연하며 인기와 흥행의 단맛을 보기도 했다”며 행복한 얼굴이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