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들의 공통분모들이다. 비슷한 주제를 다루다 보니 ‘붕어빵 드라마’라는 말도 나오지만 방영되는 시간대에 따라 차별화하는 스토리텔링의 공식이 있다. 이들 드라마의 주요한 키워드를 짚어 봤다.
○과제 해결하는 배틀모드로 빠른 전개
주로 평일 오후 10시대에 방영되는 미니시리즈 스토리텔링의 핵심은 ‘미션’이다. 주인공이 어떤 과제를 맡고, 이를 역경 속에 이뤄내는 성공신화다. KBS2 ‘제빵왕 김탁구’의 제빵, ‘도망자 Plan.B’의 탐정을 앞세운 미스터리 해결, SBS ‘나는 전설이다’의 중년 여성의 록그룹 도전 등 주인공들에게는 특정 분야의 과제가 주어진다. 이 와중에 반드시 주인공을 괴롭히는 야비하고 강력한 맞수가 나오기 마련이다. 미니시리즈는 대개 20부 안팎으로 일일드라마보다 호흡이 짧기 때문에 사랑과 복수, 배신 등이 압축적으로 빠르게 전개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는 “극 중 주인공과 맞수가 과제를 두고 경쟁하는 이른바 ‘배틀 모드’는 MBC ‘대장금’부터 본격화된 것으로 본다”며 “이는 스토리를 단순화해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고 드라마에 집중하게 하는 효과가 뛰어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키워드는 ‘영화처럼’ 만들기다. 미니시리즈는 다른 드라마보다 많은 제작비가 투입되기 때문에 기획 단계부터 해외 수출과 음원 다운로드 등 부가가치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 ‘스타 캐스팅+화려한 비주얼+귀에 쏙 들어오는 음악’이 중요한 요소다. ‘동방신기’의 믹키유천을 앞세운 KBS2 ‘성균관 스캔들’이나 정지훈(비)이 주인공을 맡은 ‘도망자…’가 대표적이다.
○가족시간대 감안한 종합선물세트형
일일극은 가족 시간대라는 특성상 ‘종합선물세트형’ 가족 이야기가 중심이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는 것처럼 가족의 구성원을 중심으로 사랑과 결혼, 갈등을 다룬다. 여주인공은 돈도 없고 배경도 없는 순정만화의 캔디 스타일이 주로 등장하는 것이 요즘의 특징이다. 일일극은 대부분 6개월 가깝게 편성되기 때문에 사랑은 물론이고 결혼 이후의 과정에 초점이 맞춰지고 그 결말도 ‘해피엔드’로 마무리된다.
4일 처음 방송된 KBS 일일드라마 ‘웃어라 동해야’는 이전에 방영된 ‘열아홉 순정’ ‘너는 내 운명’ ‘바람불어 좋은 날’ 등에서 이어졌던 캔디 성공기를 중심으로 한 가족 이야기를 이어갔다. ‘웃어라…’의 여자 주인공 봉이(오지은)는 실질적으로 가족의 부양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캔디 캐릭터다. 결혼을 매개로 가족의 갈등과 위기 극복을 다룬 가족 스토리는 은근하게 중독성이 높은 흥행코드로 자리 잡았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일일드라마는 가족드라마를 표방하며 소소한 일상을 담아낸다”면서 “연애를 하면서 또는 결혼 이후에 벌어질 수 있는 문제들을 가족 간의 사랑으로 극복한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비현실적인 설정으로 대리만족
아침드라마는 주요 시청자가 주부인 만큼 부부간의 관계와 갈등을 집중적으로 부각한다. 그리고 표면적으로는 중년 여성의 자아 찾기를 내세우지만 불륜, 복수, 물리적인 충돌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행태를 극단적인 수준까지 전개시키며 통속적인 내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SBS 드라마 ‘여자를 몰라’에서는 남편의 불륜으로 이혼한 뒤에도 혼자 남편의 아이를 낳아 키우는 싱글맘 민정(김지호)이 끊임없이 남편의 불륜녀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불륜녀와의 사이에서 아이가 생겼다는 이유로 민정에게 이혼을 요구하는 시어머니를 비롯해 남편의 불륜녀가 민정의 회사까지 찾아와 행패를 부린다. MBC 드라마 ‘주홍글씨’에서는 교도소에 복역 중인 남편을 뒷바라지하며 힘겹게 살아가는 경서(이승연)가 남편의 옛 여자친구가 버린 남편의 아이를 데려다 키운다는 비현실적인 상황을 설정하고 있다. 스토리전문기업인 올댓스토리 김희재 대표는 “아침 드라마는 현실에 짓눌린 여성들의 온갖 불측하거나 극단적인 상상을 드라마에서 대리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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