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늦지 않았다는 딸의 격려에 용기를 냈어요. 꼭 성공해서 중년들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어요.”
가수 거미의 어머니 장숙정(52·사진)이 첫 앨범을 내고 가수로 정식 데뷔했다. 나미의 아들 정철, 태진아의 아들 이루, 전영록의 딸 보람(티아라) 등 부모에 이어 자녀가 가수로 데뷔하는 경우는 많지만, 그 반대로 부모가 가수로 데뷔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언뜻 딸 거미의 후광을 업고 가수로 데뷔한 듯 보이지만 음반은 그의 오랜 꿈이었다. 장숙정은 20년 전부터 ‘장소연’이란 예명으로 라이브 카페 무대부터 각종 잔칫집, 기업 및 단체의 친목모임 등에서 노래를 불렀다. 판소리에 재능을 가져 무명 국악팀 보컬로도 활약했다.
자신을 닮아 남다른 음악 재능을 가진 딸을 위해 1991년 고향인 전남 완도에서 무작정 상경한 장숙정은 생계와 딸의 뒷바라지를 위해 무대를 가리지 않고 노래를 했다. 이런 모습을 눈여겨본 ‘칠갑산’ ‘옥경이’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의 작곡가 조운파는 직접 음반제안을 하기도 했다.
“조운파 선생님은 제게 항상 ‘음색이 아깝다’ 했었어요. 이번에 제 음반이 나오게 됐다니까 너무 기뻐해주셨어요. 행사 다닐 때 선생님이 작곡하신 ‘날개’를 잘 불러, 그쪽 업계에선 ‘장소연’ 하면 ‘날개’로 알아줬죠. 호호.”
패티김, 최희진, 허영란 등의 성인 발라드를 주로 불렀던 장숙정은 첫 앨범에도 ‘행사용’ 트로트가 아닌 성인 발라드, 신민요 등 평소 즐겨 부르던 장르의 음악, 젊은층부터 노인층까지 흡수할 수 있는 음악을 담았다. 음반 프로듀스는 딸인 거미를 비롯해 유명 작사가 최갑원, PJ가 맡아 ‘품질’을 보증해준다. ‘해병가수’ 이정은 작곡가로 참여했고, 거미의 ‘절친’ 린과 영지는 코러스로 참여했다.
“거미가 ‘아직 늦지 않았다’고 격려해 용기를 냈지만, 딸 인기를 등에 업고 낸 이벤트 음반이 결코 아니에요. 음반은 딸보다 후배지만, 가수로는 제가 한참 선배인걸요. 제가 무대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걸 잘 알아서 적극 권유한 것이죠.”
장숙정은 7월 열린 거미의 콘서트에서 게스트로 나와 ‘여자도..’를 불렀다. 자기 노래로 선 첫무대다. “아직 내 목소리는 건강하다”는 그는 “2집, 3집 계속 낼 것”이라고 의욕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