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서 ‘꼭 봐야 할 영화’는?…“한 작품 두 감동, 진기한 별미”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5일 03시 00분


인도의 라아반-라아바난, 같은 내용을 힌디어-타밀어 버전으로 제작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상영작인 인도 영화 ‘라아반’과 ‘라아바난’은 주인공을 대칭점 삼아 하나의 이야기를 두 갈래 시점으로 달리 해석해서 만든 영화다. 사진은 ‘라아반’의 한 장면. 사진 제공 부산국제영화제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상영작인 인도 영화 ‘라아반’과 ‘라아바난’은 주인공을 대칭점 삼아 하나의 이야기를 두 갈래 시점으로 달리 해석해서 만든 영화다. 사진은 ‘라아반’의 한 장면. 사진 제공 부산국제영화제
인도, 캐나다, 터키, 그리고 스페인.

7∼15일 열리는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의 노른자위는 이 네 나라 작품에 있다. 김동호 이용관 공동집행위원장, 상영작 선정을 맡은 전찬일 이상용 프로그래머에게 “넉넉히 즐길 수 없는 방문자를 위한 ‘must see’ 추천작”을 요청했다.

첫 번째는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의 인도 영화 ‘라아반’과 ‘라아바난’이다. 137분짜리 두 편의 영화지만 다루는 이야기는 하나다. 마니 라트남 감독은 남녀 주인공을 제외한 배우들을 달리하며 힌디어 버전 ‘라아반’과 타밀어 버전 ‘라아바난’을 만들었다. 여주인공 아이시와랴 라이는 1994년 미스 월드 우승자로 미국 CBS TV 프로그램 ‘60분’에서 ‘세계 최고의 미녀’로 소개돼 화제를 모았던 배우다. 경찰에게 강간당한 여동생의 복수를 위해 경찰서장의 아내를 납치한 남자의 이야기. 김동호 위원장과 이상용 프로그래머는 “평소 영화를 많이 본다고 자부하는 관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안겨줄 진기한 별미”라고 했다.

전찬일 프로그래머는 월드 시네마 섹션의 ‘그을린’을 놓치지 말아야 할 ‘베스트 원’으로 꼽았다. 그는 “최근 캐나다 영화의 약진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충격적 드라마를 통해 사회의 역사가 개인의 사연에 얼마나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걸작”이라고 말했다.

터키에서 온 영화들은 두 가지 시점에서 살펴보는 것이 좋다. 먼저 ‘쿠르드 시네마, 지배당하지 않는 정신’ 특별전이다. 터키, 이라크, 이란에 흩어진 소수민족 쿠르드가 자치 국가를 세우기 위한 노력 속에 겪어 온 좌절과 저항의 역사를 밀도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다. 이용관 위원장은 “갈수록 복잡해져가는 세계 인종 문제의 출발점을 깊이 있게 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1982년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일마즈 귀니 감독의 ‘욜’ 등이 상영된다. 월드 시네마 섹션의 터키 영화 ‘벌꿀’은 김동호 위원장의 추천작으로 올해 독일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받았다. 숲에서 행방불명된 양봉업자 아버지를 찾아 나선 소년의 이야기를 다뤘다.

네 번째 체크포인트는 특별기획 섹션에 초대돼 처음 한국을 찾는 스페인 감독 카를로스 사우라다. 사우라 감독은 프랑코의 군사정권 치하에서 독재를 비판하는 영화를 꾸준히 내놓아 세계 영화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1966년 작 ‘사냥’은 스페인 내전에 참전했던 네 친구가 함께 토끼사냥에 나섰다가 파국을 맞는다는 내용. 그해 베를린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이상용 프로그래머는 “‘그녀에게’ 등을 통해 국내에 비교적 잘 알려진 스페인 감독인 페드로 알모도바르보다 한 세대 앞서 스페인 영화를 이끈 명감독”이라며 “진지하고 치열한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미지의 신세계를 만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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