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과하게 의욕이 넘치고 열정을 보여주려고 해요. 그래서 남들에게 세고 독하게 보이기도 하나 봐요.”
추자현(31)은 능변가다. 타고난 말솜씨, 낯가림 없는 성격까지 갖춰 상대를 쉽게 설득하는 재주를 지녔다. 영화 ‘참을 수 없는.’(감독 권찰인)의 21일 개봉을 앞두고 만난 그는 인간의 관계에 주목한 이번 작품에 대한 설명부터 ‘사생결단’, ‘미인도’, ‘실종’까지 자신의 출연작을 화제로 삼으며 거침없이 이야기했다.
1시간 남짓한 인터뷰 동안 추자현은 “이왕 할 거면 강한 것도 거침없이 한다”거나 “이미지 때문에 하고 싶은 걸 놓치고 싶지 않다”는 솔직한 말을 자주 했다. 30대로 접어든 여배우는 많지만 추자현처럼 그 나이를 충분히 즐기고, 그걸 연기로 표현하는 배우는 드물다.
‘참을 수 없는.’은 ‘싱글즈’와 ‘뜨거운 것이 좋아’로 여자의 연애와 결혼, 독립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에서 즐겨 해온 권칠인 감독의 신작이다. 추자현은 자신의 실제 나이와 비슷한 32세 주인공 지흔을 맡았다. 애가 없다는 이유로 다니던 출판사에서 잘리고, 만취 상태로 저지른 사고 합의금으로 전세금까지 날려 친구의 집에 더부살이를 하는 좌충우돌하는 캐릭터다.
“만약 제가 27세에 이 작품 제의를 받았으면 거절했을 거예요. 물론 저도 사랑을 아직도 모르지만 사랑은 참 오묘한 것 같거든요. 20대에는 차고, 차이는 게 중요하지만 이 영화가 말하는 사랑은 그것과는 달라요.”
영화에서 추자현은 친구(한수연)의 남편이자 반듯한 인생을 사는 의사 명원(정찬)과 묘한 감정을 나눈다. ‘참을 수 없는.’ 속의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추자현은 그 관계를 정리하고 이끄는 인물이다.
“저예산 영화이다 보니 현장에서 의견을 나누는 게 더 자유로웠어요. 소파에서 야구를 보는 정찬 씨에게 다가가 키스를 하는 장면은 촬영 당시 제 감정을 즉흥적으로 표현한 애드리브에요. 마지막 장면에서 정찬 씨를 스치듯 만나는 설정도 그날 감독님과 대화하며 함께 만들었죠.”
영화는 심각하지 않다. 추자현도 심각하게 흐르는 영화에 경쾌한 재미를 더하는 발랄한 모습을 보여준다. “지흔은 뭘 모르는 여자애”라고 설명한 그는 “관계의 변화를 알아가는 지흔을 볼 때 나이가 비슷한 나로서는 때론 안타깝다”고도 했다.
추자현은 ‘참을 수 없는.’을 찍으며 “저예산 영화는 배우가 갖춰야 할 덕목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며 “‘미인도’에서 기생 설화를 연기할 때는 뒤에 6000만 원 짜리 자개장이 있어 덩달아 돋보였지만 이번엔 오로지 배우가 책임져야 했다”고 말했다.
“영화의 이응도 모르던 제가 상도 받고 영화 수도 늘리면서 또래 보다 조금은 빨리 그 맛을 알아가는 것 같아요. 아마 ‘사생결단’을 만나지 않았다면 중국에 있겠죠.”
이해리 기자 golf1024@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