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집앨범 낸 싱어송라이터 박기영…신혼의 여유?… 사랑도 고독도 끌어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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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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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30대, 여성, 싱어송라이터로 범주를 좁혀가다 보면 남는 인물은 손에 꼽을 만큼이다. 데뷔 이래 13년 동안 ‘남들이 원하는 음악’이 아닌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만 고집해왔다는 가수 박기영(33)이 그중 하나다. 4년 만에 정규 7집 앨범을 발표한 그를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소속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한 살 연상의 변호사와 4년 열애 끝에 5월 결혼한 그는 밝고 편안한 표정이었다.

지난 6집 앨범 제목인 ‘보헤미안’과는 대조적으로 새 앨범 제목은 여성성을 강조한 ‘우먼 빙(Woman Being)’이다. “여성 싱어송라이터에겐 뭔가 남성보다 더 멋있고 당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아요. 결혼하고 보니 그런 결박이 풀리고 자연스러워지더군요. 이번 앨범에는 여성들이 살면서 겪고 느끼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그는 12곡이 수록된 이번 앨범에서 작사 작곡은 물론이고 프로듀싱까지 맡았다. 타이틀 곡 ‘빛’은 소통의 부재에 따른 지독한 외로움을 표현한 발라드로 그의 쓸쓸한 목소리가 스산한 가을 날씨와 어우러져 슬픔을 자아낸다. 신혼의 새댁이 부르기엔 너무 처량한 것 아니냐고 묻자 그는 “이 노래를 듣고 제 결혼 생활에 문제가 있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며 웃었다.

“요새 트위터 같은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유행이지만 사실 사람들은 전보다 깊은 외로움을 느끼잖아요. 한때 심한 외로움 탓에 병이 될 지경까지 갔지만 이젠 과거의 외로움을 곱씹으며 노래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죠.”

박기영은 결혼 전에 혼자 살던 서울 홍익대 근처 와우산 자락의 아파트에서 7집 앨범의 전곡을 썼다. 그는 “사계절이 예뻐 감성을 채워줬던 평온한 곳”이라고 회상했다. 사진 제공 플럭서스뮤직
박기영은 결혼 전에 혼자 살던 서울 홍익대 근처 와우산 자락의 아파트에서 7집 앨범의 전곡을 썼다. 그는 “사계절이 예뻐 감성을 채워줬던 평온한 곳”이라고 회상했다. 사진 제공 플럭서스뮤직
그는 결혼 후 마음이 여유로워져 음악 하는 즐거움도 커졌다고 말했다.

“한때는 음악이 내 전부라고 생각하고 목숨을 걸었어요. 제 별명이 ‘박 부장’일 정도로 녹음할 때 동료들을 깐깐하게 ‘잡았죠’. 그런데 결혼하고서 가족이 삶의 1순위가 되니까 음악을 취미처럼 즐기는 쪽으로 바뀌었어요. 이전에는 밤늦게 녹음하는 체질이었는데 이번 앨범은 매일 오후 6시 전에 끝냈어요. 남편 퇴근하기 전에 집에 가서 밥해야 하니까.”

새 앨범에선 과거의 히트곡 ‘블루 스카이’나 ‘혼잣말’ 같은 록의 색채를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편안하고 부드러운 음색이 주를 이룬다. 그는 “이전처럼 록을 할 마음은 당분간 없다”며 “일렉트로닉이 섞인 신곡 ‘시크릿 러브’ ‘디스 러브’ ‘플래시 댄스’ ‘달’ 등은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그대로 표현해준다”고 밝혔다. 그는 아날로그 음반의 가치가 점점 작아지는 현실에 대한 아쉬움도 털어놓았다. 앨범 작업을 하면서 7집이 마지막 정규앨범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는 것이다.

“저는 백지영 언니나 왁스 언니처럼 대중이 선호하는 애절한 목소리도 아니고 상업적으로 인기가 뛰어난 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다양성 차원에서 저 같은 가수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저 자유로운 마음으로 꾸준히 앨범을 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죠.”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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